고슴도치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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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는 '고솜돝'으로 소급되는 단어다.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결합할 때는 '고솜돝'으로, 자음으로 시작하는 조사와 결합하거나 휴지 앞에서(단독으로 쓰일 때)는 8종성법으로 인해 '고솜돋'으로 표기됐다. 17세기 이후에는 종성의 ㄷ을 'ㅅ'으로 표기하는 경향이 있어 '고솜돗'이라는 이형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18세기에는 '고솜돗ㅎ'이라는 표기도 보이는데 이는 연철, 중철, 분철 등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고 표기법이 문란하던 근대 시절의 표기 특징이기도 하다. 'ㅌ'을 ㄷ과 ㅎ으로 나눠 재음소화하였고 ㄷ은 ㅅ으로 써 'ㅌ'을 두 번 분석한 표기이다.
그러다 '고솜돗치'라는 표기가 등장했는데 이는 '고솜도치'를 중철로 표기한 것으로 이 '치'는 '고솜돝'에 접미사 '-이'가 붙은 '고솜도티'가 구개음화를 겪은 형태이다. 그러다 두 번째 모음인 'ㅗ'가 'ㅡ'로 변하였는데 아마 청각적으로 더 명확한 형태였을 거다. '이화'의 경우로 보이며 'ㅡ'로 변한 '고슴도치'가 현대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번엔 어원을 분석해 보자.
형태소는 '고솜-돝'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고슴도치'를 뜻하는 '고솜'과 '돼지'를 뜻하는 '돝'의 합성어로 보는 게 정설이. 우선 12세기의 『고려도경』에는 "麗俗謂蝟生爲苦苫"라는 표기가 있는데 여기의 苦苫 자체가 '고솜'의 표기로 추정되며 뒤에 '돝'이 붙지 않았다. 또 13세기에 쓰인 『향약구급방』에는 "蝟皮 俗云苦蔘猪"라는 문장이 있는데 여기의 '苦蔘猪'가 '고솜돝'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즉 '돝'이 붙은 표기는 대략 13세기부터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苦蔘猪'의 현대 한자음은 '고삼저'인데 여기서 '猪(저)'는 '돝'으로 훈독되었을 것이다. 훈민정음 문헌에서 '고솜돝'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으니 猪는 훈독을 위한 표기로 보는 것이 합당하며 계림유사에서 '돼지'의 옛말을 '突'로 표기했는데 이는 '돋' 또는 '돝' 정도로 재구된다.
이렇게 조어된 '苦蔘猪'는 두시언해나 동국신속삼강행실도, 구급방 등에서 '고솜돝'으로 쓰이니 아마 돼지처럼 생긴 생김새를 보고 '돝'을 뒤에 붙인 게 아닌가 싶다.
다른 설로는
1. '고슴'이 '가시'를 뜻하는 말이고 '도치'는 '돋-(돋다의 어간)+-이'가 변화한 형태라고 하는 설. 그러나 '도치'라는 형태는 근대에 들어서야 등장했으니 이 설은 말이 안 된다.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 어원을 분석할 때는 최고형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2. '고슴'이 '가시'를 뜻하는 말이고 뒤에 돼지를 뜻하는 '돝'이 붙었다는 설. '가시'의 옛말은 '가ㅅㆎ'인데 여기에 접미사 '-ㅁ'이 붙은 게 변화해 '고슴'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고솜'이 '가시'를 뜻했고 동물 '고슴도치'까지 의미가 확장되었다는 것이고 동물 이름이 가시의 뜻만으로 조어되었단 건데 좀 과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가'가 '고'로 변할 음운론적 근거도 부족하다.
또 '곳' 자체를 '가시'의 의미를 지녔다고 봐서 여기에 접미사 '-옴'이 붙었다고 설명하기도 하나 이 역시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곳갈' 등의 경우를 보면 '곳'이 뾰족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있겠으나 현재로서 '고슴/고솜'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본다. '苦苫'만으로 '고슴도치'를 의미한다고 보았을 때 '고솜'을 '가시'와 무관한 단어로 보는 게 적절할 듯하다.
3. '고솜' 자체가 고슴도치를 의미하는 단어임에는 동의를 하나 '도치'가 '쥐'라는 설. 그러나 이 역시 근거가 부족하고 향약구급방에서 '돝'을 猪로 훈차했으니 돼지로 보는 게 타당하다.
결론은 원래 '고슴도치'를 뜻하는 '고솜'이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13세기경에 돼지를 뜻하는 '돝'이 붙었고 근대에 들어서 접미사 '-이'가 붙어 구개음화가 된 '고슴도치'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국어 어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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