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부와 주변부(9평 31번, 'A 혹은 B' 처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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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서 칼럼 쓰는 타르코프스키입니다.
31번 선지 5번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의견을 남겨 봅니다.
핵심 쟁점은, 주인공의 모습이 "자신의 인식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함"과 "집단에 동화되지 못한 채 집단 논리의 수용 여부를 두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보기의 설명은 A 혹은 B의 구조로 제시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먼저 A와 B가 어떻게 유사하고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위 두 부분을 읽었다면 둘이 거의 같은 말 아닌가? 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과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거의 같은 말이거나, 후자가 전자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인식에 따른다는 것과 집단에 동화되지 못한다는 말도 뉘앙스를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주인공의 모습이 둘 중 하나에만 해당해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짜장 혹은 스테이크", "짜장 혹은 짬뽕", "짜장 혹은 간짜장", "고기짜장 혹은 고추짜장", "짜장면 혹은 면 위에 짜장을 올린 요리" 모두 A 혹은 B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둘의 뉘앙스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서 동일한 문장구조라도 구체적 내용을 봐야 합니다. 고기짜장에도 고추가 들어갈 수 있고, 고추짜장에도 고기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31번 문제에서 A와 B는 모두 중도적 주인공을 표현하는 거의 유사한 말로 보이고, 굳이 나누자면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를 나누는 정도의 뉘앙스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굳이 따지면 A에는 '적극적'이라는 키워드가 있고, B에는 '수용'이라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일단 사복을 입고 정문 앞까지 간 것만 보더라도 주인공은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정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는 진단도 타당합니다. (정문 안으로 들어가기=적극적인 게 맞고, 되돌아서는 것은 향후 행동에 따라 적극적인지 소극적인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제복으로 갈아입고 들어갈 수도 있고(소극적), 회사를 거부하고 퇴사(적극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수험생을 괴롭히는 고민은, 집단에 동화되지 못한 채 집단 논리의 수용 여부를 두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것입니다. 제 견해는, A에 좀 더 가깝고 전형적으로 부합하는 모습이지만, B로 표현하는 것도 해석상 충분히 가능하고, A와 B 중 하나만 택일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고민이 있으면, "집단에 동화되지 못한 채 집단 논리의 수용 여부를 두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더 전형적이고 극단적인 사례를 떠올려보는 게 좋습니다. 가령, 주인공이 압박에 못 이겨 제복을 입고 정문 앞까지 갔지만, 차마 운동장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거나, 적어도 노래를 따라부르지는 않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이 경우 집단 논리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표현에 더 잘 부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의 주인공은 분명히 고민하고 있는데 그 고민의 지점이, 소극적으로 수용할 지 여부를 고민한다기 보다는 적극적인 행동 직전의 상황이라는 점을 수긍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5번이 분명 옳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설하고 정당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일반적인 판단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이렇게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렌지와 사과가 분명히 다르지만, 맛있는 과일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한 것처럼 논의의 평면과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만일 가상의 선택지로, "주인공의 모습은 집단에 동화되지 못한 채 집단 논리의 수용 여부를 두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라는 문제가 나왔다면, 결코 틀린 선지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위에서 '더 가깝고, 더 전형적이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달리 말하면 Core에 해당하는 표상이라는 뜻입니다. 한편 넓은 의미에서 포함될 수 있는 주변적인 의미 영역도 있습니다. 문학에서 많은 경우에 주변적인 의미까지 활용해서 선지를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2번 선지는 왜 틀린 것인가? 아마도 출제자의 의도는, 주인공이 '권씨를 놀리는 데에 소극적'이었던 지엽적인 사실을 전체적인 경향에 대응시켜 함정을 판 것 같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은 앞선 대화에서 '나서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절충적인 해법이 없고 '모 아니면 도'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물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반항자들의 세력을 규합하려는 야심은 없었던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극적인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몸에 입혀진 절반을 벗어버리는 강경한 대책(=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길 것)을 선택할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습니다. 위 대화를 논쟁이라고 표현한 것도 틀린 걸까요? 전형적인 논쟁까지는 아니더라도 넓은 의미의 논쟁에 해당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2번 선지를 맞게 바꾸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요? 출제자는 아마도 주인공이 '과격한 방식으로', '타인을 압박'하려 하지 않았고 '내면의 고민이 많은'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물론 장상태는 전형적인 적극적 인물입니다. 하지만 주인공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보기에서 언급한 '중도적 주인공'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지 논쟁에도 참여하지 않는 인물이 아닙니다. 물론 앞선 대화의 소재에 작업 중 '사고'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도 당연히 인지했어야 합니다. 이처럼 어떤 선지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틀리게 제작된 경우가 있는데, 이는 출제위원들이 처음에 생각했던 함정이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난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여러 각도에서 틀린 선지인데, 오히려 단일한 출제의도가 보이지 않다보니 수험생이 꼬아서 생각하다가 오판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만일 선지에 '주인공은 조롱에 동참하지 않았으나, 제복에 관한 대화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라고 서술되었다면 맞는 선지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핵심부와 주변부에 관한 배경지식을 정리하고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법철학에서는 개념의 의미론적 구조를 분석할 때 핵심적 의미 영역(core meaning)과 주변적 의미 영역(periphery meaning)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활용합니다. 이는 특정 법적 개념이 가진 의미의 명확성 정도와 적용 범위를 구분하는 데 유용한 분석 도구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영국의 법철학자 H.L.A. 하트(Hart)가 제시한 "개념의 개방성"(open texture of concepts) 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하트의 이론에 따르면, 법적 용어와 규칙은 본질적으로 불확정성(indeterminacy)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명확한 적용 사례(clear cases)와 불명확한 적용 사례(penumbral cases)로 구분됩니다.
- 핵심적 의미 영역 (Core meaning):
- 법적 개념이 명확하게 적용되는 영역을 지칭합니다.
- 하트의 이론에서 "명확한 적용 사례"(clear cases)에 해당합니다.
- 이 영역에서는 법적 해석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고, 규칙의 적용이 직접적이고 명확합니다.
- 주변적 의미 영역 (Periphery meaning):
- 법적 개념의 적용이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경계 영역을 의미합니다.
- 하트의 이론에서 "불명확한 적용 사례"(penumbral cases)에 해당합니다.
- 이 영역에서는 사법적 재량(judicial discretion)과 해석학적 방법론(hermeneutical methodology)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트의 "개념의 개방성" 이론은 법적 실증주의(legal positivism)의 맥락에서 발전되었으며, 법의 언어적 한계와 사법적 해석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이론은 법적 해석학(legal hermeneutics)과 법적 추론(legal reasoning)의 영역에서 중요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개념적 구분은 법적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정성과 모호성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하트는 법적 개념의 의미 구조를 설명할 때 "반음영"(penumbra) 또는 "반음영 영역"(penumbral area)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용어는 라틴어 'paene'(거의)와 'umbra'(그림자)에서 유래했습니다.
- 반음영(Penumbra) 비유의 의미:
- 하트는 법적 규칙이나 개념의 적용에 있어 명확한 영역(핵심적 의미)과 모호한 영역(주변적 의미) 사이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 비유를 사용했습니다.
- 마치 태양이 물체에 비칠 때 생기는 완전한 그림자와 부분적 그림자의 관계처럼, 법적 개념에도 명확한 적용 영역과 불분명한 적용 영역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 반음영 영역의 특징:
- 이 영역에서는 법의 적용이 불확실하며, 법관의 재량과 해석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하트는 이 영역에서 법의 "개방된 구조"(open texture)가 드러난다고 주장했습니다.
- 법철학적 함의:
- 이 비유는 법의 언어가 가진 본질적 한계와 불확정성을 강조합니다.
- 또한, 법적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연성과 동시에 불확실성을 설명합니다.
하트의 이 비유는 법적 개념의 복잡성과 법 적용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히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상황에 따른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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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평가원이 구분을 해왔으니까 그런거죠 지금까지 그러지 않았다면 31번이 논란될 이유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