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베르나르 [843417]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7-22 04:24:59
조회수 2,701

새벽 감성에 젖어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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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오르비를 들락거리던 내가 떠오른다.

나는 삼수 공부중이었다.

목표는 없고 의지만 있는 상태였다.

목표가 없었다는 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모든 수험생들에게는 목표가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말하는 목표는,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였다.

가슴을 너무 울려서,

천둥같이 내 안과 밖을 뒤흔들어서

내가 그것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런 것이

내게는 없었다.

그런 상태도 얼떨결에 성적을 잘 받고

서울대 경영학과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얻어냈다.


그렇게 간 서울대에서의 2년은 무의미했다.

내 '목표'가 너무 거창했던 탓일까.

나는 조울증 진단을 받고 지금도 약을 복용중이다.

조울증은 흥분 상태가 유지되는 조증과

우울 상태가 유지되는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병이다.

나는 조울증때문에 1학기에는 학사경고를 받았고

2학기에는 간신히 학사경고를 면할 정도의 점수밖에 받지 않았다.

나는 정신병자다.

나는 삶에 가치를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

내가 하는 말에는 더 이상 의미도 조리도 없다.

그냥 그렇게,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존재'될' 뿐이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다시 오르비를 들어왔다.

오르비 사람들은 여전히 열심히 잘 살고 있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만의 원대한 목표를 구상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이미 무감각해진 내 보잘 것 없는 몸뚱아리에

작은 울림이 느껴졌다.

목표는 너무 클 필요는 없다.

하루 하루를 잘 살아가는 정도면 충분하다.

오르비의 많은 사람들처럼,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2년 전과는 많은 것이 바뀌기도 했다.

가령, 2년 전 봉모는 절대불변의 확고한 위치를 점했다면

지금 봉모는... 여기저기 물어뜯기고 있나보다.

그리고 물론 입시 전형도 급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2년 전의 내가 2년 후의 오르비언들에게 말을 걸려고 해도

도무지 쉽지가 않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래도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면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손가락을 분주히 놀리고 싶은 것은


'열심히 사는 사람은 그 자체로 멋있다'라는


진부하고 자명한 명제이다.

내가 열심히 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멋있는 오르비언들만이 열심히 살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그런 거다.

못난 사람도 잘난 사람도

열심히 사는 그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나는 왜 이제서야 깨닫는지.

눈물이 뚝, 떨어진다. 최근 조증이 심해진 탓인지, 

내가 이제서야 깨달은 진리 때문인지.


아직 내 몸에는 많은 짐이 있고

내 마음에는 누더기가 된 수십 장의 천들이 널려있지만

그래서 내가 과연 머리로 깨달은 사실을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 가지 자명한 사실이 내 머리속에 전구처럼 떠오른 것은


다만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


열심히 산 오르비언들에게, 감사한다.

정신병자의 넋두리가 무의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그냥 껌처럼 씹고 뱉어버려도 괜찮다.


하지만

하루를 '살아지는', 무의미한 사람에게

하루를 '살아가는', 유의미한 사람들은

그렇게도 멋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이렇게 말고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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