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14편 - 설계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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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뭔가를 만들때 항상 '컨셉'을 고민합니다. 예컨데 제가 지금 쓰는 글과 책도 컨셉에 대한 고민 끝에 결정난 것입니다.
어투는 존댓말을 쓸까 반말을 쓸까, 분량은 어느정도로 할까, 어떤 형식으로 무슨 컨텐츠를 소개할까, 표지는 무슨 느낌을 줄까. 프로필 사진이랑 이름은 어떻게 해야 어울릴까 등.
사람들이 다양한 성격과 개성을 지니고 사는 것처럼, 인간이 만드는 물건도 이런 철학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새로 출시한 물건을 봤는데 '어 이거 예전에 어디서 많이 보던 색이랑 디자인인데' 라고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면 디자이너가 같은 경우가 있죠.
당연히 무기를 개발하는 것에도 이런 고민과 사상이 담겨있으며, 각 국의 군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최적화된 물건을 선호합니다.

(일본의 90식 전차는 섬나라는 조건에서 외국의 상륙을 막아내는 목적을 위해 장갑이 전면에 집중적으로 쏠려있습니다. 같은 탱크라고 해도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90%EC%8B%9D_%EC%A0%84%EC%B0%A8_(%EC%9D%BC%EB%B3%B8)
늘 하던 말이지만 이렇게 컨셉, 사상이라는게 존재하는 것은 언제나 한정된 자원 때문입니다. 만약에 전차를 단순무식하게 정사각형 형태로, 골고루 균일하게 두꺼운 장갑으로 덮어버리면 방어력에는 좋겠으나 무게가 엄청 나가게되어 기동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주로 맞는 부분, 가장 중요한 부분에만 장갑을 두껍게 바르고 나머지 부분은 좀 희생해야 합니다. 전차에 달리는 엔진의 출력이 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에 적당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경량화가 필요합니다.
당연하지만 보통 탱크는 전면부에서 싸우기 때문에 앞 부분이 제일 두껍습니다. 여기에 더해 각 나라의 요구조건에 따라 나머지 부분의 장갑을 몽땅 때버리고 전면부에 다 달아버릴 수도 있고, 반대로 옆으로 맞을 일이 더 많은 경우 전면부의 장갑을 살짝 떼와서 다른데에 바를 수도 있습니다.

(전차는 방어력도 중요하지만 원래 빠르게 기동하여 상대방을 타격하는 임무를 맡기에 속도가 강조됩니다. 이 기동성이 받쳐줘야지 망치처럼 빠르게 달려나가서 적을 강타할 수 있는거죠.
http://m.ppomppu.co.kr/new/bbs_view.php?id=freeboard&no=6521924 )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기 설계에서도 미국과 일본은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일본군에게 필요한건 강한 화력을 가진 전투기였고, 이에 따라 다른 부분을 희생하고 공격성과 기동성에 크게 쏠렸습니다. 빠르면서도 높은 화력을 낼 수 있는 제로센은 일본군의 뛰어난 파일럿들과 조합되어 전쟁 초반에 큰 명성을 누렸습니다.
일본군에게 무엇보다도 강조된 것은 병사의 용감함이었기 때문에 조종사의 목숨과 기체 안정성은 자연스럽게 밀려나버렸죠.

(항공모함 갑판 위에서 출격준비를 하는 일본 0식 함상전투기 제로센. 가벼우면서도 강력하다는 점 덕분에 태평양 전쟁 초반에는 미국 조종사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https://librewiki.net/wiki/A6M_0%EC%8B%9D_%ED%95%A8%EC%83%81%EC%A0%84%ED%88%AC%EA%B8%B0 )
산업 기반과 자원이 미국보다 부족한 일본은 나름 합리적인 고민을 통해 좋은 결과를 냈었습니다. 현실적인 상황과 일본군의 정신적인 특성이 잘 드러나있습니다. 근데 미국이랑 전쟁을 낸 것부터 비합리적이었던건 제쳐둡시다.
일본과 달리 자원은 풍부하며,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은 인명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그래서 미국 전투기들은 제로센보다 화력은 부족했지만 안정적이고 튼튼한 기체 덕에 쉽게 격추되지 않았죠.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미국과 일본은 전쟁이 격화되고 소모전에 돌입하면서 점차 미국에게 유리해지기 시작합니다. 미국 조종사들이 일본 조종사들의 역량을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공군은 일본 공군을 압도하기 시작하고 그 바탕에는 일본 전투기의 단점이 미국 전투기의 장점에 밀렸다는 사실에 있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투기인 돈틀리스는 일본 제로센보다 안정성을 중시했으며 조종사의 안전에 노력했습니다. 느리지만 튼튼한 장갑으로 무장한 이 전투기들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 항모를 박살내는데 직접적으로 공헌했고, 이후에도 계속 현역으로 사용되다가 전쟁말 신형으로 교체됩니다.
https://www.militaryfactory.com/aircraft/ww2-dive-bomber-aircraft.asp )
마찬가지로 학생들마다 성격과 고민이 다양하게 존재할 것입니다. 어떤 학생은 실수만 안하면 충분히 서울대를 갈 점수가 나오고, 어떤 학생은 아예 수학 개념을 몰라서 못푸는 문제들 때문에 3등급이 나올 수도 있겠죠.
실수만 줄여서 성공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평소에 계속 실수를 줄이는 연습만 하면 될것입니다. 개념을 몰라서 아예 문제를 못푸는 학생은 일단 실수의 문제보다는 개념을 암기하고 문제에 적용하는 연습을 해서 평균점수를 올려야 더 좋겠죠.
저도 수학의 개념을 아예 몰라서 3~4등급 언저리이던 시절에는 계속 개념을 외우고 공식을 그대로 쓰는 연습만 주구장창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모르는 개념이 없고 문제를 많이 풀 수 있게되면서, 그 다음부터 더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연습으로 바꾸었습니다.
각 나라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선택과 집중을 하듯이, 컨셉을 잡고 그에 맞춰 무기를 개발하듯이 우리에게도 공부를 할때 단계별로 목표가 다르고 이에 맞춰 컨셉도 달라져야 합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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