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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먹자 [228536] · MS 2008 · 쪽지

2010-12-10 03: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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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와 마이너리거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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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와 마이너리거들의 이야기

MLBphoto 입력 2010.12.09 15:15

[ 순(純)스포츠 : 전능표 ] 7일 서울 시내의 모처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은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것. 군대로 따져보면 사단장급 간부의 호출. 부산, 군산, 인천, 천안 등지에서 이학주, 하재훈, 김동엽, 정수민, 김진영, 이대은, 나경민, 남윤희, 정영일, 남태혁, 최지만, 신진호, 문찬종 까지 13명의 선수가 자리를 함께했다. 

말랑말랑한 분위기에서 진행 된 이번 모임에서는 주로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물어보고 박찬호로부터 답변을 듣는 형태가 됐다. 횟집에서의 풍경을 간단히 스케치했다. 

-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뭔가 속 깊은 대화가 되질 않으니 힘들어요. 그리고 대화 내용도 통하질 않고요. 이를테면 '피구왕 통키'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 정도랄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고 생각해. 동일한 무엇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소용이 없겠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해볼게. 내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마늘과 김치 냄새가 많이 난다고 정말 많은 놀림을 받았거든. 나도 사람이니까 욱하는 마음에 싸움도 했고. 

그러다가 하루는 한바탕 후 감독실에 불려갔어. 그런데 나는 말이 통하질 않잖아? 그래서 결국은 혼자만 바보가 되더라고. 너무나 속상했지. '그냥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어. 복수하고 싶은 마음 역시 불탔지. 그런데 그날 저녁 잘 지내냐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돌아가고 싶다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어. 잘 지낸다는 말을 하고 많이 울었지. 그리고 마음을 다시 잡았어.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치즈냄새로 괴롭히자는 생각이 들었어. 미국인 특유의 냄새 말이야. 너희들도 한번 겪어봐라 이런 뜻이었지. 그래서 그날부터 식생활을 완전히 미국식으로 바꿨지. 아껴먹던 한국 음식들은 가차 없이 모두 버렸어. 

나중에는 내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치즈 냄새가 진동하더라고. 이젠 됐다 싶었지. 그런데 웬걸? 클럽하우스에서 아무도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어리석었단 걸 알았어. 우리가 서로에게 마늘 냄새를 느끼지 못하듯, 그들 세계에선 치즈 냄새가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지. 

그리고 약간의 변화도 찾아왔어. 빈번하진 않았지만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생긴 거야. 나도 나름대로 노력했지. 하루에 한 문장을 종이에 써서 꼭 사용을 했어. 한 선수에게만 말하면 귀찮아하니 돌아가면서 선수 전원에게 한번 씩 썼지. 그러면 그 문장은 머릿속에 들어오더라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미국에선 노력하는 사람을 도와주려는 게 있어. 그렇게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찾아오니 덩달아 성적도 좋아지기 시작했지. 그 후 가을에 메이저리그로 복귀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어. 

- 선배님만의 특별한 투구요령이 있나요?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겠지만 불펜에서 몸 푸는 방법을 말해줄게. 먼저 포수의 바깥쪽으로 계속 공을 던지는 거야. 5~6개 정도 연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말이지.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선 자신감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 들게 된다고. 머리에 사진이 찍히는 느낌이랄까. '분명한 몸의 기억'이란 말이 정확한 표현이지 싶어. 

그 다음엔 뭘까? 조금 전 코스보다 약간 낮은 위치를 잡고 던져봐. 그렇게 구석구석을 채워나간 다음엔 변화구를 바닥에 던지는 연습을 해. 몸이 다 풀리면 덕아웃에 들어오잖아. 그러면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말고 머릿속에서 상상을 해나가. 내가 오늘 마운드에 올라 상대할 팀과 선수들은 누구인지. 미리 머릿속에 그려보며 혼자 시뮬레이션을 하는 거야. '이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해야지' 대충이라도 계획이 서 있어야 심리적인 당황이 없어. 

트레버 호프만에게 들은 또 하나의 팁을 알려줄게. 덕아웃에서 마운드까지 걸어가면서 그냥 가는 게 아니라 선을 하나 그려봐. 그걸 따라 걸어가는 거야. 일체 다른 생각은 않고 말이지. 마운드에 올라서면 이 경기의 주인공은 나라는 자신감을 가져. 타자들에겐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야 모든 플레이가 진행 되잖아? 관중들이 환호하는 것도 투수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만 나올 수 있지. 그래서 투수가 주인공이고 최고야!(웃음) 아무튼 떨지 않고 집중하는 심리적인 면이 중요해. 

-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는 누구였나요? 이치로 아닌가요? 

단연코 베리 본즈! 이치로는 오히려 쉬운 편이었지. 본즈는 걸어나갈 망정 절대로 볼은 치지 않는 타자야. 이치로는 스트라익도 공략하지만 비슷한 공들은 대부분 스윙이 나오는 편이지. 때문에 유인하는 공을 던지면 말려들었어. 그리고 홈런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적지. 

나도 본즈에게 들은 이야긴데, 언젠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 시즌이 있었데. 그해 겨울 본즈는 100mph 스피드로 피칭머신을 설정해 놓고 몸 쪽 공략 시도를 했어. 특이했던 건 스윙이 아니라 글러브로 공을 받았다는 거야. 물론 몸은 스윙을 하듯 돌리면서 말이지. 그렇게 꾸준히 하고 나니까 몸 쪽 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데. 

- 마운드 위에서 가장 중요한 생각은 무엇일까요? 

'스트라이크 원'. 정말 단순하지만 이거 하나야.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어. 그러면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을 하지. 전력을 다해 스트라이크 하나를 던지자. 그 다음엔 뭘까? '스트라이크 투'. 이야기가 너무 간단하지?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해. 스트라이크 하나를 던져보자는 생각이 아니라, 실패하는 상상이 머리에 가득 차면 심리적으로 흔들려 본인의 실력이 다 나오질 않아. 나도 나이가 들면서 깨우친 부분이야. 

그리고 포수가 사인을 낸다고 무조건적으로 던지진 마. 본인만의 야구를 할 줄 알아야 해. Have fun! 내가 원하는 건 이거야. 즐기라고. 나름대로 데이터를 분석 했을테고, 오늘 가장 좋은 공이 무엇인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거야. 그렇다면 자신감을 가져야지. 

분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덧붙여볼게. 요즘은 너희도 알겠지만 분석이 정말 중요해. 자신의 부족함 그리고 상대 투수나 타자에 대한 메모는 필수지. 직접 해보면서 파악이 되는 경우도 있고, 주변에서 알려주는 경우도 생겨. 그러면 그걸 꼬박꼬박 적어놨다가 훈련 시간 또는 겨울 동안에 완벽히 보완하는 연습을 해야 해. 물론 메모는 자세히 해야겠지. 이런 습관이 앞으로 갈수록 큰 정보가 되고 능력이 될 거야. 

그리고 언제든 야구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해봐. 스트레칭 할 때, 몸을 달굴 때, 경기에 들어갔을 때, 클럽하우스, 일상, 식사, 잠을 잘 때도 그냥 하는 건 없어야 해. 내가 조금 민감하게 하는 건 아닌가 보여 질 수도 있지만 이게 바로 프로라 생각해. 그래야 더 좋은 야구선수가 될 수 있고. 

지금 너희들은 정말 유혹이 많을 시기야. 그런데 잠깐 절제를 하지 못해서 큰 그림을 망치진 마.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 더 참고 참다가 야구가 끝나면 해. 말은 쉽지만 실천이 어려운 건 알고 있어. 그렇지만 작은 실수로 평생 해온 일을 그르치면 그거야말로 정말 견디기 힘들잖아? 그리고 박찬호가 목표가 되지 않았으면 해. 다들 그보다 더 높은 꿈을 그려야지. 

마지막으로 또 궁금한 것 있어? 아니면 하고 싶은 것은? 

(이대은) "하늘의 별을 따고 싶습니다!" 

그래, 꼭 따길 바랄게. 그리고 무엇을 하든 절대 겁먹지 말고 덤벼보길 바라. 너희들은 이미 많은 돈을 받고 미국에 온 거야. 그만큼 실력이나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았단 뜻이지. 그 부분에 대한 자신감에서 시작하라고. 

(송)승준이가 마이너에 있을 때 종종 전화를 걸어왔어. 등판하는 날인데 너무 떨린다는 소리를 하더라고. 승준이 표현에 의하면 "행님 쫄려 죽겠심다" 정도가 되겠구나.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고민했어. 그러다 "오늘 진다는 생각으로 스트라익만 던지는 데 집중해"라고 했지. 너무 이기겠다는 마음이 강하니까 오히려 그 부분 때문에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거야. 승준이가 그 날은 경기가 잘 풀렸다는 소릴 들었어. 

꿈과 비전을 세워, 그리고 멋지고 예쁜 포장을 한 빈상자보다, 포장이 없어도 내용물이 알찬 사람이 되라고. 공부 역시 해야 해. 나도 운동이라는 핑계로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도움이 되는 걸 확실히 느끼거든. 운동만 해온 우리에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말이야. 뭔가를 알고 모르고는 행동에서 벌써 느낌부터 다르게 다가오잖아.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에 씨름부 회식이 나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체구는 그보다 작은 편이지만 야구하는 선수들의 회 먹는 실력 역시 그에 뒤지지 않았다. 계산서는 놀라운 따름이었다. 하지만 상쇄하고도 남을 좋은 여운이 남았다. 

< 서울 = 전능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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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인듯 하여 퍼왔습니다

찬호형님의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이 가득 담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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