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테트로도톡신 [585020] · MS 2015 · 쪽지

2019-01-31 02:34:13
조회수 7,259

면접의 불편한 진실

게시글 주소: https://dev.orbi.kr/00021155214

   

심리학자 로빈 도스(Robyn Dawes)는 텍사스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지원자 800명을 면접하고 그 결과를 점수로 매겼다. 이 점수는 지원자의 성적, 출신 학교와 더불어 합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원은 점수가 상위 350위 안에 든 학생들 중에서만 합격생을 선발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텍사스 주의회가 신입생을 50명 더 뽑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런 통보를 받았을 무렵 추가로 뽑을 만한 대상자는 면접에서 하위 점수를 받은 학생들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대학원 측은 면접 점수가 700~800등인 학생들 중에서 50명을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신입생들은 누가 면접 점수 700등대이고 누가 100등대인지 알지 못했고, 결국 우연치 않게 면접을 잘 본 사람과 못 본 사람의 향후 성과를 판단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두 그룹 사이에 성적 차이가 있었을까? 없었다. 두 그룹 모두 학위와 우등상을 받은 비율이 동일했다.


하지만 면접 점수 하위권 학생이 학업 성적은 좋을 수 있겠지만 면접을 잘 본 학생은 사회적 기술이 더 뛰어나지 않을까? 그러니 학생들이 대인관계가 중요한 실제 병동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사회성이 발달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생기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 두 그룹 모두 레지던트 첫해를 비슷하게 훌륭한 성적으로 마쳤다. 면접 점수는 말 그대로 '면접을 잘 보는 능력'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능력과도 연관성이 없었던 셈이다.


면접 과정에서 이뤄지는 평가의 대부분은 처음 3분에서 5분 사이에 혹은 그보다 더 일찍 이뤄진다는 자료도 많다. 나머지 시간에는 그렇게 쌓인 편견을 확인하는 데 소요된다는 것이다. 면접관은 무의식적으로 자기와 닮은 지원자에게 끌리며, 이는 제아무리 훌륭한 면접 기법을 활용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대학들이 학생을 뽑는 데 면접을 '전가의 보도(傳家之寶)'로 여긴다. 그렇다면 면접의 효용성에 대한 근거가 희박한데도 왜 우리는 그토록 면접에 의존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은 이것을 '면접 환상(interview illusion)'이라고 부른다.이는 면접을 통해 실제 파악한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습득했다고 믿는 성향을 가리킨다. 그는 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면접을 학점 못지않게 중요시할 때가 많다며 이렇게 말한다.


"고작 지원 서류를 검토하거나 30분간 면접을 보고 나서 20~40명의 교수들이 3년 반 동안 내린 평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니, 이처럼 불합리한 생각이 어디 있습니까?"


0 XDK (+5,000)

  1. 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