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에 연민은 필요한 감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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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는 필요에 의해서 봉사를 했다.
지금도 목적의식이 있어서 한다는 점은 같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똑같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옛날과 다르다. 대학생이 된 이후 아무도 나에게 봉사를 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건 어린애들을 돌보는 봉사이다.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갓난 애기부터 8살된 초등학생까지 이번 여름 한 달 동안 돌보았다. 다음주면 마지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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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더러운 존재다. 아무리 깔끔하게 가리려고 갖가지 수를 써봐도, 예컨대 좋은 향기가 나는 샴푸, 향수, 로션, 이런 것들로 몸을 구석구석 닦고 치장을 해도 여전히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난다. 똥오줌도 싸고 방귀도 끼고 트름도 한다. 땀도 흘리는데 몇몇 사람들한테서는 유독 견디기 힘든 냄새가 나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유행했던 '입냄새 확인하는 법' (목 깁숙하게 손가락을 넣고 냄새를 맡아보는 법) 을 할 것도 없이 사람 입에서는 항상 냄새가 난다. 발 냄새는 역설적으로 구수하기까지 하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사실 이게 어디 사람 뿐이겠는가.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 그렇다. 그래서 더러운 건 살아있다는生 증거이기도 하다.
나는 고등학생 때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꽃동네에 간 적이 있었다. 가면 그곳을 왜 꽃동네라고 이름 붙여야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의식적으로라도 활기찬 이름을 짓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그곳의 공기는 쓸쓸하다. 노인들이 누워있는 요양실에는 늙은이의 냄새와 소변통의 냄새가 섞여 매캐하게 코를 찌른다. 하루 왔다 돌아가버리는 고등학생들에게 (게다가 다리에 털 숭숭나고 땀 뻘뻘 흘려대는 남자 고등학생들에게) 정을 줄 정도로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분들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아예 말을 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다.
원래 남들보다 비위가 약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때 참 많은 스트레스를 느꼈고 앞으로 봉사를 한다면 이런 식의 아픈 사람들을 보는 것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마음에 사무쳤다. 그런데 그런 태도는 과연 옳은 것일까? 사회적 약자를 선별적으로 대하는 이러한 태도가 과연 정당한 건지 고민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감정과 이성은 다르다. 지금 돌보는 아이들은 소위 아이로서의 순진하고 철없는 행위들이 (물건 집어던지기, 쌩뚱맞게 울기, 퉁명스럽게 대하기 등) 속을 썩일 때가 있지만 그래도 꽃동네에서의 상황보다는 훨씬 내 정신에 나은 것 같다고, 감정이 확실하게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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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대하는 봉사는 어렵다. 나는 자폐인 봉사를 하루 한 적이 있었다. 자폐인을 보면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해야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거칠게 얘기하면 다른 종의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사회복지사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희소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조현병 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지식인 질문 글 (정수리에 자극을 주면 동그랗게 변할까요?) 에서는 이런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딸인 자신이 아버지와 안 맞는 일이 생기면 그때 아버지는 때때로 성별의 차이로 그것을 이해하고 넘어가주지만, 같은 여자인 어머니는 그런 게 없으니 자신을 더 모질게 대한다는 것이었다.
성인 자폐 환자를 돌보는 사회복지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내 그릇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길거리에서 어떤 대상에 대한 '집착'이 일어나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완강히 저항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자폐인들 중에는 부모가 항상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이들은 체격도 크고 힘 조절도 안 되니 힘도 세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그걸 지켜보는 주변인의 입장에서라도. 그런 것들을 반복해서 겪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자폐인을 인간의 다른 부류로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배려하고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를 얘기하면 자폐인이 나를 자꾸 세게 꼬집으려고 했었다. 당연히 나는 화가 나지 않았었는데 그것은 이들이 나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 다름은 당연히 내가 연민을 가져야 할 마이너스의 다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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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봉사를 하며 내내 고민을 한다. 봉사를 하는 나의 감정에 자리하는 연민이라는 놈은 과연 있어야 하는 게 맞는 놈일까? 내가 함부로 그들을 안타깝고 불쌍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인 것일까? 그런 마음 가짐으로 그들과 만나는 게 맞는 것일까? 그런 마음이 없다면 '봉사'라는 개념은 성립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봉사를 하다보면 더 이상 '봉사'라는 말 따위보다 그들과의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만남과 상호작용이 더 중요해진다. 고작 봉사라는 말 한 마디로 나의 발걸음과 그들의 목소리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고민이 든다.
고등학생 때는 5지 선다가 내 관념의 틀이었는데 졸업한 후에 그것은 산산히 부셔져버렸다. 현실의 선택지는 고작 5가지 따위가 아니며 심지어 아무도 내게 선택지를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답 없이 계속 고민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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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주 쌤 보고 의대 가겠습니다
막줄 공감합니다.
늙어 죽기 전까지 고민할듯..
그나저나 봉사라는게 말이야 쉽지
꾸준히 한다는건 거의 성인군자인데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