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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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P의 어지럼증에 큰 두려움이 생겼다. 그는 아들이 어떻게 될까봐, 다치거나 혹은 다치게 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아들이 죽을 수도 있을까봐 걱정하고 있던 것이다. 그는 3번이나 연달아 전화를 하였지만 P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도 아들이 전화 소리를 듣지 못했겠지. 혹은 전화기를 잃어버린 것이겠지 하며 생각하고 4번째 통화를 걸었으나, 돌아온 것은 자동응답기의 삐- 소리 뿐이었다.
P의 아버지는 문자를 남기기로 했다. 젊은 세대가 아니어서 문자엔 서툰지라 띄어쓰기도 엉망이고 철자도 엉망이었다.
"매일 매일소고싶은데 참고있슴"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답장이 오길 기다리는 것 뿐이리라.
그렇다면 P는 그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는 약기운에 현훈을 느끼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아침 북적이는 출근길의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치이면서 목적지도 없이 걷고 있었다. 모아둔 동전들을 쓰긴 써야할 것 같아서 대충 주머니에 전부 쑤셔 넣고는 집 밖을 나선 것일까. 달그락하는 동전 소리가 주머니에서 새어 나왔다. 그 소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양 손을 주머니에 푹 쑤셔 넣었다. 코가 가려워 긁을 때마다 동전에서 나는 쇠의 비린내를 맡을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의 옷차림은 주변 사람들보단 칙칙하고 볼품없었다. 그는 갖가지 화려한 열대어들의 사이 속의 칙칙한 고등어나 꽁치 혹은 볼품없는 회색의 물고기 한마리였다. 그는 그럼에도 '내가 꾸미기만 열중하는 저놈들보단 나을 거다.' 하는 근본없는 엘리트주의를 내세우고 땅만 치어다 보고 걸었다.
P는 아버지가 전화를 했다는 것도 알고, 문자를 보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그 전화나 문자에 답을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P는 카페로 들어갔다. 가장 싼 음료를 찾아 주문하고 받아든 채, 윗층으로 올라갔다. 사거리가 보이는 작은 창문 앞에 앉았다. P는 아직 정신이 몽롱한 듯, 몸 전체가 아주 천천히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P는 창문 밖을 본다. 사거리를 건너는 여대생들을 관찰한다. 그녀들은 지각을 한 듯 뛰어가고 있었다. P의 눈은 한 여자의 머리 끝부터 몸의 곡선을 타고 내려와 허벅지에 이른다. 사각의 틀에 가려진 나머지 부분들을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더 극단의 상상을 했다. 창문이라는 관음적 프레임은 그의 변태적 습성을 이끌어내는데 충분한 장치가 되었다. 최근에 새로 생긴 버릇은 아니다. 아주 예전부터 P는 관망이 좋았다. 그에게 참여와 행동이 지닌 책임의 무게는 너무 무거웠다. 행동을 하지 않음은 부도덕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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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다.
"이젠 니가 이거 잡고 있어봐."
박과 그 친구 정은 놀이터 미끄럼틀의 구석에 몰래 숨어 불장난을 하곤 했다. 그냥 어디서 주운 라이터로 나뭇가지와 낙엽 몇개를 지지는 수준이었지만, 그 행위를 할 때마다 박은 공포를 느꼈다. 누군가에게 들켰을 때의 경우, 특히 그게 가족일 경우, 들키지는 않더라도 놀이터에 불이 날 경우,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 그는 행위에서 오는 공포를 누르기 위해 죄책감을 이용했다. 이 죄책감은 편리한 도구가 되었다. 박은 자신의 행위가 도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 공포보다는 죄책감을 이용했다.
'나는 죄책감을 느꼈으니까, 일말의 양심은 존재한다.'
참으로 편리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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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는 커피와 함께 상상을 끝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약간 남은 죄책감을 컵을 재활용하고 자리를 치우며 털어낸다.
'난 죄책감을 느꼈으니, 아직 양심은 존재한다.'
P는 고개를 숙이며 계단을 내려간다. 순간, 전두엽 쪽으로 피가 쏠리는 것을 느끼더니, 강한 두통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재빠르게 난간을 잡는다. 넘어져 구르지는 않았다.
'차라리 넘어져 굴렀으면 편해질 것을...'
약기운에 현훈과 졸림이 느껴졌다. 그는 카페에서 엎드려 자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생각했다. 그는 카페의 구석 자리에 가 앉아 엎드렸다. 잠에 드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린 P는 불장난을 하고 있었다. 갈색 지느러미로 나뭇가지를 잡아 불에 태웠다. 놀이터에 불이 나진 않을까. 겁이 많았다.
"야 불 꺼지잖아."
앞에 앉은 친구가 불에 바람을 뱉는다. 불똥이 P의 비늘에 튄다. P의 비늘은 삽시간에, 불이 붙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뜨거움을 느끼며 크레파스 조각들을 떨구어낸다. P는 소리를 지르며 비명을 지르지만 입만 뻐끔댈 뿐이었다.
P는 일어나 거리로 뛰쳐나갔다. 카페 앞 거리는 이미 밤이 되어 술을 마시러 온 열대어들로 기득 찼다. P는 산호군락 사이를 가로지르며 뛰쳐나간다. 다른 열대어들와 부딪히며 갈라지고 뜯겨지고 부르터진다.
'놈들보단 내가...'
이미 비늘도 다 벗겨진 P는 상가의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P는 갑자기 큰 현훈을 느끼며 스러진다.
'과연 양심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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