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오늘의 상식: 1조 원짜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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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는 정가 1조 원으로 정식 출판된 책이 있다
모든 면이 금이나 보석으로 된 초호화 경전이나 역사 유물 같은 게 아니다!
한국 사람이 직접 쓴 100페이지 분량의 종이책인데 정가가 1조 원이다
때는 2008년, 국립중앙도서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도서관법 제21조에는 도서관자료를 발행할 경우 국립중앙도서관에 그 복제본을 납본해야 하는 규정이 있고
법 시행령 제15조제3항에 따르면 개인이 종이책을 발행할 경우에는 납본할 때 총 2부를 납본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모든 출판사들은 도서를 출판할 때 찍어낸 복제본 중에서 2부를 국립중앙도서관에 보내며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이중 1부를 내부 소장 및 보관, 나머지 1부를 일반 열람용 도서로 처리한다
한편 시행령 제18조제3항에 따라 도서를 납본하면 일반 열람용 도서 1부의 정가를 보상금으로 받을 수 있는데
이는 국립중앙도서관에 보낸 책을 팔지 못하면서 생기는 손실을 보상해주기 위한 취지다
문제는 책의 정가를 정하는 것이 도서관이 아닌 출판사고
이 지점을 정확히 찌르고 들어갈 방법이 있었다는 것이다
2008년 4월 국립중앙도서관에 평소처럼 2권의 책이 납품되었고 직원들은 이상 없어 보이는 책의 모습에 정상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다
100페이지라는 특이할 것도 없는 분량에 책의 주제도 평범한 영어 논술
그러나 표지 뒷면에 기재된 정가 '1,000,000,000,000원'을 본 순간 도서관의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우선 도서관은 납본을 확인해 주는 필증 발급을 유보한 채 문제의 책을 출판한 출판사에 '정가의 산출 근거와 판매 현황을 내용증명으로 보내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출판사 대표이자 문제의 책 저자는 이 편지에 답신하지도, 책을 찾아가지도 않아 이 책은 국립중앙도서관 금고에 지금도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을 일으킨 출판사 대표의 진의가 무엇이었을지 사람들의 추측이 많았는데
현행 납본 제도의 문제점을 정확히 꼬집어 관심을 제고한 것이라는 추측도 있고
자신이 쓴 책이 정말 1조 원짜리 가치를 가졌다는 나르시시즘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뭐 당사자가 직접 나와 설명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참고로 이 사건을 통해 정확히 맥을 찔린 도서관 납본 제도는, 사건 이후 도서관법이 17번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혹시 모르나? 1조 원은 아니더라도 한 100만 원 정도는 해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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