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오늘의 상식: 좌파와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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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디서나 좌파와 우파라는 표현을 쓴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영어로 the Left/the Right라는 표현을 통해 각각 좌파와 우파를 지칭하고
프랑스에서는 la gauche/la droite로, 독일에서는 die Linke/die Rechte로 좌파와 우파를 지칭한다(독일의 die Linke는 좌파당이라는 당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유럽어권만의 현상이 아니다
한국에도 당연히 좌파 우파라는 단어가 있고
인도에도, 아랍어를 비롯한 셈어권에도, 히브리어를 쓰는 이스라엘에서도 정치 성향을 말할 때 좌파와 우파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정치 성향을 방향으로 설명하는 문화는 어디서 온 것일까?
여의도에 위치한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을 방문하면 거대한 돔 아래 국회의원들이 의안을 표결하는 본회의장이 있다
의장을 중심으로 부채꼴처럼 퍼져 나가는 형식의 회의장 구조는 뉴스에서도 많이 보았을 풍경인데
이 풍경은 놀랍게도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이 남기고 간 유산 중 하나다

(1789년 삼부회를 묘사한 그림. 이것을 마지막으로 삼부회는 루이 16세의 머리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절대 왕정 시기 회의라는 것은 국왕의 권위를 세우는 왕좌가 있고 그 아래 가로로 쭉 서서 그 아래 복종한다는 뜻을 표시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이 성공하고 왕 없는 인민의 나라가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개설된 프랑스 의회 또한 우리가 익히 아는 모습으로 변화하는데

아래 오른쪽에 국민의회(Le Assemblée Nationale)라 쓰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혁명 초기인 국민의회 시기부터 드디어 원형(타원형?)의 회의장을 도입한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직각적인 절대 왕정 시기의 양식과 단절하고,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전통을 환기하고, 의장을 중심으로 동료 의원들이 평등하게 논의한다는 공화주의적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도대체 좌파와 우파 얘기는 언제 나오냐고?
그거야 간단하다
지금 저 사진에서 왼쪽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좌파고 오른쪽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우파다
왼쪽 아래 부분에 의장이 단상에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말 그대로 그 왼쪽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좌파(la gauche), 오른쪽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우파(la droite)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왜 그렇게 모여 앉았는지를 보면 왜 이게 정치 성향에 쓰이는지도 알 수 있다
왼쪽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곧 국왕의 처형과 급진적 사회 개혁을 추구하는 몽테뉴(La Montagne)파, 오른쪽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혁명의 일시적 중단과 대외 전쟁을 추구하는 지롱드파(Girondins)가 앉았기 때문
이들은 정말 여러 분야에서 대립했는데
우선 자국의 이익 증진을 위해 주변 국가들과 전쟁을 해야 한다는 명제를 두고서도 충돌했고
특히 국왕 일가의 재판 및 처형 문제에 있어서도 충돌이 있었다
몽테뉴파는 끊임없이 재판과 처형을 요구하고 반대로 지롱드파는 재판과 처형에 미온적이었던 것
결국에는 여러 이유로 몽테뉴파가 이겨서 국왕 일가는 처형되었지만 이 때문에 프랑스는 주변 왕정 국가들의 분노를 사 혁명 전쟁에 휘말려야 했고 아무튼 여러 후폭풍이 있었다...
한국에는 이 '국왕을 죽일까요 살릴까요' 하는 자극적인 문제 때문에 몽테뉴가 극단파, 지롱드가 온건파 이렇게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정책이었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동의하더라도 '모두에게 소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몽테뉴나 기존 소유자들의 권리 보장을 최우선시한 지롱드의 주장이 충돌하는 등 스펙트럼이 나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여기서는 또 지롱드가 결과적으로 이긴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다양하다...
아무튼 좌파 우파의 기본 개념은 프랑스 혁명에서 온 것이고
다만 우리가 현재 써먹는 의미는 19세기 초에 가서야 만들어졌다
부르봉 왕가가 나폴레옹이 패망한 프랑스에 복고할 때 이에 반대하던 극단파에게 전쟁의 승리자인 유럽의 지배자들이 '좌파'라고 부르며 비하했던 게 시초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럼 우파는 그 대응으로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멸칭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퍼져나간 좌파 우파의 언어문화는 프랑스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다시 전 세계로 뻗어나갔고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
한 가지, 좌파 우파가 단순히 진보 보수로만 나누어서 볼 것은 아니고
시대의 요구는 상대적이기에 어제의 좌파가 오늘날의 우파가 되기도 한다는 점
유래도 모르면서 좌파 우파 하지 말고 정말 저 사람이 그 부류에 속하는지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이제는 유래도 알고 좌우가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도 알았으니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고민한다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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