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고3 필독, 생윤) 원전에 집착 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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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도 겨냥해서 하는 말은 아님. 제가 윤사를 안 해봄. 철학 전공자는 아닌데, 뭐 현돌도 학벌 전공 다 비공개인데 윤리과목 교재 만들고 강의하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현돌급이란 건 절대 아니구요. 이번 시험 47점 맞았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공부한 거나, 철학 서적 자주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본 수능 생윤 공부에 대한 글입니다. 각설하고.
요새 보면 원전을 긁어와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XX가 YY라고 말했는데 이거 기출이랑 반대되는 내용 아닌가요" 혹은 원전을 읽는 게 생윤 시험을 보는 데에 도움이 될까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구요. 제발 두 부류 다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유는 첫번째로 그거 생윤 공부 아닙니다. 두번째로 어짜피 읽어도 제대로 이해 못 합니다. 마지막으로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일단 왜 생윤 공부가 아니냐면, 내가 여기에도 글을 올렸나 기억은 안 나는데 여러분이 배우는 내용은 원전에서 10페이지도 차지 안 합니다. 사상가의 주장은 결론부만 가져오거나 극히 축약하고,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빌드업한 수많은 요소들마저 많아봤자 두 세 문장 정도로 퉁쳐버리니까요. 이유는 단순히 다 배우면 어려워져서 그렇습니다. 그 주장의 배경들을 하나하나 다 이해하려면, 필연적으로 철학사나 당시 역사적 상황에 대한 지식이 요구됩니다. 그렇게 되면 윤리과목은 다른 사탐들 전부를 합친 것만큼의 내용이 될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의 난이도가 올라가 아예 이해를 못하는 학생들이 대거 속출하게 되겠지요.
즉 모든 걸 알려주기엔 학습부담이 너무 커지니까, '배경들을 몰라도' 이해할 있게 핵심만, 사상가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가르치는 게 생윤입니다. 그게 고등학생의 역량에 맞으니까요. 그런데 원전을 중시하는 컨텐츠로 공부했거나, 원전을 많이 인용하는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생윤을 '윤리학' 공부하듯이 하더라구요. "저, '누구가 쓴 다른 원전의 이런 부분에서 그런 주장을 했기 때문에 저 선지는 틀렸다.'라고 이 해설지에서 말하는데 이해가 안 가요." 굳이? 왜? 여기에서 두번째 문제가 생깁니다.
정말 죄송한데 원전을 인용한 해설을 읽는다한들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한 철학 체계는 역사적 흐름의 특정한 부분에서 생겨납니다. 즉 철학 텍스트 자체도 크게는 역사적 맥락 속에 속하며, 작게는 한 철학자의 삶의 맥락 속에, 더 작게는 그 철학 체계에, 여기서 더 축소하면 한 권의 원전에 속하지요. 우리는 그 가장 작은 맥락 속에 속하는 것들 중 일부를 배우고 있고요. 심지어 그마저도 주제에 맞춰 딱딱 자르고 축약한 걸 배우고 있죠. 그래서 배울 때 우리는 아래와 같은 난항들을 겪습니다.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하는 거지?"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아니 얘는 왜 이렇게 많이 나와?"
가장 적합한 예시는 루소라 생각합니다. 원래 사회계약과 교정 윤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에도 그 둘을 따로 배우죠. 교과과정 내에서 제시하는 그 둘 사이의 연결고리 또한 학생들을 납득시키기엔 마땅치 않은 것 같구요. "살인범은 사회 계약을 어겼으니 적이다." 왜 살인하면 사회 계약을 어긴 적이 되는데요. "주권은 분할 또는 양도될 수 없다." 왜? 어기면 어떻게 되는데?
방금 두 질문들은 정확히 연결되는 맥락으로부터 나옵니다. 교과과정 내에 서술되지 않은 내용은 따로 강조하겠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향유하기 위해 사회 계약을 맺으며, 구성원은 사회 계약을 통해 일반의지라는 형태로 주권을 갖게 된다. 주권이 양도 또는 분할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러한 사회계약의 목적에 있다. 그런데 살인은 타인의 삶을 빼앗아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고, 이는 곧 타인의 주권을 침해한 것과 같다. 즉 살인은 사회 계약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살인자는 '계약을 파기한 자'로 간주되며,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만으로 인민으로서의 자격이 박탈된다. 인민의 자격을 잃은 살인자는 '국가에 대해 전쟁을 벌인 것'으로 간주되며, 그리하여 공동체는 살인범을 적으로써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저러한 맥락이 정말 문제풀이에서 필요하냐하면 아닙니다. 이런 맥락을 여러분이 읽어내고, 또 알아내길 바라는 게 생활과 윤리의 학업 능력 평가 기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교과 과정의 내용 자체도 의도적으로 축약되거나 한 부분들이 많거든요. 굉장히 명확히 서술된 문장이 실제로는 해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던가, 사상가의 입장이 달라졌다든가. 이렇게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배우는 건, 정말 단순히 출제 오류를 피하고,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며, 여러분이 윤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전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그에 대한 견해를 표하는 것도 전공의 영역입니다. 그런 심층적인 이해를 생윤이 요구한다고 생각하고 원전을 읽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겁니다. 되려 원전을 읽으면 읽을수록 되려 수험공부의 본질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원전의 내용이 어떠한들 출제는 교육과정과 EBS 연계가 기준이니까요. 그리고 원전이 주는 수많은 정보는 학습 부담을 늘리는 건 차치하고, 오히려 문제를 푸는 데에 방해가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X가 A를 주장했고, 이것이 생활과 윤리 교과 과정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런데 X는 후기에 A를 부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생윤 문제 3번 선지로 A가 출제되었습니다. X가 부정할 만한 대답을 고르랍니다. 2번 선지는 틀린 내용이구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라면 시험장에서 아주 신경쓰일 것 같은데요. 칸트의 사회 계약이 정답이었던 사례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교과 과정에서는 명백히 X가 A를 주장하죠. 즉 현실에서는 X가 A를 부정하기에 3번이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생윤 속의 X에게는 A가 틀린 주장이 아니니 3번 선지는 오답이죠.
그런데 어짜피 정답은 2번입니다. 저런 걸 문제로 안 내니까요. 아니, 교과 과정 외의 것들을 출제한들 소거법을 통해 정답을 낼 수 있게 하니까요. 결국은 쓸데없는 고민에 사건울 뺏기고 괜한 긴장만 한 거죠. 그러니까, 세번째 이유가 나옵니다. 비효율적입니다.
정말로, 연계교재와 평가원 기출 이상의 것들은 공부할 필요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저도 이해를 돕기 위해 자료를 만들며 원전을 인용한 적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마저도 사회계약론 파트를 제외하면 정말 원전이 필요한 부분은 크게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를 증명하듯 이번 시험은 사회계약론 문제에 선지로 나온 '전체 의지'를 제외하면 전부 연계교재와 기출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원전을 대거 인용한 교재로 공부해 '과적합'이 일어난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험이었을 겁니다. 오히려 EBS와 기출을 꼼꼼히 본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시험이 아니었을 거구요.
당연한 거죠. 계속 강조하듯 수능 출제 기준은 교육과정, 연계교재와 평가원 기출이니까요. 그러니 당연히 EBS랑 기출부터 제대로 학습해야죠. 기출이랑 연계교재도 제대로 소화 못했는데 원전에 집착하는 것이 가장 미련한 짓입니다. 거기서 시험 출제되는 것도 아니고, 그거 읽는다고 점수 오르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으니까요. 차라리 읽으려면 원전 본문을 탐독하려 하지 말고, 그 뒤에 붙어있는 해제를 읽던가 하세요.
그리고 생각보다 수능에 쌩판 모르는 선지 잘 안 냅니다. 단어나 표현을 바꾼다고 내용이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니까 정확히는 EBS나 이전 기출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알 수밖에 없는 선지를 냅니다. 물론 이번 수능 사회계약론에서 언급된 '전체 의지'는 교과 과정 밖의 내용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출제되어도, 출제진들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능'에서는 소거법을 통해 답을 도출해낼 수 있게 합니다. 교과 과정 외의 내용을 정답으로 냈던 '칸트의 사회 계약'도 사실은 소거법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 아니었습니까.
그러니까 '원전을 통해 좀 더 자세하게 공부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접어두시고, 기출과 연계교재를 정말 뼈발라내듯이 공부하고 선지를 분석해보세요. 그러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gemini나 chatgpt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설명 정말 잘 해줍니다. 강사나 교사의 도움이 필요없을 정도로.. 하하. 무튼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글은 2026 생윤 풀이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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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을 것같긴 해요. 정말로 EBS 교재 본문과 해설에서 제시문부터 선지까지 싹 다 연계되었거든요. 주류 비주류 할 것 없이 전부 다요. 그런데 정답률을 보면 그만큼 쉬운 시험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무슨 문제 틀리셨나여 저는 11번인가 형벌윤리 그거 틀려서 47인데 그문제는 정답률이 꽤높더라구요..?
칸트 자살이요 ㅋ
그나저나 11번 문제 ㄴ 선지 해설이 많이 빡셉니다..ㅜㅜ
오...재밌는글이네용
어떤 부분이요??
엇 컨텐츠(지1)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 류의 글이 잘안보이기도 하고, 공감도 많이되더라구요.
지1도 전공을 넘나드는 문제들이 많은데 오히려 과할때가 많아서...물론 더 알면 좋을 때도 많지만 ㅜㅜ
아하. 그쪽도 사정이 안 좋나보네요..ㅋㅋ 낼 소재는 없는데 문제는 새로 찍어내야 하니.. 뭐 필연적으로 교과 외 과정을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