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리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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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녁은 닭도리탕을 먹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하고 배달 예상 시간이 50분이나 넘겼지만, 결과적으로 전혀 기다림으로 인한 화보다는 부끄러움이 큰 저녁이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느끼는 바가 있어, 이렇게 남겨 두고 뒷날에 돌아보도록 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적어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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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금요일 치고 오후가 바쁜 날이어서 저녁은 매운 게 먹고 싶었습니다.
퇴근하고 배달의 민족 앱에서 좀 뒤적리다가 예전에 시켰던 닭도리탕이 생각나 전에 먹었던 메뉴로 그대로 시켰습니다.
평소보다 퇴근이 좀 늦어서 안 그래도 허기졌던 지라 밥 먹으면서 볼 유튜브 골라두고 예상 도착 시간에 맞춰서 햇반도 하나 돌려두고 대기했습니다.
심심해서 다른 영상이나 좀 보면서 라이더분을 기다리는데, 어느새 예상 시간보다 20분이 넘도록 안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밥도 다 식어서 물 맺히는 것도 그렇고 배도 고프기도 하고 그래서 괜히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가게에 통화를 하고 음식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가게 배달이라 라이더 위치 조회가 안 됩니다 ) 가게는 굉장히 당황한 목소리로 이미 나갔다고 하며 라이더 분과 통화하겠다고 합니다. 일단 20분이야 참을 만하다고 생각해 적당히 오겠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기다린 지도 40분이 됐습니다. 배가 고프니 짜증이 좀 많이 나더라구요.
다시 가게와 통화하며 취소를 요청하니 굉장히 난처한 목소리로 곤란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가게 배달에 대면 결제여서 저나 가게는 별다른 타격은 없을 테지만, 라이더분이 해당 음식을 대신 결제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만, 솔직히 저와 가게 잘못은 아니니까 '별 상관없잖아?'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도 가게는 취소는 곤란하다고 하며 기다리라고만 하니 답답했습니다. 배고픈 와중에 취소가 안 되어서 다른 걸 먹을 결정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언제까지고 길어질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한 10분 좀 넘게 배달의 민족 고객센터를 통해서도 가게로 취소 요청도 하고 전화로 배달의 민족 측에 취소 접수하려고 전화통화 하고 있으니 예상 시간 50분을 넘겨서 현관문 노크 소리가 들렸습니다.
잔뜩 심통 난 상태에서 뭐라고 따질 생각으로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집 근처 식당 앞에 라이더끼리 보도에서 담배 피우고 시시덕 거리는, 소위 '딸배'들이 모이는 곳이 있어 항상 오면서 가면서 보다 보니 그런 날티나는 사람이 어디 설렁설렁 돌아다니다가 올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앞에 계신 분은 한국어도 잘 못하시는, 어눌한 말투로 연신 죄송하다고 하시는 중년의 외국인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차가 너무 막혀요."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저보다 나이도 한참 많으신 분이 연신 죄송하다고 하며 제가 전화한 것 때문에 가게에서 온 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운전 중일 거라는 걸 알면서 여러 번 전화하던 제가 많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조용히 결제하고 "저도 죄송합니다."하고 받았습니다. 받아서 먹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매운 건 잘 먹으니, 닭도리탕이 매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수령 후 가게에 핑계인 줄은 알지만 그런 상황인 줄 몰랐으며, 괜히 저 때문에 라이더분이 곤란을 겪으신 것 같아 바쁘시지 않은 시간에 라이더분께 오늘 늦은 것을 마음 쓰지 말아달라 전달해달라고 전화 드렸습니다. 라이더분께 대면해서 직접 전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알지만, 어버버하다가 놓치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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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은 배달 지연에 따른 정당한 고객의 권리 주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현관문을 열고 마주한 것은 잘못한 일방과 사과받아야 할 사람 아니라, 그저 상황이 안 좋아서 이렇게 불편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이었습니다. 밥값 2만원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숙이는 입장과, 마찬가지로 필요 이상으로 뻗대려 한 졸렬한 마음이었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행유여력 즉이학문이라고 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보다 실천을 강조하며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의미의 구절입니다. 비록 도덕과 철학, 윤리를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삼지는 않지만, 국록을 먹으며 연구라는 지식 노동에 종사하는, 대학씩이나 나온 사람이 할 행동은 분명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바쁘고 급하게 사는 사회인이라는 핑계로 공손함, 신뢰, 관용, 너그러움 등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혹은 일부러 모르는 체하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얼굴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나는 냉혹하지 않았나 또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오늘 일로 평소의 생활을 돌아보게 되어,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남겼습니다. 쓰다보니까 별 재미는 없네요. 그래도 공부하시다가 심심풀이로 쓱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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