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독서, 선지의 진화
게시글 주소: https://dev.orbi.kr/00063706187
2년 전에 올렸던 칼럼인데, 최근 경향과 맞닿아 있기도 하고
내용이 너무 좋은데 못 본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아 다시 올려 드립니다.
원문 : https://orbi.kr/00036920243
아 그리고 생각의 전개 교재에 반영되어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ㅎㅎ
다음 글과 함께 보시면 더 깊게 와닿으실 겁니다.
교육부 오피셜) 국어 21수능 처럼 내라. : https://orbi.kr/00063539018
최근 평가원의 선지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도 그렇다는 느낌은 오는데, 구체적으로 뭐 어떻게 어려워진 것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어려워진 것인지, 자세한 예시와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조금 길어도 분명히 도움이 될 내용이니 열심히 읽어보도록 해요.
1. 2017~2018학년도






너무 많은 선지를 가져 오면 복잡하니까, 그냥 보이는 몇 문제들의 '정답' 선지만 가져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형광펜 그은 부분과의 단순한 내용일치만으로 답을 고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막말로 지문을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선지를 보고 관련 내용을 찾아서 해결하는 식으로 풀어도 어느 정도의 정답률이 보장되던 시기였습니다.
2017학년도에 국어의 지문 길이가 늘어나고 지문 수준이 올라가면서, 많은 학생들이 매우 당황했지만 선지 자체는 쉽게 내는 평가원의 배려가 돋보였던 시기였습니다. 덕분에 1컷도 90점 초중반대로 안정적이게 형성되었구요.
그런데...
2. 2019~2020학년도

(2문단)

(5문단)

이렇게 멀리 떨어진 두 문단의 내용을 합쳐야 판단이 가능한 선지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선지들이 그러했죠.






보시다시피 17~18처럼 한 문장만으로 선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선지에서 묻는 여러 개념들의 연관성을 따져 여러 문장에서 근거를 끌고 와야 하는 형태의 선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는 '구 껍질 문제', 'BIS 비율 문제' 같은 킬러 문제들도 부활하여 우리를 힘들게 했구요.
이렇게 지문 난이도가 크게 높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지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평가원은 80점 후반~90점 초반의 등급컷을 만들어냅니다. 이게 재밌었는지, 평가원은 한 단계 스텝업을 합니다.
3. 2021학년도 이후


2021학년도 수능의 오답률 3위 문제입니다. (독서 1위) '평등'견이니까 '평등하게 인정'하는 거지 뭐~ 하며 3번을 고른 55% 학생들에게 '의문사'라는 경험을 안겨 준 문제죠. 아마 이거 3번으로 고른 학생들은 탐구 볼 때까지 자기가 국어 18번을 틀렸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정답 선지는 '배타적 태도 지양', '독자성 유지'처럼 지문에 있는 말을 최대한 다르게 표현한 형태로 제시한 모습입니다. 이런 낚시를 엄청나게 걸기도 하고,


아예 명시적 근거가 없는 선지를 출제해버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문항은 '기차 승차권 구입' 예시가 왜 '예약'이 아닌지를 학생 스스로 생각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형태의 문제였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눈알을 굴려도 풀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뭐 말할 것도 없구요. 애초에 [A]에선 '예약상 급부', '본계약상 급부'라는 말을 쓰지도 않습니다. (물론 다음 문단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저 두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ㄴ이 왜 '없음'인지 설명하기도 어려울 거예요.


이 두 선지에선 '가려져 보이지 않는' 부분을 '모델링'의 상황과 '렌더링'의 상황으로 나누어 물어보고 있는데, 지문 그 어디에도 (너무 길어서 캡처하진 않을게요.) '가려져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물체의 고유 값 설정'이라는 모델링의 정의와, '관찰 시점 기준으로 2D 영상 구현'이라는 렌더링의 정의에 대한 명확한 '이해'만이 이 선지들을 지울 수 있는 힘을 주는 거죠.
심지어 2022예시문항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보입니다.


이 지문에는 동일론자의 대답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도 않을 뿐더러, '동일론'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1문단 이후로는 아예 '동일론'이라는 글자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해당 지문에서 '동일론'을 검색한 결과




'충전지' 지문에서도 이렇게 명시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선지들을 막 내버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4. 앞으로는?
이와 같은 경향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즉, 지문 속에 '명시적 근거'가 없는 선지들이 마구 출제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정말로 지문 속에서 근거를 잧을 수 없는, 외부 지식을 끌어와야만 하는 내용을 선지로 출제하지는 않지만, 지문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으면 뚫을 수 없는 선지들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저도 작년까지 '실전적'이라는 말 참 좋아했던 사람이지만, 이젠 '실전'과 '사후'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는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사후적'이라고 느껴지는 정도까지 이해하고 납득하려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런 선지들이 손쉽게 뚫립니다.
17~18이 '지문 내용 그대로->선지 판단'이었고,
19~20이 '지문 내용 여러 개 그대로->선지 판단'이었다면
21 이후에는 '지문 내용 여러 개 그대로 + 생략된 부분에 대한 생각->선지 판단'인 것입니다.
'생략된 부분에 대한 생각'이라는 부분을 가져가지 못하면 이번 수능에서도 반드시 실패하실 것입니다.
고되고 힘들어도, 무의미한 양치기가 아닌 지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추셔야 합니다.
그래야 '평등견' 문제 등에서 어이없는 '의문사'를 하지 않으실 수 있고, 예약/모델링 지문의 빡센 선지를 손쉽게 뚫을 수 있습니다.
조금은 더 미시적이고 '사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옛날 기출을 풀 때도, 단순히 답만 맞히고 왜 틀렸는지에 머무르지 마시고, 모든 문장을 납득하고 지문 내용 전체의 흐름을 꿰뚫는다는 마음으로 공부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이해'력을 극대화시키는 공부를 하셔서, 수능장에서 모든 선지가 '음 당연하지~'로 뚫리는 기적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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