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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首高大 [555999] · MS 2015 · 쪽지

2015-07-24 0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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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능의 추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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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달, D-100일이 됐을때 선생님이 말씀해주신게
있었다. 지금은 더워서 헉헉대지만 진짜 며칠만 있으면
단풍이 하나둘씩 보일 것이고, 그 단풍이 보이고 나서
며칠 뒤 눈뜨면 수능시험날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10월이 됐고 반팔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으며
학원생 1/3가량이 학원을 그만뒀다. 교실은 눈에띄게
한산해졌고 마냥 놀던 학생들도 이쯤되면 수능이 바로
코앞에 있음을 실감하고 다시 공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쯤돼서 하는 공부라고는 그저 하루하루
넘기는 모의고사만 주구장창 풀어대는 것 말고는 딱히
할게 없었다. 지금은 오르비의 여러 능력자분들이
수능 시험지와 똑같은 실모를 많이 만들어내지만 그땐
수능 시험지와 똑같은 모의고사라고는 EBS의 봉투
모의고사밖에는 없었다. 하루에 언수외탐 1회분씩 풀고
신나게 틀리고 해설지 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자습끝
외치고 집가는 길에 군것질 하고 집에와서 자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2008년에 고려대학교는 수시 일반전형에 있어서 완전
새로운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논술전형에 있어서
내신으로 1차를 거른 후, 그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논술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대충
4~5등급 이내에 들면 그냥 가고싶은 과, 혹은 컷이
낮아보이는 과를 아무렇게나 찔러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예전같았으면 볼것도 없이 경영대학에 땋!! 집어넣고
이미 고경에 합격이라도 한듯 수험표를 뿌듯하게 볼
수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결국 나의
선택은 가장 높지도 않고 가장 낮지도 않으면서도
매니아가 아니라면 별로 관심이 없을 것 같은 학과,
바로 서어서문학과(스페인어)였다.

물론 다른 학교는 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연세
서강 성균관 한양까지 상경계열을 적절히 섞어서
응시했었다. 콧대높은 우리들은 중경외시 라인
이하로는 수시모집을 뽑기는 뽑는것인가 하고
코웃음을 치던 그런 때였다.

고려대학교 1차 발표날이 됐다. 지금까지도 나와
연락하는 2명의 친구들이 있는데 한 명은 불합격,
나와 다른 친구 한명은 합격했다. 불합격한
친구는 서울 비강남권 고등학교를 나왔고 내신이
2점 초반대였다. 합격한 친구는 지방 고등학교를
나왔고 내신이 1점대였다. 나는 강남 8학군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내신은 2.7 정도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치기어린 생각이지만 내심
강남의 힘을 다시한번 느끼며 마음은 이미
고그와트를 활보하고 있었다.
언론에서는 연신 고려대의 특목고와 특수학군
우대를 날선 비판으로 때렸지만 고려대의 반응은
모르쇠로 일관됐다. 떨어진 친구를 위로하고
돌아온 나는 자 지축을 박차는 꿈을 꾸며 행복하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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