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을 맞아 어원 몇 가지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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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름
음력으로 그 달의 열다섯째 날을 뜻하는 단어인 '보름'은 15세기에는 '보롬'이라는 어형으로 쓰였다. 물론 그 당시에도 '보름'이라는 형태가 있었으나 기저형을 '보롬'으로 잡으면 '보름'은 'ㅗ'와 'ㅁ'의 원순성이 충돌해 'ㅗ>ㅡ'의 변화를 거친 형태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보롬'과 '보름'이 공존하다 19세기로 넘어오며 '보름'이 남았고 결국 표준어의 지위를 얻게 된다.
'보름'의 어원을 설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개가 있다.
1. '바라다/바라보다'에서 왔다.
이 주장에선 '보름'이 望을 나타내는 말이었고 望은 '바라다'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바라옴'이 '보름'이 되었다는 건데 일단 '바라다'의 옛말은 'ㅂᆞ라다'이다. 그리고 여기에 명사형 어미 '-옴'이 붙으면 'ㅂᆞ라-+-옴'에서 'ㅗ'가 탈락하고 'ㅂᆞ람'이 된다. 남명집언해나 원각경언해 등 여러 문헌을 통해 문증된다. 'ㅂᆞ라다'에서 갑자기 'ㅂᆞ롬'이 될 이유가 없다. 그리고 18세기까진 제1음절의 아래아는 계속 유지됐는데 갑자기 'ㅂᆞ'가 '보'가 되었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어형을 고려하지 않은 설이다.
2. '밝다'에서 왔다.
이 주장은 더 터무니없는 게 갑자기 ㄱ이 사라졌다고 하는 것이다. 일단 '밝다'의 옛말은 'ㅂᆞㄺ다'이다. 여기에 '-옴'이 붙어서 '보름'이 되었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 애초에 '보롬'으로 쓰인 게 15세기부터인데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백 번 양보해서 'ㅂᆞㄺ다'에서 왔다 치자. 'ㅂᆞㄺ-+-옴'이면 연철이 되어 'ㅂᆞㄹ곰'이 되었을 것이다. 근데 여기서 ㄱ 음이 탈락한다고? ㄱ 약화는 ㄱ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가 ㄹ 뒤에 오거나 반모음 ㅣ(/j/) 뒤에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애초에 '-옴'이 붙은 형태에서 ㄱ이 약화될 리가 없다. 약화되었다 쳐도 'ㅂᆞㄹ곰'이 아니라 'ㅂᆞㄺ옴'이 되었을 거다. 만약 이랬다면 적어도 16~17세기까지는 'ㅂᆞㄺ옴'이라는 형태가 보여야 하나 상술했듯 애초에 '보롬'으로 쓰였다.
대체 왜 '보롬'이라는 15세기부터 등장한 표기를 생각하지 않고 어원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보름'의 어원은 현재로선 불명이다.

2. 부럼
음력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깨물어 먹는 딱딱한 열매류인 땅콩, 호두, 잣, 밤, 은행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 '부럼'은 한 해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깨물어 먹는다.
'부럼'의 방언형으로 '부스럼'이 존재하는데 공교롭게도 '부스럼(종기)'와 그 형태가 같다. 이는 부스럼(종기)와 '부럼'이 같은 어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부스럼'의 옛말은 '브ㅿㅡ름'이었는데 15세기부터 등장한다. 16세기에 반치음의 음가가 사라지며 'ㅿㅡ'가 '으'로 바뀐 '브으름'이 되었으나, 'ㅿ'이 'ㅅ'으로 바뀐 '브스름'도 존재했다. ㅿ이 ㅅ으로 변한 것은 남부 방언의 특징이다. 17세기에는 원순모음화가 일어나며 '믈>물/블>불'에서 보이듯 ㅂ의 영향으로 '브으름>부으름', '브스름>부스름'이 되었다. 'ㅡ'가 'ㅓ'로 바뀐 '부으럼'과 '부스럼'이 공존하다 '부으럼'은 '부럼'이 되어 견과류를 의미하는 것으로, '부스럼'은 그 어형 채로 굳어 '종기'만을 뜻하게 된다.
'브ㅿㅡ름'은 용언 어간 '브ㅿ-'에서 파생된 어휘로 추정되나 '브ㅿ'의 정체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냥 '(얼굴이) 붓다'의 '붓다'의 옛말 '븟다'로 보면 '븟/브ㅿ'의 이형태 교체를 보이던 용언이니 '-으름'이 붙어 '브ㅿㅡ름'이 되고 위의 어형 변화를 겪었다 할 수 있다. 이 주장은 종기가 부풀어 오른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어형이 만들어졌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부수다'류의 옛말 '브ㅿㅡ다'로 보게 된다면 '브ㅿㅡ-+-으름'에서 동음 '으'가 탈락해 '브ㅿㅡ름'이라는 어형이 생성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무언가 잘게 부서진다는 의미에서 왔다고 본다면 단단한 무언가를 씹어 잘게 부순다는 의미로 확장해 '브ㅿㅡ'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 달
솔직히 '달'의 어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단음절어이고 자료도 많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선 어휘사만 알아볼 예정이다. '달'은 15세기에서는 'ㄷᆞㄹ'로 쓰인 단어였다. 18세기에 일어난 아래아의 제2차 음가 소실로 인해 ᆞ가 'ㅏ'로 바뀌어 '달'이라는 형태가 등장했고 이게 현재까지 이어졌다.
'달'은 훈민정음이 있기 전에는 어떻게 쓰였을까? 일단 고려 시대의 계림유사에는 "月日姮"라는 문장이 있는데 여기서 '姮'을 '妲'의 오기로 보기 때문에 妲로 교감한다면 그 당시 '달'의 음은 [tar] 정도로 재구될 수 있다.
더 옛날로 가 보자. 찬기파랑가(8C)에 그 흔적이 있다.
露曉邪隱月羅理 白雲音逐于浮去隱安支下
열치매 드러나 ᄇᆞᆯᄀᆞᆫ ᄃᆞ리 흰 구루믈 조차 ᄠᅥ가ᄂᆞᆫ 어듸이오
열어 젖히니 드러난 밝은 달이 흰 구름을 따라 떠 가는 곳 어디인가(소창진평)
삼국유사에도 똑같은 표현이 있다.
月羅理影支古理因淵之叱 行尸浪阿叱沙矣以支如支
ᄃᆞ릐 그름자 고인 모ᄉᆞᆯ 녈난 ᄭᅳᇝ모래예 머믈어
달 그림자 고인 蓮못을 가서 구석의 모래에 머물어(소창진평)
月羅理은 [tarari] 정도로 재구되는데 현대 발음과 엄청나게 멀진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 '달'은 어디서 온 말일까? 일본어 つき에서 연관성을 찾는 주장도 있는가 하면 '둥글다'에서 어원을 찾는 설도 있고 다양하지만 모두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으므로 '달'의 어원을 찾기는 아직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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