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되돌아가서 읽는 문제
게시글 주소: https://dev.orbi.kr/0006159121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 중에는 문장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지 못하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읽고, 여러 번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 읽으면 무슨 내용인지 기억을 못합니다. 사례를 통해
이런 어려움의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분이 저에게 질문하신 쪽지를 조금 인용하겠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글이
나오면 잘 막힙니다. 낯선 지문에 대한 적응력과 대처 능력이 너무 약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 문장을 몇 번 읽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천천히 읽어도 이해가
바로바로 잘 안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습관이 이랬어요. 이해 안되는 구절이 나오면
읽고 또 읽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읽고 한 번에 이해를 딱 하지 못해서 그냥 빨리 한
줄 읽고 다시 보는 식으로 읽었습니다.
우리는 읽을 때 문장 전체를 한 번에 눈에 담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왼쪽 첫 단어로부터 오른쪽 맨 끝 단어까지 혹은 중간에 줄을 바꿔서 가장 끝 단어까지 몇 번으로 나눠 읽습니다. 첫 단어가 우리말의
어순에 따라 주어인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문장 안에 단어를 배열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동일한 것은 어떤
단어나 구를 읽은 후, 다른 단어나 구를 읽으면서 이전에 읽은 것과 그 다음에 읽은 것을 마음속에서 조합하는 정신적 활동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정신적 활동은 단어를 읽을 때마다 촉발됩니다. 따라서 정신적 활동은 연이어 일어나는데, 하나가 끝나기 전에 다음 것, 다다음 것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글을 읽을 때 일어나는 정신적 활동은 마치 저글링과 같습니다. 저글링은 공 하나를 던져 올리고 연이어 다른 공을 던져 올리고 또 공을
올리는 가운데 다른 손은 공을 받아 던지는 손으로 옮겨줍니다. 눈은 어느 공 하나를 쫓아가지 않고 멍하게 앞을 보는 듯하면서 공이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순환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생각은 올라가는 공의 위치와 내려가는 공의 위치를 쫓고 그곳으로 손을 보냅니다.
문장 읽기가 어떻게 저글링과 비슷한지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라는 문장을 읽는다면,
1. ‘태극기’를 읽으면
우리 마음에 ‘태극기’가 무엇인지를 떠올립니다.
2. 그리고 ‘~가’를
읽고 1에서 떠올린 그 물체를 주체로 하여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3. ‘바람’를 읽으면
역시 ‘바람’이 무엇인지 떠올리고 (바람을 생각하느라 태극기를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4. ‘~에’가 장소,
원인, 시간 등 다양한 의미와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만 정확히 그 중 무엇인지는 판단을 보류한 상태에서
5. ‘펄럭입니다’를 읽고
이 단어가 말하는 동작을 떠올립니다. (태극기와 바람을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6. 마음속에 태극기가
남아있다가 그것이 펄럭입니다의 주체가 되고, 펄럭이는 이유는 역시 마음속에 남아있던 바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6에서 보다시피 비록
문장이 여러 단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읽을 때 어느 하나의 단어에 주의를 집중시키지 않습니다. 단어의 적절한 의미를 연상하는 것, 의미와 의미를
결합하는 방식을 판단하는 데 주의를 배분합니다. 이런 것이 서툴면 자꾸 문장을 다시 읽게 됩니다. 다시 읽으면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고, 한 문장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글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시간만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이나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글링을 아무리 천천히 하려 해도 공을 던져 올리면 그 공이 다시 내려올 때까지는 다른 동작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처럼
글 읽기도 무작정 천천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 시간 내에 문장의 모든 단어를 읽고 마음속으로 의미를 조합해야 문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조해공 과잠 봤을 때였음 조선해양공학과 <- 개틀딱같음 Naval...
-
이거 개쩌는 공부법인듯 2 1
1주마다 문제집 제끼고 오르비에 인증하기 앉아있는 시간은 같지만 공부량 ㅈㄴ 늘어난게 체감이 됨
-
윤사 코드원 샀음 1 2
윤사 개박살 났으니까 그래도 김종익 플러스 해서 코드원까지 하려고..
-
전화하고싶다 3 0
누구든좋으니까
-
작년에 2 0
2월부터 수능까지 새르비에 항상 있었던 사람이 있음
-
소아과 의사 누구였지 6 0
오르비언 ㅇㅅㅇ
-
한 달 뒤 새르비 상황 1 3
제목:진짜 다 뒤1졌냐? 2분전 조회수 8 작성자 수능 ㅈ된 설의적표현 내용:
-
???
-
수1 자작 0 1
수열 문제입니다. 거의 국밥 유형인 케이스 분류 문제에요. 오류 발견하시면...
-
아빠 안잔다 2 1
채널 돌리지 마라
-
유튜브하나보고 1 1
마저공부해야지
-
머리 안돌아가서 인강듣는데 2 0
인강도 내용이 잘 안들어옵니다.. 이럴땐 걍 자고 내일할까요?
-
저 누군지 모름? 1 1
구름과자임;;
-
죽었다. 0 0
새르비
-
치통에 4 2
잠을못자는중이에요.. 신경치료각이내
-
유빈이 진짜 야함.. 1 1
거꾸로 하면 빈유임.. 개좋네
-
이원준쌤 문학 괜찮나요? 1 0
ㅈㄱㄴ
-
햄버거 먹음 청년 2 1
슈슈버거세트
-
1회는 13,14 잘 넘기면 어찌어찌 40 중후반대까지 갈 수는 있는데 2회 <-...
-
수행평가로 책 소개하기가 있습니다. 식자경을 희망하고 있어요 책 추천해주실수 있나요
-
실모 만들면 출제자가 시간 세팅해서 딱 올려두고 시간 되면 참여자들이 맞춰서 푼...
-
수학 강사 추천 0 0
수리논술 할거라 미적, 확통, 기하 다 할건데 김범준 VS 정병호 (김범준은 기하...
-
쿠팡플레이 F1 해설위원인 윤재수 해설위원이 서울대 화학과 출신인데... 0 0
서울대 화학부 91학번인데, 1지망을 물리학과(현 물리천문학부 물리학전공) 2지망을...
-
오르비 흰바탕이 왼눈으론 뻘겋고 오른눈으론 누럼
-
차엿어요.. 3 1
...
-
3모 예상등급 0 0
33343정도…국어는 기출 풀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고 수학은 미적개념 돌리는...
-
기하러분들 0 0
서프 10번 내적으로 푸시려나
-
컨디션 좋은 상태로 독서실 다시 가고싶어
-
남은게돈뿐이구나 1 0
사람도사랑도식어감…
-
당분간 사립니다
-
난너무간지나서개명신청햇어김간지 0 0
역시난비주류야킥킥
-
지금까지 과학문제집 푼거 제외로 추천하는거있나요? 2 1
기출픽 1등급만들기 오투(개념으로씀) 완자(추가) 메가스터디 N제 자이스토리...
-
맞팔구 0 0
ㅇㅇ
-
반 단톡에서 생일인 사람들 축하해 주던데 그들은 헛걸음질을 하게 될것입니다 ㅋ
-
근데 부엉이껀 챙기면 진짜 개추 ㅋㅋ
-
화작에 2사탐 기준으로요 고대가 표점본다고하긴하던데 백분위로 대충 봐주실수있으신가요...
-
예체능 재순데 올해도 수학 유기하고 수능보면 평생 아쉬울것같아서 수학 지금 시작하고...
-
하쿠 1 0
들으샘
-
내가 그러고 있음 개찐따샛기..
-
이거 대략 현 예상 내 등급 1 2
아마 11313? 아니면 11314? 일듯. 아직 영어는 안 풀긴 했지만. 설마...
-
[Zola] 3월 교육청 대비 0 2
Zola임당. 3월 교육청 대비의 의미없음에 대해서는 아래 영상에서 말씀을...
-
사탐런 고민 3 1
현역이고 작수 물지 당일에 모의수능으로 학원가서쳤을때 2/1떴었는데 사탐런하면...
-
사실 저는 어제 생일이였습니다 왜 말하지 않았냐고요? "모두가 날 신경쓰는척 행동하는게 역겨우니까"
-
옯창 리스트 2 3
-
3월 더프 미적 4 1
21 22 30 틀려서 88점이네
-
과학 문제집중에 7 2
가장 어려운거 뭐임요??
-
야 신난다!
-
자꾸 간봐서 그렇긴 한데 3모 기간이 일정이 뭐가 많아서 아무도 안 볼거면 시간...
-
진지한 국어 질문 7 1
현역때 국어 안했고, 올해 3월에 처음 시작했습니다.선택은 화작목표는 6월에 3등급...
-
[이벤트] 2027학년도 Prologue 모의고사 1회 배포 19 12
OMR 링크:...
아 ㅋㅋㅋㅋ 바로 예시를 보여주셨군요. 조금 더 난도가 있는 것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다시 읽으면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고, 한 문장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글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시간만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이나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 또한 난독이 있었고, 고쳐나가는 중에서 많이 공감가는 부분입니다.
좋은 내용인데 보는 이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 아쉽네요.
댓글을 달고 저장을 눌렀는데 수정하시다니...
감사합니다
아, 제가 선생님 글 한 두개 읽고 예단했습니다. 이미 충분한 실례와 이론적 근거들을 많이 제시해주셨군요. 얼른 나머지들도 읽어볼 생각에 아주 기분 좋습니다.
한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고민했던 것들은 선생님께서 수능 지문 외에도 다루셨을 '일반적인 글' 이셨겠지만, 저의 범주는 고작 수능 지문에 관해서임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지문들을 대하면서 (선생님께서도 언급해주신) 읽는 과정에서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떠한 방법이 사람의 독해방식에 효과적일까 생각해 얻은 결론이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린다'였습니다.
어떠한 것을 받아들이고 기억에 오래 남게하는 것은 오감을 사용하는 것이고 그 중 시험의 입장에선 시각이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소위 메타인지라 하는 것에 연구하시는 분들의 결과에 관심이 많았고, 그 분들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되돌아 읽는 상황에선 '아, 바로 못받아들이는구나, 다시 도식화(문장내의 주어 서술어 목적어 등) 해볼까'해서 다시 되돌아 읽어보면 읽힙니다. 다만 저렇게 읽고나서 2,3문단 내에서 글이 끝나면 즐거운 마음으로 문제에 들어가게 되는데, 글이 이보다 비약적으로 많아지면 (그래봤자 고작 1,2문단 더 이지만) 읽는 와중에 브레이크가 그리 없다하더라도 읽고나서의 전체 내용의 흐름만이 '그렇게 모호하지만은 않은'상태에서 문제에 들어가게 됩니다. 제가 오히려 구체적인 예없이 추상적으로만 말씀드리네요. 죄송합니다. ㅎㅎ;
겨우 이 정도에 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드린 것은 아니겠지만, 혹시 해주실 수 있는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문을 읽고나서 저런 상태는 일반적인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무언가에서의 미흡한 점이 많은 걸까요. 제 딴에는 이 이정도라면 보편적인 것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번엔 (선생님께서 괜찮으시다면)조금 더 구체적으로 여쭤보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부족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많은 학생들이 지문이 길어지면 어느 선을 넘었을 때 글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지요. 그건 글의 내용을 응집성있게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글은 중심생각으로 응집합니다. 님이 긴 지문을 읽으면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글로부터 마음에 응집성있는 상을 구성해 내기를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응집성있는 상을 왜 구성하지 못했냐면 흔한 원인은
1. 글 초반을 읽으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안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반부 내용을 담을 (마음의) 공간이 없어진 것입니다.
2. 마음속에 담은 내용이 간결하려면 글의 화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에 관한 정보를 탐색하고 분별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화제를 너무 크게 잡으면 글이 말하고 있는 것보다 큰 범위를 생각합니다.
하루를 넘기지 않고 답변을 드려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서 잘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정도 쓰겠습니다. 더 설명을 드려야 하는데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