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는 왜 접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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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사랑하다, 공격하다, 성실하다, 똑똑하다, 건강하다, 착하다'는 합성어일까? 아니면 파생어일까? 다들 알다시피 '-하다'가 접사로 인정되므로 위의 것들은 다 파생어이다. "'명사+을+하다'에서 '을'이 생략된 거고 우리말에서 조사의 생략은 흔히 일어나니까 통사적 합성어로 볼 여지도 있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동사에만 해당하는 거라 적절하지 않다.
그 전에 우선 접미사를 정의해야 한다. 접미사는 단독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항상 다른 어근 뒤에서 결합해 새로운 단어를 구성하는 부분을 말하는데 이에 따르면 '하다' 전체가 접미사가 아니라 '-하-'만 접미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기술할 때의 편의를 위해서인지 '-롭-'이나 '-하-', '-답-'으로 보지 않고 어미 '-다'가 붙은 '-하다', '-롭다', '-답다' 전체를 접사로 보니 전공서가 아니라면 그냥 '-다'가 붙은 형태를 접미사로 생각하자. 학교문법은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니 아래에서도 그냥 '-하-'가 아니라 '-하다'로 쓰겠다.
접미사의 성격을 알아보자.
1. 접미사가 붙어 파생된 단어에서 그 단어를 구성하는 내적 성분으로 분석될 수 있어야 한다.
2. 비자립성. 즉 자립적으로 쓰인다면 그것은 접사라 할 수 없다.
3. 생산성. 새로운 단어를 형성할 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적으로 어근과 결합해 단어를 파생할 수 있어야 한다.
4. 결합 제약성. 특정 어근에만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접미사가 결합된 어휘를 파생어라고 하는데 '-하다'를 접미사로 처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조어 능력이 높아서 즉 파생력이 일반 용언과는 달리 높은 축에 속하므로 접사로 본다. '-하다'는 서술성 있는 명사에 붙어 동사를 만들기도 하지만 상태성을 나타내는 형용성 어근에 붙기도, 의성/의태어에 붙기도, 특수 어근(불규칙적 어근)에 붙어 형용사를 만들기도 한다. 또 '체하다'나 '만하다'처럼 의존명사에도 붙기도 한다. 즉 결합하는 어근이 명사에서부터, 부사, 특수 어근까지 그 범위가 넓고 동사와 형용사를 파생하는 조어법이 다양한데 동사에 한하여 통사적 합성어로 보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2. 피동 접사 '-되다'와의 대립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능동을 나타내는 '-하다'와 피동을 나타내는 '-되다'와는 대립되는 성격이 있다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국립국어원은 '늦-'의 생산성과 '올-'과의 대립성을 판단하였을 때 접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아 '늦'을 표준국어대사전에 접두사로 등재하였다.
즉 피동 접사 '-되다'와 대립되는 성질이 존재하고 '-하다'의 파생력이 단순히 동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하다'가 붙은 걸 합성어로 보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입장에서도 단어를 파생하는 '하다'는 일반적인 동사와는 그 파생력부터 다르므로 아무래도 동사만으로 놓아두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ㄱ. 공부하다, 걱정하다, 파괴하다
ㄴ. 성실하다, 조용하다, 시원하다
ㄷ. 착하다, 푹하다, 참하다
'하다'를 접미사로 보지 않는다면
1) ㄱ~ㄷ 모두 합성어로 보거나
2) ㄱ만 합성어로, ㄴ~ㄷ은 파생어로 본다만
1)은 '성실을 하다’, ‘성실이 하다’, ‘성실의 하다’처럼 아무리 써 봐도 문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ㄴ뿐만 아니라 ㄷ도 마찬가지이다.
2)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굳이 서술성 명사와 상태성 명사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결국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어근에 파생 접미사인 ‘-하다’가 붙어서 된 파생어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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