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국어와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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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국어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당장 장단음만 해도 방점이 존재하던 시절의 성조의 영향이고 대부분의 불규칙 활용은 중세국어의 기록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까닭 없이 ㅎ이 덧나는 표기는 ㅎ종성체언의 흔적이다. 방언에는 그 영향이 훨씬 흔히 보이는데 기본적인 어휘나 발음 등이 그 예이다. 동남 방언의 '가가 가가'와 같은 높낮이의 차이는 음운론적 성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중세 시절의 성조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서남 방언에서는 반치음이나 순경음이 ㅅ과 ㅂ으로 남게 되기도 했고 동북 방언의 고조, 저조는 중세 국어의 흔적으로 보인다. 물론 새로운 음가를 가진 형태가 나온 게 아니라 단순히 ㅂ, ㅅ으로 나타나는 것은 순경음이나 반치음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형태가 달랐다고 봐야겠지만 어느 정도 중세 국어의 흔적이라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주어는 그중에서도 중세 시절의 형태가 많이 남아 있다. 물론 제주에서만 보이는 어휘는 몽골어의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중세국어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몽골어보다는 중세국어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혼저'처럼 제주어의 아래아를 중세 한국어랑의 아래아랑 같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현재 학계에서 재구하는 아래아와는 음가가 다르다. 제주어의 아래아는 원순성이 좀 더 커 'ㅗ'와 가까운 발음을 가진다. 제주사람 데려다가 "'혼저 옵서예' 발음해 봅서"라고 하면 [혼저]와 비슷한 발음을 들을 것이다(완전한 ㅗ는 아니겠지만) 그리고 '제주어의 아래아 =/ 중세 아래아'인 또 다른 이유는 오구라 신페이가 제시한 대로 육지에서 아래아가 쓰이지 않던 놈에게도 아래아를 썼고(과도교정이 아님) 원순성 있는 그 발음대로 발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ㆍ의 음가가 현대 국어의 'ㅐ'와 'ㅔ'나 'ㅚ'와 'ㅞ' 간의 차이처럼 소실되고 있다는 점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ㆍ/는 아예 /ㅗ/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어의 조사와 어미, 의문형 역시 중세의 어형을 유지하는 게 꽤 되고 기본 어휘도 중세국어의 흔적을 보이는 것이 많다. 현대 국어 즉 육지말과 아예 다른 용어도 존재하나 이는 대부분 중세국어로 그 역사를 찾을 수 있다. '말하다'의 뜻인 '곧다' 중세 국어의 '곧다[kɒt-ta]'의 흔적이고 '왜'를 뜻하는 '무사'는 '므슨'의 형태가 변한 걸 것이다. '하영' 역시 형용사 '하다'의 흔적이며 '아시'는 '아우'의 옛말인 '아ㅿ'에서 반치음이 변화한 걸 거고, '시꾸다'나 '시동'은 각각 '꾸다'와 '똥'의 옛말인 'ㅅ구다'와 'ㅅ동'의 방언이니 ㅅ계합용병서의 영향일 것이다. 현대에 보이는 표현과 유사한 것도 있는데 연결어미 '곡'은 '고'에 첨사(강세접사) ㄱ이 붙은 형이고 '눅다'는 '눕다'가 pk-교체 쉽게 말해 'ㅂ-ㄱ' 교체를 겪은 것이다.
또 하나 재밌는게 '모래'의 제주 방언은 '모살'이고 다른 방언은 '모쌀'이나, '모새' '몰개[mwòlkáy]' 정도의 형태가 있는데 '몰개>몰애>모래'로 추정되는 ㄱ약화와는 아예 다른 형태인 점이 재미있다. '모살'이나 '모쌀'이 방언에서 흔히 보인다는 점에서 '몰개'를 "secondary suffixed word"로 처리하는 견해도 존재하는데 소수설이다.
참고로 구쟁기(소라)나 수웨기(돌고래)와 같은 놈들은 중세 시절과도 관련성을 찾기 어렵지만 이런 건 극히 일부라고 보면 된다.
아무튼 방금 내가 올린 글을 어원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 단 고1이 분석한 거니 언어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보면 궁색한 부분이 존재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
"오름에는 뭣 하러 감수광? 고장이나 낭이나 다 볼 것도 어시난 혼저 들어옵서게. 맨도롱한 데 잇어마씀. 무사 말이 어시멘? 아이구, 또 용심나신가? 아시야, 아방신디 고라신디 잘도 답답하다게."
오름: '오르다'에서 파생된 것. 몽고어에서 유래됐다고도 하나 '岳音'과 '吾老音'로 차자 표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몽골어 유래설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감수광: 가-+-아ㅯ-+-수광. ㅯ은 육지에서 보이지 않는 표현인데 이러한 음운을 갖게 된 이유는 알 수 없다. 이건 아무래도 나중에 문헌이 더 발견되고 해석이 다 된후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고장: '곶+접미사 -앙' '꽃'이 어두 경음화를 겪기 전에는 '곶'으로 쓰였는데 '고장'은 '마당'에서 보이는 명파접 '-앙'이 '곶'에 붙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게 연철이 된 채로 어두 경음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낭: '南'으로 차자 표기되던 '나무'는 '남'으로 발음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받침의 변화를 거친 게 아닌가 싶다.
맨도롱: 대부분의 사전이 '맨도롱하다'를 '매지근하다' 대응하는 형태로 보는데 'ㅁㆍㅣ곤하다'에서 ㄱ이 약화되어 '맨'이 된게 아닌가 싶다. '도롱'은 의미 강화를 위해 쓰인 듯하고.
잇다/엇다: '잇다'는 중세국어 '있다'의 옛말로 'ㅆ'이 아니라 'ㅅ'이 쓰이니 [이서/이신디] 등으로 평음이 발음되는 것이다. 제주 방언에서 ㅂㅅ의 음군을 말음으로 갖는 어간은 보이지 않는데 제주 화자의 특징으로 보인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ㅂ'을 발음하지 않고 탈락되어 '잇다'처럼 '엇다'로 표기한 것 같다. 계림유사는 "無曰不鳥實"로 표기하였는데 '鳥不實'의 오기로 보아 [오부실] 정도로 발음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걍 ㅂ을 뺀 게 아닌가 싶다. 명확한 이유는 ㅁ?ㄹ
마씀: '존대'를 나타내는 말인데 어원은 '말씀'과 같다. '마씸'은 '마씀'의 ㅡ가 변화한 결과인 듯.
아시: 반치음이 변화한 결과로 보임.
고라신디: ㄷ변칙을 하는 '곧다'의 활용. 중세 시절 '곧다'는 '말하다'의 의미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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