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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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냄비다
물을 팔팔 끓이기 위한 냄비
다른 냄비들이 불을 찾아 헤맬 때
어느 냄비는 그저 물에다 힘껏 공기를 불어넣었다
기포가 올라오는 냄비는 끓는 냄비와 퍽 닮은 모습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가 물을 잘 끓인다며 칭찬하고 치켜세워줬다
그는 순식간에 '좋은 냄비'가 되었다
남들의 칭찬은 곧 그를 좋은 주인에게 팔려가도록 만들어주었다
주인은 냄비에게 물을 끓여달라고 부탁했다
냄비는 있는 힘껏 공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냄비에게서 따라낸 물은 여전히 차갑고 고요했다
그는 냄비다
아니, 그는 냄비였다
그는
한 순간이라도 냄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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