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 일기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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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시험 하나를 끝마치고 왔습니다. 시험을 칠 때 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공허함이 후련함보다도 더 앞서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학기의 노력과 열정이 고작 한 시험지로 해결될 수도, 설명될 수도 없다는 강력한 믿음에서 발로한 것.
개인적으로, 국문학과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전과를 했습니다만
국문학과에서 전과를 해야 겠다는 강력한 생각이 든 건,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문학을 '점수화'하고, 또 점수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너무 짙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 때부터촘촘히 간직하던 '국문과'에 대한 로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고 할까.
시험지로 인문학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꽤 메스꺼웠습니다.
그건, 잔혹한 수능 입시로 족하지 않을까. 대학에 와서도, 네가 맞네 내가 맞네 하며 정답을 맞춰보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물론, 이는 국문과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대학 전체의 문제겠지요. 그럼에도, 왜 컴공과로 전과를 했는가. 쉽게 말씀드리면, 여긴 시험을 망쳐도 되는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전공에서 다루는 CS지식은 굉장히 중요하고, 또 그것을 기반으로 고성능의 코드를 짤 수 있다는 걸. 하지만, 꼭 그것이 학점이 좋아야만 할 수 있는 건 도대체 아니라는 걸. 전, 컴공과의 그런 성향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험은 망해도 좋으니, 내가 원하는 분야를 파고 들어서 인정받겠다는 그 성향을요. 실제로, 개발업계는 학벌과 학점을 다른 직종군에 비해 덜 보는 편이지요.
그래서, 이 학과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대학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다 믿었습니다. 더 유능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되,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나의 개발을 위한 공부를 우선적으로 하는 것. 그렇게 해서, 점차 공학이라는 학문에 재미를 들이고, 나의 영혼을 불어넣는 것. 그것이 가능한 구조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컴공은 인문학 성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인문학을 존중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코딩을 잘하려면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주로, 다경력 개발자들이 말씀하세요. 코딩에서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논리사고력'인데, 이 논리사고력은 철학에서도 요구하거든요. 어떤 한 사람의 사상적 구조를 이해하려면 논리들을 적절히 연결하고 배합하는 능력이 필요하죠. 한데, 이 연결력이 바로 '가독성 있는 코드'를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컴공을 가면, 난 인문학 시험을 안 봐도 됩니다.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어도 되고, 시험에 대한 불편함과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고, 그 사상을 아주 지독하게 암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난 그것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점수라는 수치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에, 시험이 가진 메리트는 대학에서도 클 진 모릅니다만, 적어도 나는 시험이 아닌 내가 가진 흥미와 천성을 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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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문과에서 이과로 전과하신 거 였군요!
컴공주님의 글을 보면서 느낀건데
컴공주님은 인문학을 정말 사랑하시는게 느껴지고,
정말 사랑하기에 전과라는 선택을 하신거 같아요
(인문학에는 정답이 없다 생각하는데 시험지에서 요구하는 답을 찾아서 점수화 되는건 슬픈거 같아요
작가의 작품의 예술성을 음미하기엔 출제자가 요구하는 정답을 좇아야해서)
본질과 진리로 앞서나아가는 컴공주님께 항상 많이 배우고 컴공주님의 생각을 통해 많은 것들을 깨닫습니다!
인문학은 답을 위한 학문이기 전에, 질문을 위한 학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객관적 지표를 가져다 대기에 굉장히 불리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문학이라는 것이 '뜬구름' 잡는 학문은 도대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답이 없는 만큼, 그러기에 자신의 주장이 절대적인 힘을 갖는 만큼, 남에게 그것을 설득하기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논리적으로 담론을 펼쳐가기 때문이지요. 한 인문학적 물음과 그것에 대한 나름의 답은 곧 누군가의 거대한 사상체계가 될 만큼, 그것들은 엄밀한 논리구조와 구체성을 필요로 합니다. 바로 그것에, 인문학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 설득'과 '다양성'이 합쳐져 세상의 폭을 넓히게 되니까요.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과연 인문학에 성적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가하는 고민을 국문과에 있는 동안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진정한 인문학이라면, 우리가 공부하고자 하는 것이 정녕 그것이라면, 우리는 시험이 아닌 더 많은 '사고'를 해야합니다. 말하자면, 교수의 수업은 부차적인 것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개인의 사념과 이념이 중심적인 것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시험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죠. 전 그래서,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지 않는 것이 역설적으로 인문학을 존중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답이 아니라, 질문과 '나의 논리'가 중요한 학문이니, 교수가 지정한 답을 쓰는 행위를 포기한 셈입니다.
다만 컴공이라는 섬광은, 인문학과 공학을 모두 사랑할 수 있는 길인 듯 싶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몸을 담는 내내 행복하겠지요. 다만, 그러한 개인적 행복으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더 확대시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

정말 멋진분!남은 하루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낭만 겅주...
우리학교 상위 1%이실듯
둥실둥실 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