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방랑(3)
게시글 주소: https://dev.orbi.kr/00055864334
차창
사람들은 모두 잠이 들어 있다.
그것이 나에겐 아무래도 이상스럽기만 하다.
어째서 앉은 채 사람들은 잠자는 것일까?
그러한 사람들의 생리조직이 여간 궁금하지 않다.
저 여학생까지도 자고 있다. 검은 드로어즈가 보인다.
허벅다리 언저리가 한결 수척해 보인다.
피는 쉬고 있나 보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얼굴은 몹시 창백하다.
슬픈 나머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기차는 황해도 근처를 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가끔가끔 터널 속에 들어가 숨이 막히곤 했다. 도미에의 〈삼등열차〉가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고양이처럼 말똥말똥해서 단정히 앉아 있었다.
이따금 포즈를 흐트려 잠잘 수 있을 만한 자세를 해본다.
하지만 그것은 부질없이 뼈마디를 아프게 하는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체념한다. 해저에 가라앉는 측량기처럼 나는 단정히 앉아 있다.
창밖은 깊은 안개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능형(菱形)으로 움직이는 차창의 거꾸로 비친 그림자에 풀 같은 것들의 존재가 간신히 인정된다.
내가 앉아 있는 쪽으로 이건 또 누구일까,
다가오는 기척이 난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그쪽으로 돌린다.
지극히 키가 큰 사람이다. 중대가리다.
입을 한일자로 다물고 있다.
눈엔 독기를 띠고 있는 것 같기만 했다.
옆에까지 온 그 사람은,
별안간 무엇을 떨어뜨리기나 한 것처럼 커다란 소리를 내었다.
나는 오싹했다. 하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지나가는 무슨 악귀처럼 그 사람의 맞은편 도어를 열고 다음 찻간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저 금융조합 사나이가 가지고 있던 진도 모양의 단장(短杖)을 넘어뜨렸던 것이다. 그 는 잠이 깨지는 않았다.
이건 또 어찌 된 일일까.
사람들은 답답한 숨들을 쉬었다.
개중엔 커다라니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조차 있었다.
폐들은 풀무처럼 소리내어 울렸다.
탁한 공기는 빠져나갈 구멍을 잃고 있다.
송사리떼 같은 세균의 준동이 육안에도 보이는 것만 같다.
나는 코를 손가락으로 집어 봤다.
끈적거리면서 양쪽 벽면은 희미한 소리마저 내면서 부착했다.
나는 더 숨을 쉴 수가 없다.
정신이 아찔했다.
안면은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어 갔다.
다시마가 집채같은, 콘크리트 같은 파도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일순간 그들 다시마는 뱀장어로 변형돼 갔다.
독기를 품은 푸르름이 나의 육체를 압착했다.
나를 내부로 질질 끌고 갔다. 이제 완전히 나는 선머슴애가 되고 말았다.
세월은 나의 소년의 것이다. 나는 가련한 아이였다.
풀밭이 먼 데까지 펼쳐져 있다. 언덕 너머 목초 냄새가 풍겨 온다.
빨간 지붕이 보였다. 여기는 대체 어디란 말인가?
나의 강막(綱膜)에 거대한 괴물이 비쳤다.
그것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놀라지 않는다.
이렇게 내 손은 희다.
이 사나이는 또다시 저 진도처럼 생긴 단장을 넘어뜨렸던 것이다.
이 무슨 경망스런 작자일까.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아까 넘어졌던 그걸 일으켜 단정히 세워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그것을 보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것은 얌전하게 서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치인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또 나는 이 무슨 환상의 풍경을 눈앞에 본 것일까. 나는 그만 꾸벅꾸벅 졸았던 모양이다. 그러는 동안에 어쩌면 누군가가 내 옆을 지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저 단장을 일으켜 놓은 모양이다. 저 사나이는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다.
몹시 두드려대는(도어를) 소리로 해서 나의 의식은 한층 또렷해졌다. 내 앞에서 저 진도처럼 생긴 단장이 뒹굴어 있다. 나는 반쯤 조소로써 그것을 응시하고 있다. 그것은 어째 알맹이가 없는 그저 그런 장님 진도인 것 같다. 사람들은 저런 걸 사는 것이다. 이걸 만든 사람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저 얼토당토않은 물건을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짚어 보았다. 나는 단장 휘두르기를 좋아한다. 머리가 민짜인 그 단장은 휘두를 수는 없다. 나는 발밑 풀을 후려쳐 쓰러뜨리는 그런 시늉을 해 보았다.
풀을 건드리지 않고 단장은 날카롭게 공기를 베었다. 나는 또 그 끝으로 흙을 눌러 보았다. 시뻘건 피 같은 액체가 아주 조금 배어 나왔다. 나는 몸에 가벼운 그러나 추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고귀한 양복을 입고 있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1 답글 달기 신고 -
-
test 1 0
test
-
오르비문학 1화 0 0
오르비문학 1화
-
Test 0 0
Tetsteyey
-
수학 4등급만 받으면 2 0
쫀득하게 인서울 할 수 있는데
-
엘든링 왜 자꾸 멈추지 1 0
컴퓨터 좋은건데 씨발
-
목 졸라줘 5 1
켁켁켁 숨막혀 ㅜㅜ
-
시험지에 따라서 난이도가 가장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번호같음....
-
개쉽게 풀리는데 이거 맞나
-
정시로 갑시다 8 0
내신반영을 노려서 내신 깡패 정시러
-
나왔어 12 0
다시감 근데 저게 왜 이륙햇냐
-
갑자기생각난썰 1 1
고1 2학기 학급회장선거때 후보가 2명이엇는데 그 친구들 둘이 합의하고 한명이...
-
그만하고 잘까 1 0
흐름이 끊겨버렷네
-
세기말 수능 1 1
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
강은양t 0 0
현역 고3이고 작년까지 모고 3~4등급 나왔는데 지금부터 강은양t 들으려고 합니다....
-
2시열차 1 0
출발
-
지금 강민철 현강 다니고 있는데 저랑 너무 안맞는 느낌이 심하게 들어서...
-
뭘 해야하나요 0 0
이번에 고등학교 2학년 된 이공계 지망하는 지방 일반고학생입니다. 생기부를 제대로...
-
이게 오르비를 재밌게 오래하려면 10 4
수험생활을 지속해야 함
-
에ㅔㅔㅔㅔㅔㅔㄴ들리스레인ㄴㄴ 0 1
폴온마이헐트 코코로노 키즈니ㅣㅣㅣ
-
내 이상형 중단발에 속눈썹 1 0
-
우와 보추야동 많이떴다 2 2
보다자야지
-
심심한데 무물보 5 0
응애 나 아가학생
-
본인 물1 점수 꼬라지 0 1
3모 48점 (99) 5더프 47점인가였는데 시험이 어려웠어서 전국석차 30등쯤...
-
오후8시부터자다가깼더니 1 0
다시잠이안오네.. 비상..!!
-
생각나는구나
-
ㅇㄴ근데 0학점 패논패과목을 오ㅑㄹ케 빡세게시켜 0 0
그냥 좀 봐주면 안되나
-
시발점 한 다음 스블 0 0
고2이고대수 개념원리, 쎈, 고쟁이 했습니다개정 시발점 사놓은 게 있어서...
-
러셀 외부생 더프 성적표 0 0
문자로 발송되나요?? 아님 직접 찾으러 가야햐나요??
-
원래 사람은 별을 쫓아 달려갈 때 가장 빛나는 법이여설령 닿지 못할지라도적어도 내...
-
저걸 어케 함 진짜 와.. 원과목 중 생1만 수능공부로 안해봤는데 안하길잘한듯
-
시발 나 개폐급임 2 1
조별과제 하는족족 내것만 교수님 피드백 나오고 술처먹다 팀원들한테 자료 제출 개늦게하고 자퇴마렵다
-
딱 한 마디만 하고 자러감 9 3
미쿠 ㅈㄴ 예뻐어~~~~~~~~~~~~
-
중앙대 가기 59일차 3 1
안녕하세요 중앙대29학번 부산사나이 이동현입니다 음 오늘이 벌써 59일차군요...
-
이제 좀 자보실까 11 1
음음
-
리젠존나느리네 1 0
오르비망함?
-
너무멍청해짐 1 0
ㅜㅜㅜㅜㅜ
-
생윤 진짜 1도 모르는 쌩노베인데 누구 듣는 게 좋을가여
-
15살과 엄마 그 사이는 2 0
뭐라함 급함
-
대신 연세대 가겠다 선언
-
작년 10모 20번 0 0
이렇게 푸는거 맞나..?
-
위키하우 도움 ㅈㄴ 안되네 6 0
ㅗㅗㅗㅗㅗㅗ
-
새르비 할수록 4 0
헛소리가 늘어가는듯
-
아니 난 신라면 쳐돌이라 5 0
신라면만 먹는데….
-
내가사실은생명과학을좋아함 1 0
수능말고 그냥생명과학
-
. 11 1
-
님들 최애 과목 말해보셈 7 0
난 국어
-
님들 최애 라면 말해보셈 10 0
난 신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