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식의 천박함에 통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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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식의 천박함에 통탄하면서>
-백제 무령왕이 천자였다고라?
오늘 자 어느 일간지 기고를 보면서 혀를 찼습니다.
지난 3월 6일에 끝난 한 국립박물관의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특별전’에 대해 어느 대학 교수(중문학 전공자)가 감상평을 썼는데, 글이 앞뒤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교수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무령왕이 돌아갔다는 것을 무령왕릉 묘지석(죽은 이의 삶을 돌이나 토기 등에 기록해 무덤 안에 넣은 것)은 ’붕(崩)‘이라고 표현했다. 붕은 천자가 죽었을 때를 표현한다. 제후는 ’훙(薨)‘을 사용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왕의 죽음을 훙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는 무령왕이 (중국 황제와 비견되는) 천자였음을 말한다.’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무령왕릉 묘지석은 ‘무령왕이 중국의 반쪽짜리 왕조의 신하임을 문장 제일 처음에 명확히 밝힌 뒤’ 글을 풀고 있습니다. 교수 역시 무령왕릉 묘지석 전체 문장을 기고문에서 소개했음에도, 묘지석의 첫 문장은 아예 무시한 채 무령왕이 ‘천자’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검증하면 됩니다. 중문학 전공자인 교수도 기고문에서 기록했듯, 무령왕릉 묘지석의 첫 문장은 무령왕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寧東大將軍 百濟斯麻王(영동대장군 백제사마왕)
사마는 무령왕의 생전 이름입니다. ‘무령’은 죽은 뒤에 사람들이 부른 이름, 즉 시호이고요. 그럼, 백제사마왕이라는 표현은, 사마라고 불린 백제왕이라는 뜻입니다. 한데 백제왕이라는 표현 앞에 ‘영동대장군’, 즉 동쪽을 평안하게 다스리는 장군이라는 칭호가 왜 먼저 붙었을까요? 게다가 왕이 장군보다는 높은 계급인데, 왜 백제왕 앞에 장군 칭호가 먼저 나온 것일까요?
서기 521년(무령왕 21년) 무령왕은 당시 남북으로 갈라져 있던 중국 왕조 중 남쪽을 지배했던 양(梁)나라에 사신을 보내 조공했습니다. 양 고조는 이를 치하하기 위해 무령왕을 ‘사지절도독 백제제군사 영동대장군(使持節都督 百濟諸軍事 寧東大將軍)’에 책봉했다고 삼국사기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도독’이나 ‘장군’이라는 칭호는 죄다 중국의 황제를 모시는 벼슬아치입니다.
만약 백제인들이 백제가 중국과 완벽하게 대등한 나라라고 생각했다면 중국에서 내린 이런 벼슬을 가치 있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사신을 보내 조공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대등한 국가 간에 무슨 조공이 필요합니까?
그러나 무령왕을 무덤에 모신 백제 조정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백제왕’이라는 표현 앞에 중국의 반쪽짜리 왕조에서 내린 벼슬 이름 중 ‘영동대장군’을 자랑스레 먼저 적었습니다. 중국의 반쪽짜리 왕조에서 내린 벼슬이 백제왕보다 더 앞서 내세울만한 자랑스러운 것으로 생각한 셈이지요. 그래서 ‘백제왕’이라는 표현보다, ‘영동대장군’이라는 중국에서 내린 벼슬이 더 앞에 나온 것입니다.
그럼에도 무령왕의 죽음을 ‘붕’이라고 표현했으니, 무령왕이 ‘천자’라고요? 그럼 천자 앞에 붙은 ‘장군’이라는 칭호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되는 건가요?
중문과 교수가 ‘국뽕’에 빠져 살든 말든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 주변에 한 둘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런 글이 세계와 경쟁할 우리 미래 세대에게 아무런 교정 과정 없이 전달되는 것에는 두려움조차 갖습니다. 갈라파고스에 갇혀서 아전인수에 빠진 이들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모든 역사는 한국사를 중심으로 돈다’는 식의 ‘한국사 천동설’에서 허우적대는 한국사 교육을 지금처럼 강화하느니, 차라리 한국사 교육을 폐지하라고 외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미래를 이끌 오르비언들은 제발 객관적이고도 냉정하게 한국사를 읽으시기를 어느 틀딱이 바랍니다.
해당 교수의 글은 여기를 보십시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31409530004331?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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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전공으로 삼은 어느 한 분야에서는 그야말로 전문가, 석학의 전문성을 뽐내면서도 다른 분야에서는 어떤 경우에는 일반인보다 못하기도 한다…는 걸 어렸을때 문득 눈치챈 적이 있었죠
그 전엔 교수..라 하면 진짜 박학다식 그 자체라고 생각했었는데 ㅋㅋㅋ
맞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일수록 글 쓸 때 조심해야 합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옳은 이야기만 해야 합니다.
한데, 솔직히 말해서 전문가들조차도 틀린 이야기를 할 때가 많지요. 특히 한국사 분야는...
그게 가장 답답합니다.
그런 아전인수식 교육을 강요받는 우리의 귀중한 미래 세대가 안타깝기도 하고요. 갈라파고스에 갇힌 시각으로 미래 세대를 가르치면서. 어떻게 그들에게 세계를 경영하라고 권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