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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우스 [487944] · MS 2014 · 쪽지

2014-12-26 0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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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김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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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지는 군사 오거리 대영 카센터로 발걸음을 향했다


크리스마스 마음날 , 차디찬 새벽이었다

이 차가운 날씨에 창고 앞 눈을 치우고 가재 정리까지 맡긴 아버지가 야속하긴 했지만 , 어쩌랴

스스로 한 푼 못버는 첨지로서는 아버지의 말씀을 쥐죽은 듯이 따를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새 도착한 사거리 , 사내 ㅡ 아니 중년의 남자라 해야 더 어울릴듯한 ㅡ 사내가 서 있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이라곤 그 자 밖에 없기에 , 첨지는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


-혹시 금강 인력에서 ,,, -

-아 허허 나 맞소 다행히 늦은 거 같지는 않고만 ..-


첨지의 얼굴이 급속도로 일그러져갔다 , 

긴박히 내린 눈에 , 갑자기 들어온 물건들로 창고의 기계들과 자동화 시스템들로는 턱이 없었기에 , 

아버지는 자주 이용하시던 금강인력에 전화를 해 사람 하나를 보내달라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왠 중늙은이가 왔질 않는가 , 

단골 고객에게 이러함은 아니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이 붙지 않는 금강인력 김사장이었다


당장 저 거리에 넘쳐나는 동남아 애들을 안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사실 조금은 고마운 일이지만

창고 기재정리라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서 , 

당연히 인력 알바에게 이리저리 시키게 되있는데 나이가 첨지의 배는 되어보이니 

이래라 저래라 하질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일이 또 더 배로 힘들어지는 것이다

잠시 멍하니 있던 첨지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안내했다


-갑시다 , 아르네창고에서 일하게 되실 겁니다-

-껄껄 알았수 보스 -


그의 이상야릇한 목소리를 들으며 , 첨지는 조금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어느새 도착한 창고 , 


첨지는 안에서 뒤적거리더니 , 빗자루 두개와 여러 잡다한 제설 기기들을 가지고 왔다


-일단 여기 앞에 눈부터 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있다 운반차량이 도착해서요-

-허허 , 오늘은 꽁으로 먹는건가 ? 고맙네 보스 허허-


앞으로는 정말 까다로운 기재 정리가 기다리고 있을테지만 , 벌써 말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첨지는 눈을 길가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눈을 하염없이 밀어내다 , 첨지가 문득 김르바에게 물었다

-아저씨께서는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

-김르바라고 합니다 허허 편하게 부르시오 보스- 

편하게 부를 수 조차 없이 축약된 이름이지만 , 뭐지 ? 예의를 갖추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말인가 ? 
그래봤자 인사권이 없는 나한테는 계약직도 얻기 힘들텐데 .. 

첨지의 머리에 약간의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 

이내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르바 어르신 ,-


눈을 치우면서 , 김르바가 뭐라뭐라 궁시렁대는게 들리는 거 같기는 했지만 , 첨지는 들을 여유가 - 아니 사실은 귀찮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 없어서 그냥 무시하고 말았다

대충 창고 한바퀴 돌고나서 , 첨지는 김르바에게 담배를 한대 권했다 

자고로 인력사무소 꾼들이야 , 이렇게 해주지 않으면 능률이 떨어진다나 뭐라나 자기들끼리 농땡이를 피우기 마련이니 , 차라리 자기 앞에서 피우게 하는게 훨신 나았다 


-껄껄 고맙소 보스 , 삼십년전 학창시절에 철없이 술 담배값벌러 나왔을때는 담배도 턱턱 잘 내줬는데 요즘은 담배값도 올라서 그것마저 보기 어려워졌으니 ,, 동남아애들까지 미친듯이 들어와서 요즘은 밥먹고 다니기도 어렵습니다 보스 허허-


첨지는 물끄러미 들으며 말보로 레드를 깊게 들이마셨다


-눈 내리는 걸 몇백번은 봤는데 말이에요 , 보스 , 저는 아직도 저 내리는 눈들을 보면 우리 인생사 같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단 말이에요 하늘에서 지상까지는 아름답게 하늘하늘 내리고서는 , 땅에 내려서는 곧 얼마못가 녹아버리고 말지요 , 순간을 살다 영원을 잊히는 , 우리 사람과 똑 닮지 않았소 ? 허허허-


첨지는 또 한번 들이마쉬었다 , 꼰대들의 개똥철학을 듣는 나야말로 이게 수백번째란 생각을 하며


-아 참 보스는 뭐할 생각이요 ? 아주 젊어보이는데 ..-

-서울에 그냥 저냥 이름있는 대학에 합격해서요 .. 졸업하면 대기업이나 다녀야죠 뭐 ..-


첨지가 상투적으로 말한다 , 김르바 말고도 , 다른이에게 수백번은 더 말한 듯한 레퍼토리다 .

-껄껄 좋구만요 .. 괜찮은 나이죠 .. 저는 .. 치열하게 사는게 싫어 도망쳐 나왔습니다  

지방 고등학교에서 그냥저냥 생활하다 .. 그냥저냥 졸업하고서는 ,, 또 그냥저냥 지방대가서 .. 나왔는데

지방 대 나와서는 중소기업밖에 할게 없더라구요 대기업 생산직도 대학나왔다고 받아주질 않고 , 근데 또 이놈이 

또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죽어도 못하겠단 겁니다 공시니 삼성고시니 뭐니 .. 몇년 매달리다가,, 다 실패하고 

콱 자살할려다가 .. 그냥 .. 이렇게 나와서 하루 일하고 하루 먹고 사는 걸로 살고 있습니다 허허허 

죽어야지 죽어야지 했는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래도 변명같지만 .. 저 눈들도 큰눈이나 작은 눈이나 .. 눈꽃이 예쁜 놈이나 안 예쁜놈이나 우박이나 싸래기나 .. 어차피 녹으면 다 투명한 물이 되어 냇가로 다시 흘러가는건 같지 않습니까 ?

어차피 인생살이가 다 힘되고 고된데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허허허 .. -


그러고선 김르바는 두 볼이 홀쭉 패이게 담배를 들이 마시었다 


-베프였던놈은.. 채 삼십전에 뛰어내렸지요 .. 아주 높은 빌딩에서 .. 대기업 소유인 .. 부장과장 x되보라고 허허 그런데 그 놈 죽고나서 아주 조용했어요 정말 .. 

나한테는 그 놈 죽은게 그렇게 큰 일이었는데 정작 그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단 말이죠 , 이게 말이 됩니까 ? 이게 ? 정규직 전환해준다고 그 놈 그 불쌍한 x끼 나이 많다고 다른 회사 서류 다 떨굴 나이까지 인턴으로 부려먹다가 짤라먹었어요 

영업직으로 실컷 돌리다가 그 놈이 친구건 가족이건 친척이건 다 팔아먹으니까 , 그렇게 팔아먹은거죠 그 놈 자체를 아예 다 .. 죽여버렸어요 철저하게 ,,

누가보면 아주 무서운 놈의 복수극이라 생각할만큼 ,, 그렇게 그 놈은 다 망가져간채 죽었습니다 , 죽을때까지 지 몸이 망가져가는 걸 보면서 갔죠 ..-

후우 .. 호오 김르바의 호흡이 가빠졌다 담배때문인가 , 나이때문인가 , 고된 노동 때문인가 

아니면 삶 때문인가 , 

- 다른 놈들도 피차 다를 것 없지요 .. 정규직이라고 좋아하던 놈들도 .. 들어간지 채 계절이 4개도 지나지 않아 술먹으면서 ,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라 , 정말 x같아 하는게 어찌 놈들이 다 똑같을까요 그나마 그래도 pay가 좀 찍혀나오는 그 놈들이 하는 말이니

그 밑에 중소기업 다니는 애들은 말 할 필요도 없지요 , 제 친구중에 회사 다니던 놈들은 다 짤리고 없습니다 , 아니 짤리게 했다고 해야하나 ..

내 나이까지 회사에서 죽치고 앉아있으려면 임원은 해야할텐데 제 동기중에는 한놈을 하나도 못봤습니다 허허허 

그나마 퇴직금으로 치킨집이나 가게 하나 차린 놈들은 양반이지만 , 이 나이 먹도록 가게 운영 걱정하리랴 주름이 깊어만 가는 , 그런 양반이죠 , 참 , 그 친구들 입사할때만해도 생각도 못했을 텐데 ..

난 저렇게 안살꺼야 , 난 뭐라도 될것처럼 살꺼야 .. 다들 우리 어릴때는 이런 생각을 가졌죠 ..


허허 중규직인가 뭔가는 또 더 고달픈가 보더라구요 

저 대학졸업하고나서부터는 정규직 싹 다 줄이고 중규직인가로 바뀌었는데 사무소 용접공 이씨도 댜유인터네셔널인가 뭔가 .. 아주 잘나가는 회사였다는데 삼십중반까지 전세계 다니면서 뺑이치고 다니다 짤렸다 하더라구요 .. 거 참 그 사람 이야기 들어보니 고생 참 많이 했던데 ..

그 나이에 짤렸고 , 애는 있으니 용접이라도 배워 끼니를 잇고있는거지요 허 그렇게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용접 배우러 다녔으니 . .그 사람도 대단하지요 ..-

조르바는 피던 담배 꽁초를 옆 하수구로 던졌다 , 꽤나 먼 거리였음에도 , 아주 멋지게 들어갔다 ,


-중학생때부터 아는 친구는 , 썩 공부를 잘하던 놈이었지요 , 변호사가 꿈이었는데 변호사가 로스쿨때문에 다 죽고나서는 , 교수한다고 샤울대가서는 , 외국 석박사까지 따고는 한국에 왔는데 

교수 임용을 끝까지 받지 못해 그냥 영어강사로 먹고 살고 있지요 허허허 티오가 하늘의 별따기라나 뭐라나 .. 그렇게 출중한 놈인데 , 작은 교실에서 분필가루 맡으며 살거라고 ,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


아는 여자아이는 .. 여자 선생이 그렇게 결혼시장에서 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훌훌 ,, 교대로 가서 수월히 임용을 받고는 잘 다니다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간다하더라구요 그 뒤로는 연락도 끊겼지만 ..

아무리 자기가 커리어 준비하고 자기계발한다 애를 써도 .. 학교를 가도 애들이 물어보는건 소 혓바닥이 무슨 색이니 양치할때는 물을 몇번 헹궈야하니 이런거라니 ,, 그 괴리감을 못 버텨 나왔답니다 ..

거기다 학부모 성화도 .. 싸대기는 연례행사고 멱살은 달례행사라 합디다 허허허 -



-아주 잘나가는 놈들은 하나 건너 알고 있지요 .. 베인이니 보스턴이니 맥킨지니 컨설팅 펌이단가 .. 골드만 삭스라는 투자은행이라던가 ..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라는데 ,  그 사람들 말로는 또 고충이 대단하다더라구요 자기 생활이 없다면서 .. 이혼율이 무지막지하다는데 거기다가 또 짤리기는 엄청 쉬워서 삶이 전쟁이라 하더라구요 허허허 


고급 공무원 시험 합격한 친구놈도 .. 그렇게 힘들게 통과해놓고서는 안에서 업무에 치여 인사에 치여 .. 그렇게 살다가 아랫 기수 하나가 자기보다 먼저 승진했다고 싹다 옷벗고 내려왔다고 하더라구요 참 웃기지 않습니까 ? 밥그릇을 허허허 그렇게 어떻게 그러다가 공무원하면서 아는 기업 이사로 갔는데 그 친구는 구속당하더라구요 허허 연금도 얼마 안나오지 .. 쪼들리길래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후배들한테 압력을 좀 넣은 거 같던데 .. 불쌍한 친구지요 .. 


죽어라 회계사 공부하던 친구도 , 죽어라 공부하고 , 죽어라 일했는데 연봉이 안 오른다고 지금은 그냥 아버지 가게나 이어받아 하고 있지요 허허 정말 그 친구가 고기집에서 고기굽는 생각을 하면 허허 사람 인생 어찌 될지 모르는 게지요 


의대간 친구도 , 또 그렇게 열심히 살던 놈이건만 , 40살에 의대 교수달고 나서는 , 췌장암인가에 걸리지 않겠습니까 ? 그런게 그렇게 그 친구가 이쁘다고 결혼한 와이프는 바로 이혼하고 , 그렇게 겨우겨우 살아만 있습니다 .. 보스

보스 미안합니다 내가 월래 이거 글 잘쓸라고 개요 윤곽까지 다 잡고 글썻는데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망글 써놓고 도망칩니다

빨리 외출준비해야겠습니다 보스 미안합니다 글이 똥글이 되버렸네요 

만수무강하세요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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