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광장 패러디
게시글 주소: https://dev.orbi.kr/0004524170
광장
교무실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선생들이 앉아 있고, 학생은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수학선생과, 교감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선생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학생, 앉아."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학생은 어느 쪽으로 진학하겠나"
"의대."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선생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학생, 의사도, 마찬가지 힘들고 고달픈 직업이야. 환자와 병균이 우글대는 병원에 가서 어쩌자는 거야?"
"의대."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이야.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지?"
"의대."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선생이 나앉는다.
"학생, 지금 정부에서는, 이공계를 살리기 위한 여러 대책을 냈어. 학생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보람을 느낄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며, 국가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야. 우리나라는 학생을 기다리고 있어. 고향의 초목도 학생의 이공계 선택을 반길 것이야."
"의대."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선생이, 다시 입을 연다.
"학생의 심정도 잘 알겠어.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의사들의 고소득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어. 그런 염려는 하지 마. 이공계는 학생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학생의 조국과 나라에 대한 공헌을 더 높이 평가해.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해. 학생은……"
"의대."
교감이,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선생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학생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선생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옆의 상담실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네 모의고사 점수는 어떻게 되나?"
"……"
"음, 상위 1% 정도로군."
선생은,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의대라지만 막연한 얘기야. 제 적성에 맞는 것보다 좋은 데가 어디 있겠나. 의대에 간 선배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적성에 맞는 걸 하는 게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 학생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알아. 공대, 자연대 나와봤자 먹고살기 힘들고 또한 일이 매우 고달프다는걸 누가 부인하나? 그러나 공대는 너의 적성에 맞어.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기가 원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 소중한 것이지. 학생은 과학고 생활을 통해서 그걸 느꼈을 거야. 인간은……"
"의대."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냐. 다만, 내 제자, 우리 학교의 한 학생이, 적성과 소질에는 상관없이 의대에 가겠다고 나서서, 스승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나. 우리는 이곳에 조국의 부탁을 받고 온 것이야.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이공계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의대."
"학생은 IMO에서 금메달까지 받은 영재야. 조국은 지금 학생을 요구하고 있어. 학생은 이공계 위기에 처한 조국을 버리고 떠나 버리려는가?"
"의대."
"우수한 학생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이지.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나?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 학생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학생 백을 잃은 것보다 더 큰 국가의 손실이야. 학생은 매우 똑똑해. 한국의 과학기술계는 학생 같은 영재들을 매우 많이 필요로 해. 나는 학생보다 인생을 더 살아봤다는 의미에서,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하고 싶어. 이공계의 품으로 가서, 한국의 과학기술산업을 이끄는 일꾼이 되어주길 바라네. 적성에 맞지 않는 의대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학생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네. 나는 학생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어. 뭐 어떻게 생각지 말아. 나는 조카처럼 여겨졌다는 말이야. 만일 공대로 진학하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어. 어때?"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교무실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의대."
선생은,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담임을 돌아볼 것이다. 담임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선생의 상담기록부의 지망학과란에 ‘의예과’를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친구가 보여줬는데 너무 웃겨서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ㅋㅋ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수학 4등급만 받으면 2 0
쫀득하게 인서울 할 수 있는데
-
엘든링 왜 자꾸 멈추지 1 0
컴퓨터 좋은건데 씨발
-
목 졸라줘 5 1
켁켁켁 숨막혀 ㅜㅜ
-
시험지에 따라서 난이도가 가장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번호같음....
-
개쉽게 풀리는데 이거 맞나
-
정시로 갑시다 8 0
내신반영을 노려서 내신 깡패 정시러
-
나왔어 12 0
다시감 근데 저게 왜 이륙햇냐
-
갑자기생각난썰 1 1
고1 2학기 학급회장선거때 후보가 2명이엇는데 그 친구들 둘이 합의하고 한명이...
-
그만하고 잘까 1 0
흐름이 끊겨버렷네
-
세기말 수능 1 1
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
강은양t 0 0
현역 고3이고 작년까지 모고 3~4등급 나왔는데 지금부터 강은양t 들으려고 합니다....
-
2시열차 1 0
출발
-
지금 강민철 현강 다니고 있는데 저랑 너무 안맞는 느낌이 심하게 들어서...
-
뭘 해야하나요 0 0
이번에 고등학교 2학년 된 이공계 지망하는 지방 일반고학생입니다. 생기부를 제대로...
-
이게 오르비를 재밌게 오래하려면 10 4
수험생활을 지속해야 함
-
에ㅔㅔㅔㅔㅔㅔㄴ들리스레인ㄴㄴ 0 1
폴온마이헐트 코코로노 키즈니ㅣㅣㅣ
-
내 이상형 중단발에 속눈썹 1 0
-
우와 보추야동 많이떴다 2 2
보다자야지
-
심심한데 무물보 5 0
응애 나 아가학생
-
본인 물1 점수 꼬라지 0 1
3모 48점 (99) 5더프 47점인가였는데 시험이 어려웠어서 전국석차 30등쯤...
-
오후8시부터자다가깼더니 1 0
다시잠이안오네.. 비상..!!
-
생각나는구나
-
ㅇㄴ근데 0학점 패논패과목을 오ㅑㄹ케 빡세게시켜 0 0
그냥 좀 봐주면 안되나
-
시발점 한 다음 스블 0 0
고2이고대수 개념원리, 쎈, 고쟁이 했습니다개정 시발점 사놓은 게 있어서...
-
러셀 외부생 더프 성적표 0 0
문자로 발송되나요?? 아님 직접 찾으러 가야햐나요??
-
원래 사람은 별을 쫓아 달려갈 때 가장 빛나는 법이여설령 닿지 못할지라도적어도 내...
-
저걸 어케 함 진짜 와.. 원과목 중 생1만 수능공부로 안해봤는데 안하길잘한듯
-
시발 나 개폐급임 2 1
조별과제 하는족족 내것만 교수님 피드백 나오고 술처먹다 팀원들한테 자료 제출 개늦게하고 자퇴마렵다
-
딱 한 마디만 하고 자러감 9 3
미쿠 ㅈㄴ 예뻐어~~~~~~~~~~~~
-
중앙대 가기 59일차 3 1
안녕하세요 중앙대29학번 부산사나이 이동현입니다 음 오늘이 벌써 59일차군요...
-
이제 좀 자보실까 11 1
음음
-
리젠존나느리네 1 0
오르비망함?
-
너무멍청해짐 1 0
ㅜㅜㅜㅜㅜ
-
생윤 진짜 1도 모르는 쌩노베인데 누구 듣는 게 좋을가여
-
15살과 엄마 그 사이는 2 0
뭐라함 급함
-
대신 연세대 가겠다 선언
-
작년 10모 20번 0 0
이렇게 푸는거 맞나..?
-
위키하우 도움 ㅈㄴ 안되네 6 0
ㅗㅗㅗㅗㅗㅗ
-
새르비 할수록 4 0
헛소리가 늘어가는듯
-
아니 난 신라면 쳐돌이라 5 0
신라면만 먹는데….
-
내가사실은생명과학을좋아함 1 0
수능말고 그냥생명과학
-
. 11 1
-
님들 최애 과목 말해보셈 7 0
난 국어
-
님들 최애 라면 말해보셈 10 0
난 신라면
-
라면이랑 과자 안먹은지 6일차 2 0
후후
-
자지 버섯 4 0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온 버섯입니다
-
통합사회 미녀 선생님 0 0
최성주 쌤 보고 의대 가겠습니다
이거말고 정시철에 나왔던 스나광장도 격뿜이었는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