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겨울, 2022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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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1월 10일. 대입 원서 접수 마지막 날.
고백하건데, 내 점수는 그 대학을 쓰기는 형편없었다. 당시 대입은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의 허락을 받은 뒤 학교장인을 찍고 지원하는 방식이었다.(이는 졸업생에게조차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대학 지원을 할 때 학부모가 담임선생님에게 ‘촌지’를 주는 일도 허다했다. ‘이 대학을 지원할 수 있게 해 달라’면서...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무척이나 관대하셨다.
“네가 그냥 알아서 써라.”
소위 ‘백지원서’였다. 우리 반에서 백지 원서를 받은 이는 나 하나밖에 없었다. 가고 싶은 과는 사학과였다. 국사 동양사 서양사, 그리고 역사교육과 중 아무 데나 가면 좋았다.
그날 오후, 그 대학 학생회관 앞. 각 과 지원율을 벽보로 학생회관 벽에 붙였다. 매 정시마다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후 4시쯤, 지원율을 알리는 벽보를 보면서 어디를 써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는데, 파마머리(아주 뽀글뽀글한 1980년대식 파마머리였다. 유튜브에서 1984년 강변가요제에 나왔던 가수 이선희 씨의 머리를 한 번 보시라!) 대학생 하나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 지원하시려고요?”
“사학 계열이면 아무 데나 좋습니다.”
“저는 금속공학과 학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대 철학과라고 이야기합니다. 금속공학과의 쇠 금 자가 결국 철을 뜻하는데, 밝을 철 자 쓰는 철학과나 음이 같다는 의미에서요. 사학과는 공대에 섬유공학과가 있죠. 실 사 자가 섬유에 해당하니까...”(당시 학과 명은 다 그랬다. 농대에는 ‘잠사학과’(누에고치 잠, 실 사)가 있을 때였으니까...)
썰렁한 농담을 한 뒤 그는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점수가 모자라면 원서 마감 직전에 쓰세요. 지원율을 충분히 살피시고요. 들어오셔서 공부 열심히 하시면 되잖아요.”
입학한다면, 선배가 됐을 그에게 분명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을 터인데 그와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그의 조언대로 나는 참고 참았다가 원서 마감 직전에 사학계열 중 경쟁률이 가장 낮은 곳에 지원했다.
나중에 결과를 살피니, 내가 지원한 학과 말고도 법대 경영대 등에서 정말로 ‘터무니 없는 점수’가 붙었다. 내가 나온 대학의 84학번은 그래서 ‘똥팔사’라고 불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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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일.
오전 10시부터 나는 특정 대학의 지원율 동향과 낚시사 모의 지원 결과를 면밀히 살폈다. 존경하는 지인의 자제(이하 ‘A’로 표기.)가 정시 지원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내 아해가 대입을 마친 15학년도 이후 내 사전에 더 이상의 대입 고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A의 점수는 그 대학을 쓰기에는 모자란다고 낚시사는 예견했지만(‘고가’나 ‘뭐지’는 연초였다) 내 사전에 그런 것은 없다. ‘가볍게 태어났을지라도 튼실하게 자라는 게 최고’이다.
5시 마감이니 4시 30분 이후 쓰자고 A의 가족과 다짐했다. 다만, 원서 쓸 때 뭔가 문제가 있으면 안 되니, 결제 등 원서 작성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일이 없게 준비를 철저히 해 달라고 여러 차례 일렀다.
학과를 바꿔가며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1일 오후 4시 48분에 지원 작업을 시작했다. 아뿔사, 결제 방식에 문제가 생겨 신용카드로 하네 마네 몇 분이 소요됐다. 내 가족이었다면, 버럭 화를 냈을 것이다.
원서 접수는 결국 1일 오후 4시 56분쯤에 끝냈다. 그러고도 5명 정도 더 지원했다. 강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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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원서 접수를 진두지휘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월 1일 오후 6시에 발표된 경쟁률에 절망했지만, 낚시사 점공 결과를 보니 ‘문 닫는 합격과 아쉬운 불합’ 사이를 왔다 갔다 할 것 같다. 추합은 단 1명 나올 것 같고.
내 팔자인가보다. 나이 50대 후반에 내 아해도 아닌데 왜 이리 대입에 신경을 써야 하나.
어쩌면 내가 1984년 1월 10일 오후, 그 대학 학생회관 앞에서 만난 ‘그 선배’의 도움을 다른 누군가에게 갚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했던 그 선배는, ‘대학이 대학 같지 않았던’ 그 시절을 어찌 살았을까? 지금 뵌다면 그는 나에게 도움을 준 기억조차 못할 것이다. 만약 만날 수 있다면, 소주 한 잔 올리면서 “그때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선배 님”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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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평가원 피셜 확정 등급컷 (영어) 네이버 블로그 감성 글로 가봤고 한 번은...
잘 읽었습니다.
점수가 더 높은 학생이 1지망을 쫄아서 못 쓰다가 폭 나서 떨어지고, 더 낮은 학생이 그 1지망을 붙는 이런 상황을 왜 만든건지 좀 의문입니다.. 그냥 투명하게 하면 되는거 아닌가 싶네요ㅠ
혹시 현 오르비의 실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있는지 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점수를 다 공개한 뒤 성적 좋은 사람 순으로 너 어디갈래, 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고요. 그러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겠지요.
현 오르비의 실태에 대해서 저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10대 최후반, 20대 최초반 젊은이들이 건강하게 자신의 욕망과 의지, 그리고 삶에 대해 표출하는 공간이라고 봅니다. 저 같은 틀딱이 '나와 다른 세대의 세상'을 읽게 하는 데 오르비만한 곳은 없다고 봅니다.
한 10지망까지 쓸 수 있게 하고 슈퍼컴퓨터로 돌리는.. 그런 방법은 안될까요? 한 군에 하나씩 3지망만 하는건 너무 리스크가 커서ㅠㅠ
그렇게 표출하려고 하는걸 모1밴이나 메인글에서 내리는 등으로 대응하는데.. 그에 반발하면 여럿 숙청하기도 하구요. 그냥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건가요 ?
아, 그런 입시 방식을 국민이 동의한다면 그런 식으로 가야지요.
그리고 자유로운 의사 표출을 '숙청'의 방식으로 하는 것은 저 역시 반대입니다.
상대의 명예를 근거없이 훼손하는 게 아니라면 그 모든 표현 방식은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커뮤니티는 별로 열어줄 생각이 없나 봐요.. 의견 잘 들었습니당
허걱. 이 커뮤너티가 그런가요? 그렇다면 실망입니다. 가능하면 열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유로운 소통, 격함 속에서 진실되게 오가는 토론... 그런 게 좋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그 당시 눈치작전이 극성이었고, 그래서 생겨난게 88학번부터 선지원 후 시험이었는데 학력고사를 지원한 대학가서 치르는 것이었죠.
저는 89전기학력고사에서 시원하게 떨어지고, 후기학력고사를 다시 치르고 그게 지금 제 직업이 되었습니다.
예, 맞습니다. 눈치 작전. 저는 눈치작전의 수혜자였지요, 자랑은 아니지만...
전-후기 시험도 기억납니다. 단 한 번인가 시행되고 말았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소서.
선배님 후기 시험은 94년 수능 시작 전까지 있었어요.
아, 그런가요? 전후기 시험이 93학년도까지 있었군요. 제가 몰랐습니다. 그나저나 자제 분이 입시를 치르시나보군요. 저는 제가 존경하는 분의 자제 분 대입을 진두지휘하는 통에...
그렇군요. 제 아들도 이번에 재수해서 의대들어갔습니다.
와...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그 들어가기 힘든 의대를 가시다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시겠습니다. 축하에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선배님도 하는 일마다 잘되시길.
감동적인글입니다 선생님
감동은요 뭐... 그냥 옛 생각이 나서요. 제 아해 때 생각도 나고요. 그나저나 좋은 결과 있으셨죠? 이번 연도에 캠퍼스 낭만 만끽하세요. 만약 더 높게 날고자 하신다면, 꿈을 1년 더 '비축'하시고요. 응원합니다.
비축해야죠~ 처음부터 그럴각오로 산거구요ㅎ
아, 그렇군요. 그럼 당분간은 그냥 쉬십시오. 지금부터 공부해봐야 효율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잘 놀고 잘 쉬어야 공부할 힘도 난다고 저는 봅니다. 화이팅, 우리 대감 님, 응원하나이다.
쉬고싶어도 자격증공부...입대때문에... 오늘 대성패스샀습니다 선생님 엉엉ㅜㅜ 뭐 좋은날은 올거에요 저에게
감사합니다
공군 군수로 수석 가즈아~~~
응원감사합니다 선생님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