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寤寐不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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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습니다. 또 그리고 나서는 낮이 옵니다. 겨울은 봄을 잉태할 준비를 합니다. 세상은 잠잠하고, 또 고요하다 소란스러워 집니다. 대학 발표일을 잊어버렸던 저는 오늘과 같은 새벽 합격하였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을 일에 치인 피곤을 내려놓을 애쓰며 주무시고 계시던 아버지를 깨워 전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는 평생의 눈물을 다 흘렸다고 회고하시는 그런 새벽이었습니다.
이제 그 새벽이 어느덧 3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그때의 감격을 전하러 꿈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꿈에서 마음껏 울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얻기 위하여 한의대에 들어왔습니다. 안정, 금전적 여유, 사회적 지위, 평판, 위신, 높은 수준의 삶. 하지만 제 유년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발버둥 치려 애쓰는 어른을 꿈꾸지 않았습니다. 함께 하는 삶,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낮은 곳, 나의 신의 발자취를 따라 사는 삶,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삶.
오늘과 같은 새벽이었지만, 새벽은 또 저에게 다른 말을 해줍니다. 한동안 한의대를 선택하며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유년의 꿈을 오늘에서야 다시 만났습니다.
아마 저는 현대 의학에서 불치라 명명한 여러 질환들을 고치지 못할 겁니다. 또한 만성병으로 고통속에 사는 환자에게 어떠한 처치를 해줘야 할지 고민할 겁니다. 내 사랑하는 아버지가 말기 암으로 돌아가시는 걸 무기력하게 지켜보며 오열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한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평범한 이웃들과 함께 울고 웃고 또 그들을 격려하며 신이 내게 허락한 만큼을 하다 생을 마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한의학에서는 어느 증(證) 하나 조차 마음과 떨어뜨려 놓고 진단하지 않습니다. 갖은 농사일로 관절이 변형되어 밤마다 시리다시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관절에 투여하는, 언젠가는 내성이 생겨버릴 마취약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한의사이고 싶습니다.
새벽이 깊었습니다. 당신의 길은 아직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입니다. 당신이 어떠한 길을 선택하든 그 무게는 당신이 생각한 것 보다 가볍습니다. 한의대를 가든, 공대를 가든 어디를 가든 당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사랑할 수 있다면, 아마 당신은 앞으로의 길에서도 타인을 사랑하고 또 우주를 감싸안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고생많으셨고, 또 앞날에 무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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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정합니다
한의대 되신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훌륭한 한의학도, 그리고 한의사가 되셔서 인류에 이바지 해주시길 바랍니다
님의 앞날에 무운을 빕니다^^
히스토리님은 꽤 고학년이신걸로 압니다. ^^;
아하ㅎ그렇군요;;; 제가 오해한듯....합격이라 하셔서 당장 생각난게 이런거 밖에 없었네요...제가 심하게 색안경을 끼고 있었군요 ㄷㄷ
그러고 보니 3년되셨다고 쓰셨네요...제가 글을 제대로 안읽었어요 너무 죄송합니다
진료받는 환자들의 마음을 데워주는 그런 멋진 한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