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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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Another class 화학 II 저자 나아암입니다.
어느새 다사다난한 2021년이 다 지나가고 2022년이 오고 있네요.
얼마 전에 간단한 인사글로 찾아뵈었는데, 오늘은 2021년의 마지막에서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수능이 끝나고 힘든 날을 보내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조심스럽게 글을 남겨봅니다.
그 때의 제가 그랬듯이 다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 때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제 글을 보고 힘을 얻으실 분이 있을까 해서 용기내서 글을 남겨봅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제 고3때의 수험 생활 이야기에요. 조금 깁니다.
2022년의 내가 2017년의 나에게
지금이야 그나마 많이 나아졌지만, 대학교에 들어 간 이후에도 이 때의 기억은 가끔씩 꿈에도 나와 기억을 되살리곤 합니다.
어느 새 꽤 오랜 꿈이 되었는데, 그 당시엔 대학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수학을 공부하는 건 물론이고, 꼭 수학책을 내서 정보나 환경의 문제로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그런 제 꿈은 서울대 수리과학부였습니다.
6월, 9월 모두 누적 백분위 0.4%, 0.2% 정도로 수리과학부를 가기에 조금 모자라거나 적당한 성적을 받았었고, 서울대 지역균형전형도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불안하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를 기대해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 수능이 끝난 후부터는 한 계단, 한 계단 굴러 떨어지듯 모든 게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수능 본 당일 날, 화학2 4등급과 국어 85점이라는 점수에 수능 끝난 날 바로 의대 논술 4장이 사라졌고
보험이라고 생각했던 연대 수학과 학종은 1차부터 떨어지는 이변이,
1학년 때부터 꿈이었고 수능 날부터 한 달을 꼬박 기다렸던 서울대 수리과학부는 성적 발표와 함께, 국어 1점 차이로 3등급을 받아서, 결국 31114라는 등급으로 최저에서 떨어졌고
마지막 남은 카이스트 최종 합격만을 기다렸지만 안 좋은 소식은 같이 온다고, 이루어질 리 없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일말의 희망이라도 없었으면 그렇게 너덜너덜해지지는 않았을까요?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그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한 끗 차이로 계속 떨어지니까, 남들이 보기엔 저렇게 한 줄의 실패이겠지만 내겐 정말 간절했는데. 내가 그렇게 운이 없는 건지,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건지 싶었습니다.
다른 대학보다는 성적 발표날 등급컷이 올라서 서울대를 떨어졌을 때 가장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서울대는 중학교 때의 나와는 달라지겠다고, 꿈을 꼭 이뤄보겠다고 생각하며 가졌던 목표였는데, 결국 3년 동안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모든 수시가 끝나고 1월 달에는 도저히 학교 친구들은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아무도 못 만나고 늘 방에만 있었습니다. 만나게 되면 혹시라도 결과에 대해 물어볼까봐... 당시엔 그 물음에 솔직하게 답할 자신도, 그 앞에서 표정을 관리할 자신도 없었거든요. 그때는 다소 오만하게도 나는 이 정도 대학은 가야한다는 자존심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걸 이루지 못한 내가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학교 친구들이 아닌, 지금까지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고 지냈지만 그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네요. 만나는 순간은 즐기고 오더라도, 집 오는 길에 그 처지가 다르다는 걸 자각할 때쯤이면 뭐하고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나는 아직 멈춰 있고 싶은데, 사실 원래의 꿈대로였다면 지금 이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을 텐데 시간은 기다리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가더군요. 누군가에겐 멈췄을 수능 시계는 나에게는 그 순간에도 돌아가고 있었고, 아무리 멈춰 있고 싶어도 재수 학원을 알아봐야 하는 시기가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아직 나는 공부를 잘 한다고, 내가 이렇게 된 것은 운이 없었던 것이라고, 꼭 다시 한 번 내 방식대로 해서 틀리지 않았다고 증명해 보일 거라고 악에 받쳐 독학 재수나 자습이 많은 학원들을 알아보곤 했습니다. 고민하던 내게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OO아. 엄마가 명문 학교는 못 보내줬어도 명문 학원은 보내줄테니까, 한 번 다녀보자.’
이 한 마디에 강대로 결정하고, 그 때 강대 상담할 때 성적표 쓱 보더니 첫말이 ‘주위의 생명체나 지금 밟고 있는 돌에 대해 궁금하지 않니?’ 같은 소리하면서 화학2를 포기할 것을 권유하고, 고등학교 선생님들까지 화학2 하지 말라고 다 그랬는데, 결국 서울대를 가려면 힘든 길이란 걸 알면서도 할 수 밖에 없었네요. 꼭 가고 싶었으니까.
정시 원서를 쓰려니 내 성적으로 써야 하는 대학을 인정해야 하는데, 고민 끝에 결국 서울대 수리과학부 – 연세대 수학과 – 중앙대 수학과를 썼습니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내 꿈을 포기하질 못 하겠더라고요. 사실 끝내 중앙대를 썼다는 것이 당시의 나에게는 너무 부끄러워서 누구에게도 말을 못했던 이야긴데, 중앙대 수학과는 정말 최소한의 타협이었습니다. 수학과를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과, 내 성적과의 타협. 수학과 한 학기 다녀보고 반수하겠다는 생각.
하지만 그런 생각마저 비웃듯이 중앙대 수학과마저 떨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국어 말고 어느 과목에서라도 1점이라도 높았으면 되었을텐데. 영어 듣기 실수든, 수학 첫 4점 문제 실수든, 화학이든, 국어든 정말 단 1점만 높았으면 되었을텐데.
재수를 한다는 선택지조차도 내 선택이 아니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내 처지를 그제야 자각하며, 자리에 앉는다.
정시로 서울대 수리과학부를 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걸 알기에, 지균이란 기회도 없어진 지금은 얼마나 먼 길을 돌아갈까 생각하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당시에는 그것 말고 대안도 없었으니까, 앞으로 1년 있는다 한들 무엇이든 확실한 게 없으니 불안했습니다.
그런 생각에 첫 한 달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어느덧 작년 겨울의 아픔과 분노, 우울감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난 뒤에, 그제서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결국 좋든 나쁘든 1년이란 시간은 이렇게 주어졌고, 그 결과 내가 서울대 수리과학부를 갈 수 있을지는 모르고 1년 뒤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건 지금 내가 고민해봐야 바꿀 수도 없는 거고,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성적을 올리는 것 밖에 없으니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수능 보고 그 운명에 맞게 잡생각은 그 때 하자.
이렇게 생각이 들고 나니까, 결국 제가 할 일이 간단해졌습니다. 비록 상처는 있을지라도 그건 지나간 것이고,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결국 다른 생각 말고 공부하는 것 밖에는 없더라고요.
물론 그렇다고 당연히 쉽진 않았습니다. 모의고사를 잘 봤었으니 잘할 거라는 그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6, 9평은 오히려 전년도보다 못 봐서 집에 가서 울기도 했고, 화학2가 힘들 때마다 생명과 지구를 추천해준 그 상담쌤의 얼굴이 아른아른 하더군요. 수학을 정말 잘하는 친구도 여기 와서 처음 만났어서 내가 계속 그런 꿈을 꿔도 되나... 싶기도 했고요. (사실 이게 나중에 수학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은 계기가 됩니다.) 다행히 10월, 11월로 갈수록 빌보드 첫 줄에 들기 시작했지만, 작년의 경험으로 묵묵하게 공부하고 수능날까지도 그저 실모를 푸는 많고 많은 날 중 하루라고 생각하며 공부했습니다.
실력도 모자란 주제에 자존심은 세서 실수도 무리도 많았던 첫 수능에서
1년 동안 정말로 열심히 했고 내가 잘 한다면 수능도 그에 걸맞게 나올 거라 생각한 두 번째 수능까지.
결국 저는 두 번째 수능에서, 저는 6번의 모의고사 중 커리어하이를 받았습니다.
그 해에도 물론 수시는 전부 불합했습니다. 전년도에 떨어졌던 대학들을, 이번에는 가지 않아서요.
비록 지금까지의 원동력이었던 원래의 꿈을 재수하면서 포기하고 의대에 가게 되었지만, 살면서 꿈도 못 꾸던 서울대 의대에 그렇게 입학했고, 그것이 16패 후의 정말 값진 1승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입시 이야기였습니다.
그 때에는 그렇게 힘든 순간을 보냈던 것에 울분을 토하곤 했지만, 어쩌면 그 때의 그 아픔까지도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게 해준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대학을 떠나서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사람 됨됨이도 안 되고, 그 자존심에 갇혀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이라도 그 때 만약 어느 학교에라도 붙었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고, 비록 이제 수학은 아니지만 제 꿈이었던 Another class가 나오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한때는 그 때, 첫 수능 후의 쓸쓸한 겨울에 좀 더 힘을 내도 되지 않았을까. 지금도 많이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수능 말고도 앞으로 살아갈 일이 정말 많은데 그 때 꼭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위축되어 있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요즘은 어쩌면 그 순간마저도 오히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순간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올 한해, 정말 치열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없었던 그 모든 사람들에게, 어쩌면 지금 2017년의 나와 같은 처지에 있을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남깁니다.
무리해서 이겨내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만 다시 일어날 날을 위해서라도 좀 더 자기 자신을 아끼고 있어달라는 말은 드리고 싶네요... 이대로 계속 슬퍼하기에는 아직 우리 아직 보여줄 게 많잖아요.
그러고 언젠가 시간이 지나 아픔에서 벗어나 힘을 낼 수 있는 때가 된다면... 그 때만큼은 그간 아팠던 것이 헛되지 않을 만큼 굳세게 일어나 주세요. 여러분의 노력은 절대 헛되이 사라지지 않았을 거에요. 지금 당장은 막막하고 불안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잘 이겨내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을 받을 것이고, 바로 여러분이 그렇게 만들 거라고 믿습니다.
새해에는 더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그리고 그 모든 노력들이 결국 값지게 돌아오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2021년의 마지막을 떠나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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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화가..진짜 멋있으세요..!!

멋지십니다202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화투갤!화투갤!화투갤!화투갤!화투갤!화투갤!
대단하십니다...
저도 이번에 화2 준비하는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선생님 항상 응원합니다
아 ㅠㅠㅠㅠㅠㅠㅠ
언제나 제 든든한 무기가 되어주리라 굳세게 믿었던 국어에게 발등이 찍힌 학생으로서 정말 가슴에 와닿네요...ㅠㅠㅠ
실채점이 가채점보다 백분위가 5가 날아가고 기도했던 논술마저 나가리가 되면서 너무나도 슬펐습니다
어찌어찌 원하던 대학이 아닌 다른 곳에 가게 될 것 같은데...그곳에서 열심히 살아봐야죠...인생사 새옹지마라고, 10년 뒤의 제가 올 겨울의 저를 되돌아볼때 아프지만 그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네요...
ㅎㅎ 그때 아마 강대 10반이셨던가.. 장성문 선생님 수업 시간에 오며가며 봤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스토리가 있으셨다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아마 기억은 못 하실 수도 있지만, 화2 공부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언젠가 한번 카톡으로 푸념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생각지도 못하게 성심성의껏 쓰신 장문의 답장이 와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된것 같네요. 힘들었던 마음도 추스르고 다시 달릴 수 있었고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좋은 책 써주셔서 올 한해 공부에 정말 도움 많이 되었고,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훌륭한 의사가 되어주세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아암! 나아암! 나아암!
이글읽고 화2 계속하기로 맘먹었습니다....
작년 한해 너무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스승님으로서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