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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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행운을 빈다는 말을 한 건데, 엉뚱한 일이 벌어집니다. 모 기자가 이 말을 정반대로 해석하여, 운이 없기를 빈다는 저주로 소개한 것이죠. (참고로 운이 없다라는 뜻의 무운(無運)은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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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운’은 전쟁 따위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를 뜻합니다. 옛날에는 전쟁에 나가는 무인에게 행운을 빈다는 뜻으로 ‘무운을 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데 현대에는 선거에 임하는 정치인에게도 이 표현을 유추적으로 쓰곤 합니다. 선거나 전쟁이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기 때문이겠죠.
무인에게 무운이 있다면, 문인에게는 문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람에게 행운이 따르길 바라는 의미로 ‘문운을 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갓 공무원으로 임용된 사람에게는 관운을 빌 수 있습니다. 관리로서 출세하는 데 행운이 따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운을 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군인은 무인이면서 공무원이므로, 무운과 관운을 함께 빌어주면 됩니다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재운을 빌 수 있습니다. 물론 재운보다는 재물운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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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그 기자분이 기운 내시길, 비아냥들을 툭툭 털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누구나 어휘 실수를 합니다. 참고로 저는 生삼겹살 식당에서 왕삽겹살 3인분 달라고 외쳐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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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로 이준석 씨가 선출된 후 그가 쓴 책들을 쭉 읽어봤었습니다.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국어강사로서 그의 어휘력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다음은 사진의 두 책에서 몇 문장 골라낸 것입니다.
"그래서 얻게 된 다양한 정치적 경험의 자산은 개인 이준석이 [전유]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젊은 세대는 자연스럽게 진보적 가치들을 지지할 것이라는 오만함 속에서 [조로]해버린 민주화 세대"
"지금 젊은 세대가 어려운 것은 상대 세력 때문이라고 [면피]를 위한 선동을 해왔다."
"젊은 [딜레당트]가 정치를 거시적 관점에서~"
"배나사에서는 위에 열거한 원칙들 이외에는 복잡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다. 이른바 '[약법삼장]'인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짧아서 재벌에 의해 직접적인 [위해]를 당한 적이 없는 나는~"
“한국 정치는 [율사]들의 [카르텔]이 정치 발전을 막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괄호 속 단어를 모두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겁니다. 또 아는 단어일지라도 말이나 글에서 사용해본 경험은 극히 드물 거고요. 저도 국어강사로서 시험 지문을 통해 이 단어들을 접해봤을 뿐, 어디 가서 쓴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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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징하게 직조’로 논란(?)이 된 이동진 평론가는 서울대 졸업 후 10년 넘게 조선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나이도 50대이므로, 젊은 사람들이 잘 안 쓰는 어려운 한자어를 썼다고 하여 어휘력 자체에 놀랄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과학고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30대 후반의 정치인입니다. (참고로 저와 동갑입니다.) 삶의 궤적을 고려하면 어휘력이 좀 부족해도 이해할 법한데, 사용하는 어휘 수준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아마 적극적으로 독서를 하며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테죠. 그래서 기자들도 잘 모르는 ‘무운을 빕니다’ 같은 표현도 쓸 수 있었던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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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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