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Paul Feyerabend [650144] · MS 2016 · 쪽지

2020-09-06 19:23:10
조회수 4,090

연대숲 -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평론

게시글 주소: https://dev.orbi.kr/00032015602

연대숲 #68778번째 외침:


#정치이슈


무죄추정의 원칙은 그냥 형사소송법 상의 원칙일 뿐이다. 검사가 모든 범죄 사실을 증명해야한다는 원칙이며 그 취지는 아무나 국가 형벌의 무고한 피해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롭다고 믿고 정의를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 민주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든 유죄로 추정할 수 있고, 간주할 수도 있다. 그것은 개인의 신념이니까. 


그런데, 그런 개인의 신념을 굳게 믿고 '징벌을 내릴' 권리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없다. 다만 국가가 징벌을 내릴 권리를 가지고, 검사와 판사가 하나의 기관으로서 그러한 권리를 작동시킬 뿐이다. 이를 우리는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한다고 말한다.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밑그림이자 최고 규범인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삼권분립으로서 나타난다. 사법부는 비록 느릴지라도,  신만이 알 수 있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여 매일 수많은 기록을 더듬고 끝도 없이 의심하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형벌권이라는 거대한 폭력이 어긋나게 만들지 않도록 노력한다.


개인이 휘두르는 보복의 칼은 감정적으로 만족스러울지도 모른다. 분노와 울분을 잠시나마 씻겨나가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는 감정에 의해 돌아가지 않으며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에너지로 가득찬 사회는 곧 보복의 비명과 피로, 분노와 한으로 그 에너지를 대체시킬 뿐이다.


사회는 마치 거대한 기계와 같다. 인간 하나가 끼어들어서 그러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모든 현대 비극의 시작이다. 국가는 사회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개인을 찢고 뭉개어 핏물만 남지 않도록 길을 만든다.

사회는 거대한 물과 같다. 사람이 물을 떠나서 살 수는 없지만, 그 물에 빠지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냥 지치고 젖어들어 무의미하게 죽어갈 뿐이다. 국가는 사회라는 거대한 물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가지 않도록 제방을 만든다.


그 제방이 있는 길은 제도이고 법률이다. 그리고 그 길과 제방은 이성이라는 콘크리트를 부어서 만든다. 따듯하고 부드럽지는 않아도 언제나 튼튼하고 굳건하게 우리를 지켜왔다. 그리고 그 길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은 우리들이다. 우리가 국가에게 권력을 위임했든, 국가로부터 권력을 뺏어 우리 손에 쥐었든, 그 뿌리는 우리들의 합의인 것이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 이후, 대한민국은 그러한 콘크리트를 부수려 하고 있다. 누군가는 자경단이 되고, 누군가는 분노한 군중이 되고, 누군가는 그런 목소리를 타고 성공하기 위해 콘크리트에 곡괭이를 박아넣고 있다. 점점 제방은 무너지고 그들은 그 물과 톱니바퀴가 반사하는 밝은 빛만을 노래하며 콘크리트를 지키려는 국민을 화형대에 묶고 있다. 그리고 그 화형대로 환하게 불을 밝혀 밤낮 없이 콘크리트를 깨나가고 있다.


교도소는, 국가 형벌권의 최후수단이며 국가가 집행을 유예하는 것은 그 최후의 수단이 가볍게 이용되게 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 교도소를 한 번 가기 위해 형사사법기관들과 사법부는 혹시나 자신의 손으로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않을까 수많은 고민과 스트레스로 밤을 지새운다. 그것이 그들이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며, 그들이 감히 정의를 논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가볍게 정의를 입에 올리며 자신이 곧 정의라고 하며 거대한 곡괭이를 들고 콘크리트를 부수고 있다. 그렇게 그 부수어진 콘크리트에서 튀어나온 물길과 톱니바퀴에 한 학생이 찢겨 죽었다.


콘크리트를 든 자는 '그가 진정으로 나쁜자가 맞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죽을 이유는 되지 않으며, 그의 죽음에 기여한 누군가가 떳떳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이 노래하는 톱니바퀴와 물길의 세상 속에서는 그것이 이유가 된다.


21살이다. 아직 인생의 짧은 황금기인 대학생활을 반도 경험해보지 못한 친구이다. 어떤 종교의 저승이라도 그가 살아온 인생의 무게보다 살아갈 인생의 시간 쪽으로 저울이 기울 것이다. 그런 사람이 죽었다.


私人이 만든 교도소에 갇혀 죽었다. 死因은 심장마비다. 그 사인이 무엇이든 그것이 자연사인가? 타살이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은것인가? 고문당해 죽은것이다.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19세의 아직 제대로 타보지도 못한 새하얀 팔과 다리처럼 19세의 새하얀 정신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들은 무슨권리로 형벌권을 손에 쥐었는가. 나는 그것을 국가에 주었을 뿐이다.


그들은 무슨 논리로 정의를 취했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찾기 위해 밤을 지새는데.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