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BUZZ 민경훈 [873151] · MS 2019 · 쪽지

2020-06-25 00:34:34
조회수 603

독재에서 번호 딴 썰(6).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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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꺼낸 말은

'미안하다' 였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예쁘고 착하고

날 좋아해주기까지 하는데

무조건 사귀는 게 맞지 않냐고.


물론 예쁘고 착하고 다 갖춘 사람이었다.

근데 막상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가 될 자신이 없었다.


언젠가 헤어지더라도

만나는 동안에는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람,

인생의 일부를 전부 공유할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다.


내가 기댈 수도, 의지할 수도 없는

그저 함께 있는 게 즐거운 친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b누나는 의외로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자기가 너무 섣불렀던 거 같다며,

대신 앞으로도 잘 지내자고 했다.

아예 안 볼 생각은 나도 없었기에

지금까지도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이 이후로 한 2주 동안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수능을 망친 후에 밀려오는 자괴감,

미래에 대한 고민들과 막막함으로

거의 폐인처럼 의미없는 하루하루를 지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A누나 생각이 많이 났다.


수능 끝나고 왔던 연락을

본의아니게 바로 보지 못했지만,

조금 늦게나마 다행히 답장을 보내서

별로 의미없는 연락을 유지하고는 있었다.


나도 모르게

A누나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평소에 늘 나에게 해주곤 했던

누나의 따뜻한 말들이 듣고 싶었다.


그런데 나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 있어서,

이런 나조차도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딱히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멀리 있다고 소홀하게 대했던 내가

이제 와서 누나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만나자는 말이 무척이나 하고 싶었지만,

누나가 만나서 놀자는 얘기도 거절한 채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의 2주만에 집에서 나와

정처없이 발길 가는 대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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