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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짝 [246718] · MS 2008 · 쪽지

2012-08-12 02:46:58
조회수 429

스물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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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물세살 입니다.

원래 놀기 좋아하고 책과는 거리가 멀던 제가 공부한답시고 독서실에만 하루종일 앉아있으니 

공부는 제대로 할리가 없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린지가 벌서 몇개월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동생입시 핑계로 잠시 들락날락하던 오르비를 시작하게 됐고, 올라오는 글마다 댓글을 달고 히히덕대면서 

내가 인생의 바다에 어디쯤에 있는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파도가 몰려오는지 폭풍이 오는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넋이 나간 채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평소 심상치않은 댓글을 남겨오시던 최선생님 imin을 따라 여행을 하던 중 

rester라는 분의 댓글을 읽고 아, 이분 참 말 잘허는구먼 하고 구경을 또 한참 하다가. 골드문트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이 분이 쓰신 이 댓글
댓글 (1)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것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댓글 달면서 저처럼 잘란척하거나 , 나 좀 안다고 까부시는 분들의 경우 
아직 수양이 필요하신 분들이고,그분들을 보며, 나도 이래야하지 않을까 라고 조급해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최소한 제가 8년을 넘게, 이곳을 가끔씩 지켜보고 있지만, 동시에 안다고 하시는 분들을 봐왔지만,) 
20대에 뭘 좀알았다고 남들이 보는 공공연한 장소에 ,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사람은 , 아직도 
공부를 덜 한겁니다. 저처럼. 왜냐면, 자기 주장을 그렇게 자신감있게 개진할 시간에, 자신의 의견에 
부족함이 없나, 논증에 틀린것이 없나, 이것은 더 공부해야하지 않나라고 자신의 모자람을 체우기 
바쁜게 "배우는 사람"이고, 20대에 해야하는 것은 그 배움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뭘 잘 알거나,그걸 잘 말하는 것을 부러워하시거나, 그렇게 하시려고 애쓰지마시고, 조급함도 느끼지 
마시고, 천천히, 내 옆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를 아주 성실하게 귀기울이려고 
노력만 한다면, 자기도모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슬기롭게 할수있는 사람이 될겁니다. 그것이 언제나 
기본입니다. 주제넘게도 책을 추천하자면, 서광사? 에서 나온,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돈 이라는 하얀 
양장본책을 사셔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대화로 이뤄진 책이라,읽기편하실거고, 아마 그 책이 가장 
이 시대에서 가장 말잘했던 사람들의 대화록일겁니다. 참고하시길....제가 술에취해 주제넘게 이런글 
남기네요.

허락없이 인용해서 죄송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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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댓글을 읽고 좀 부끄러움을 느끼다가. 

댓글(2)
 여기서 추천해준 좋은 책들이 많습니다만, 사실 좋은 책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합니다 
보통 아직 경험이 부족하거나,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오류 는, 
자신들이 읽은 책을 나열하거나, 그 책의 지식에만 의존하여,세상을 바라보거나 논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고,그런 점에서 양질의 책을 읽는 것보다, 양질의 태도를 가지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사실 언제나 좋은 책과 나쁜 책을 선별하는 기준은 오직 한가지입니다. 

그것은 "시간"입니다. 자연스럽게 시간은 수많은 책들중에, 끝까지 사람에게 남아야할 것과 
단지 시류와 트렌드 위에 있는 정보들을 구분해줍니다. 매월마다 버려지는 책과, 매십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며 다시 읽혀지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 책을 찾아 읽으세요.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사람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에는 어떤 "가치"가 있기 마련 
입니다. 문학,과학,사회학,정치학, 시간이 지나 자극은 줄어들었지만, 분명 어떤 가치가 
숨겨져있기 나름이고, 그것은 모든것도 쓸어가버리는 세월도 막지 못한 가치 입니다.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이 가장 좋은 출발점이며,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어떤 책을 읽게 되었을때, 그 책이 마지막에 
질문을 남기는가 아니면, 마침표를 남기는지, 자신을 잘 살펴보시기바랍니다. 그 남겨진 질문이, 
읽은 책 다음의 책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됩니다. 그 화살표를 성실하게 따라가면, 자연스레 책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이지, 삶에 대한 지식이 아닙니다. 
알고 자 하는 능력이 중요한것이지, 무언가를 알고 있는 암기력이 중요한 것인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런 시대"에 왜 "책"을 읽고자 하는지 부터 
분명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어떤 책을 읽기 전이든, 자신이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나는 왜 이 시대에 이 책을 읽고 있는가? 나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라는 질문을 성실하게 던지고 답하려고 "노력"하세요. 

물론 답은 언제나 "없습니다" . 20대는 답을 얻고 논하는 시기가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며,책은 그 질문을 답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읽어나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스무살을 시작하는 모든 대학생 분들이 참 "부럽습니다".


이 댓글도 읽게 되었습니다. 

골드문님의 1번 댓글로 이미 개피가 된 저는 
2번 댓글을 읽고 HP가 바닥나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여태껏 사진관에서 짧은 지식과 내가 알거나 들은 편협한 시선과 사실을 가지고
우쭐댄 적도있었고 심지어는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분을 인용한 적도 있었습니다.

대학 와서 2년동안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동아리, 연애나 한 제가 무슨 밑천이 있겠습니까. 

골드문트님의 댓글들을 읽고 뭔가 많이 부끄러워지더군요
또 골드문트님이 지금의 나보다 한 살 어렸을 때 쓰신

이 글들을 읽으니 '황금같은 20대 초반을 나는 무얼 하며 보냈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오늘은 어젠가 그제 uprising 님이 제가 박정희 경제발전에 대해 '
신격화할 건 없다. 평타 정도이고 세계 헌법학자들이 다 비웃는 유신헌법 해 가며 독재했으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했다'

라는 취지로 단 댓글에 대해 반박을 쓰셧길래 

그걸 논파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오늘 골드문트님의 주옥같은 댓글들을 보니 

내가 몇 십년전 통계 뒤지고 거시책, 경제성장이론 뒤지고 석학들이 한국 성장에 대해 얘기한 것들 뒤져 
그 댓글 하나 논박한다고 해서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되나 싶었습니다.

오르비 사진관에서 댓글놀이 하면서 뭐랄까 좀 겉멋이 든 것 같기도 해요 
원래 어려서부터 주목받고 자라서 겉멋이 많이 들긴했지만 ㅋㅋㅋ 

여튼 결론은 이제 좀 자제하고 제 본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오르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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