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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지하게 [946507] · MS 2020 · 쪽지

2020-04-13 15: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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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기(수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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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전날 부터 잠이 오질 않았다. 비록 이미 한번 경험한 시험이지만, 뭔가 새롭다는 생각이 들며, 잠자리에 누워도 시덥잖은 생각이 계속 떠올라 잠을 청하지 못했다. 내일 시험에 대한 생각보다는 의미없는, 공상과 같은 생각을 자꾸 하게 되었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 빨리 자야한다는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아침에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즉각적으로 몸이 반응했다. 평소에는 알람이 울려도 꾸물대며 일어나던 몸이, 명정한 정신을 가진채 침대에서 일어났다. 수능날 아침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는 지금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잠이 들기 까지의 과정이 기억나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알람을 끄고, 씻고 밥을 먹으러 식탁에 앉았다. 이미 부모님께서는 일어나 드신거 같았다. 아침을 먹고 수험표,신분증 등을 챙겼다. 어제 저녁에 책상 위에 올려 놔서 가져가기만 하면 됐으나, 다시 한번 확인하고 옷을 갈아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배정되었기에 원래 계획은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으나, 아버지께서 병원 가시는 길에 태워주신다고 하셨으니 감사히 타기로 했다. 


 차에 타자 싸늘했고, 옷깃을 여몄다. 수능한파라더니, 며칠전 까지는 포근했던 날씨가 순식간에 바뀐것을 차에 타자 느끼게 되었다. 입에서 김이 나올 정도의 추위는 겨울들어 처음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며 차가 출발하자, 의외로 심란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밥 먹기 까지는 차분했기에, 끝까지 차분할 줄 알았으나, 불안함은 의외로 가까이 다가왔다. 불안함은 배정된 학교에 다가갈 수록 심화되었고, 작년 수능보다는 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도중, 차가 꽉 막힌 곳에 도착했다. 앞에서 차량 통제하시던 분이 여기서 부턴 걸어가지 않으면 늦는다고 외치고 있었고,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더욱 불안해졌다. 그냥 내려서 걸어가겠다고 했고, 내리기 전에 심리 안정제? 같은 약을 하나 먹었다. 잘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 차에서 내리자 다시금 추운 날씨를 실감하게 되었다.


 즉효성 약은 아니기에 바로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걸어가면서 점점 차분해졌다. 약효는 30분 후 즈음에 발휘된다고 들었기에 차분해짐이 날씨 때문인지, 약효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인지는 모르겠다. 학교에 도착하자 빼곡히 적힌 글씨들 중 배정된 반을 찾았고, 5층이라는 사실이 귀찮았다. 5층 까지 올라가면서 많은 학생들이 뭔가 책이든, 종이든 들고 몇몇은 중얼거리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반에 들어가자 몇몇 시선들이 느껴졌으나, 대부분은 자신의 공부에 빠져있었다. 자리를 찾고 앉아 겉옷을 벗어 놓고 준비하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어깨를 잡았다. 혹시 겉옷이 뒤 사람을 불편하게 한건가? 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봤는데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상당히 반가웠고 짧게 얘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시험관이 들어와서 그러지 못했다. 


 종이 울리고 국어 시간이 시작되었다. 파본이 있는지 검사하라고 하자 훑어 보았고, 작년이랑 비슷한 난이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종이 울렸고, 화작을 풀기 시작했다. 다행히 작년의 극악한 화작의 난이도보다는 확실히 쉬웠고, 예상한 시간보다 빨리 풀 수 있었다. 기분좋게 문법을 풀려고 넘어가자마자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첫 문제부터 뭔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작년에도 문법 2문제를 틀렸기에 문법에 시간을 더 투자했었으나, 별 도움이 안된거 같았다. 필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갔으나, 다음 문제로 넘어가도 자꾸 전 문제가 생각나고, 뭔가 실수 했을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찝찝했다. 문법을 간신히 끝내고 시간을 보니 50분 밖에 남지 않은것을 발견하고 상당히 조급해졌다. 순서대로 푸는 스타일이였기에 정말 빨리 읽고 풀면서 bis지문에서 시간을 어느 정도 소모했지만, 5분정도 남아서 윤동주 시인의 시가 발문이었던 부분을 다시 한번 보고 나니 종이 올렸고, 쉬는 시간이 되었으나, 문법 때문에 계속 불안했다. 의미 없는 일임을 알지만, 친구들을 붙잡고 문법 정답을 맞추어 보기 시작했고, 차이가 있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수학 시간에 문제를 풀면서 자꾸 국어의 문법이 생각났다. 수학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았다. 10분 정도 지나자 다행히 수학에 집중하게 되었고, 1번부터 20번까지는 큰 막힘 없이 술술 풀 수 있었다. 21번은 오랜만에 보는 ㄱ,ㄴ,ㄷ이기에 긴장을 했으나, 순서대로 풀면 쉽게 풀려서 넘어갔고, 계속 풀다 꽤 당황을 한것은 부피를 물어보는 27번인가 28번 문제였다. 평가원에 오랫동안 출제되지 않던 스타일의 문제기에 당황했으나 차분히 문제를 풀기 시작하자, 결국 계산 문제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9번, 30번 역시 평이했고 문제를 다풀고 나니 시간이 많이 남아 검산을 하고, 의미 없음을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문법을 자꾸 생각했다. 왜인지 틀렸을거 같다는 생각을 하니 썩 기분이 좋지는 못했다. 종이 치고 뒷자리에 앉았던 친구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어제 산 샌드위치를 꺼내서 먹었는데 딱히 맛있지는 않았다. 기분이 좋지 못해서인지, 하루 지나서 상해가고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매장에서 먹었던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동생이 초콜릿을 줘서 몇개 까먹었지만, 잘 들어가지는 않았다. 친구가 안먹을거면 달라고 해서 나머지를 줬고, 서로 답을 맞추어 보았다. 밥을 다 먹고 다른 반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자고 해서 반을 나서자 마자 만나게 되었다. 다들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수학 답을 맞추고, 몇몇 친구는 멘탈이 나간다면서 반으로 돌아갔다. 한명의 답이 나와 엇갈려서 서로 말을 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인지, 나 자신의 풀이에 불확신이 서기 시작했고, 답답해졌다. 아래층에 수학 잘하는 친구 한명이 있다는 것을 전해듣고 찾아봤으나, 다른 반에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아서 창 밖에서 바라봐서인지 찾지를 못했다. 일말의 불안감을 지닌채 반으로 돌아가 앉고, 영어가 시작되었다.


 영어는 어릴적부터 꾸준히 해왔기에 자신감이 있어서 공부를 좀 덜한 과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만함이지만, 그때는 다른 과목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하지 않았던거 같다. 다행히 대학에서 영어로 된 수업을 꾸준히 하고 자료조사등을 했기에 수능 지문을 읽었을때 이질감을 크게 느끼지는 않았다. 다만 오랜만에 보는 빈칸 추론과 같은 문제를 풀면서 헷갈리는 선지들이 한,두개 정도 있었고, 그러한 것을 남겨두고 다 푼뒤 다시 선지를 검토하니 해결할 수 있었다. 끝까지 고집하는 것보다 넘어가는 것이 나을때도 있다는 것은 작년 생1수능때 겪은 뼈아픈 교훈이었다. 시발. 영어 역시 풀고 시간이 좀남아서 고3때는 잤지만, 수능때는 엎드렸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뭔가 눈을 감아도 자꾸 상념이 꼬리를 물어 잠을 자지 못하고, 수학을 생각해보았다. 다시한번 풀었을 때 같은 정답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좀 안심하며 종이 치기를 기다렸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가 보고있던 한국사 개념서를 뺏어서 읽었고 한국사와 과탐만 끝나면 수능이 끝난다는 생각을 하며 친구들을 만나 수능이 끝나면 뭘 할거냐는 질문을 서로 던졌다. 몇몇은 게임을 할거라고 했고, 나는 여행을 갈거 같다고 대답했다.


 한국사는 쉬웠다. 다행히 평가원이 자비로워서인지는 몰라도 1문제 빼고는 아는 문제가 나왔고, 1문제는 그냥 찍었다. 애초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시험이다 보니 찍을때도 불안감이 없었다. 

 과탐으론 생1, 지1을 선택했고 생1을 먼저 풀게 되었다. 시험감독관이 봉투를 나누어주었고, 나머지 문제를 넣었다. 봉투를 분명히 작년에도 받았었을 것이나, 봉투를 처음 본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생1을 풀면서 개념 파트는 쉽게 넘어갔고, 유전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킬러가 쉽게 풀리자 긴장이 탁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큰 문제 없이, 깔끔하게 생1을 넘기자 뭔가 올해 수능은 잘 본거 같다는 망상을 하며 기분이 좋았다. 그러한 기분은 지1을 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지1은 지금까지 푼 시험중 가장 끔찍했다. 물론 난이도로만 따지면 더 어려운 시험도 풀어봤었으나, 시험장에서 느끼는 기분이란 차원이 달랐다. 개념부터 약간 걸리는 문제를 출제했으나, 화룡점정은 자료해석이었다. 자료해석이 시간을 정말 많이 잡아먹었다. 시계를 보자 더 조급해졌고, 말그대로 거의 직관을 사용하며 천체를 풀었다. 천체도 남반구라는 독특한 유형이었으나, 대비가 되어있었기에 괜찮았다. 자료해석에서 답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은 문제들이 한,두개 있었고, OMR에 마킹하면서도 끝까지 고민하던 문제도 있었으나, 시간상 긴 고민은 불가능했다. 종이 울리고, 답을 제출하고 나니 기운이 빠짐을 느꼈다. 뒷자리에 앉은 친구도 지1을 선택했었기에 같이 평가원을 욕하면서 시험감독관이 나가도 좋다는 말을 할때까지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은 시험이 끝나자 소리도 쳤지만, 나는 지학의 충격으로 소리칠 기운은 없었다. 다만 빨리 나가게 해달라는 생각만 들었다.

 

5층에서 내려오면서 교문을 나서자 수많은 학부모가 앞에 서있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만나서 서로 인사하고 말을 건네는 모습을 지나치며 교문 밖을 나서자 차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하늘은 해가 질 무렵이었으나, 기분이 가라앉아서인지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교문을 나서고 문자를 보냈다. 시험이 끝났다고. 친구랑 같이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었을때 전화가 왔다. 근처에 왔으니 차를 타라는 전화를 받자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같이 탈 의향이 있냐고. 친구는 지하철이 더 빠를거 같다면서 거절했고, 나는 차를 찾아 헤멨다. 차를 타자 어머니께서 시험은 잘 봤냐고 물어보셨고, 다니던 학교에 남아야 할거 같다고 대답한 나에게 위로라도 하듯 괜찮다고 한 뒤 더 질문을 하지는 않으셨다. 옆에서 동생은 깐족거리듯 그럼 계속 다니는거야? 라고 물어봤고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것은 처음이었다. 괜히 짜증을 부리면서 집에 가던 도중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역시 반수를 하던 친구였고 서로 잘 봤냐는 질문을 했다. 대답 역시 잘 못봤다는 대답을 서로 주고 받았고, 서로 하소연을 시작했다. 서로 밝은 어투로 망했다고 자조했지만, 내심 일말의 기대를 했기에 밝을 수 있었던거 같다. 한 30분 정도 통화를 한 뒤, 집에 도착했고 별로 채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일말의 희망을 깨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저녁으론 치킨을 시켰고, 먹으면서 채점을 시작했다. 국어는 작년이랑 같이 또 문법 2문제를 틀려서 95점을 맞았다. 수학, 영어, 한국사, 생1를 채점할 때까지 다 맞자 기분이 좋아지고, 필사적이게 되었다. 한국사 찍은게 맞았으니, 운을 다 쓴게 아닐까? 라는 비이성적인 사고를 하면서 채점하던 손을 멈추었다. 지1은 채점하기가 꺼려진 것이다. 희망을 부수기 싫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유모를 저항감이 있어서 일단 방에서 나와 거실을 맴돌았다. 부모님께서 채점을 다 했냐고 물어보셨다. 지학은 안해도 망했을 거 같다며 기대를 낮추었다. 그래도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씀에 방으로 들어갔다. 뭔가 동기를 얻고 싶다는 무의식적 행동이었을거 같다.


 지학을 채점하고 나니, 손이 떨렸다. 마지막에 찍은 문제 하나를 제외하면 전부 맞았기에 잘못 채점한것이 아닐까 의심부터 들었다. 그러나 다시 채점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그 순간 호르몬의 작용이라는게 무엇인지 확실히 체감하게 되었다. 떨리는 기분을 가라앉히고 부모님께 결과를 말했다. 잘했다라는 한마디를 하신뒤 들어가셨지만, 확실히 기분이 좋아보이셨다. 채점을 끝낸 뒤 표현하기 힘든 기분 좋음이 몸을 맴돌았고, 수능 당일 이후에도 며칠 간은 뭔가 마음이 온화했던 것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감상적이게 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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