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숲 연의생에 이은 후속제보
게시글 주소: https://dev.orbi.kr/00029321767
연대숲 #67471번째 외침:
어제 처음으로 아웃백을 가봤다는 사람의 글을 읽었다. 엄마가 죽었다는 말을 담담하게 6글자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글이 너무 아프게 다가와서인지 오늘따라 나도 힘들었다는 얘기를 할 용기가 생긴것 같다.
그저께로 꼭 9년이 지난 일이다. 그 날 나는 아버지와 함께 산을 오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게 '아버지 상태가 안 좋아보이니 옆에 꼭 붙어있어라' 말씀하셨고, 정말 어디론가 가버릴까봐 난 아버지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결국 가슴이 아프다며 평평한 돌을 찾아 누우셨다. 높은 산중이라 전화는 잘 터지지도 않았고, 119를 부른지 3시간이 지나서야 헬기 승인이 났으며, 내가 붙잡고 있던 손은 아무 의미 없던 발악이었을 뿐이었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나 가거든 잊고 살아라' 한 마디만을 남기시고 그렇게 내 손을 놓으셨다.
그 때까지 내 삶의 절반은 어머니였고, 절반은 아버지였다. 밖에서는 선생님들과도 얘기를 많이 안 할 정도로 내성적인 아이였고, 책을 친구삼았던 아이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장례가 끝난 후 남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사랑해줄 사람이 한 명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구를 대하든 웃는 낯으로 대했다. 그래야 사랑해줄 것 같아서 계속 웃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연습했다.
남들 시선을 극도로 의식하기 시작했다. 내가 싫은 것보다 남이 싫어하는 모습을 보는게 더 힘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무표정으로 있어도 눈치를 봤고, 친구들이랑 함께 있을 때도 그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했다. 패드립이라도 듣는 날이면, 예민하게 받아들이면 친구들이 눈치라도 챌까봐 겉으로 웃어주고 집에 돌아와 화장실에서 울었다.
음악도 그만뒀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꿈을 포기했다. 그나마 아버지의 택시 일로 간간히 버티던 집안이 기울어가기 시작했고, 음악 전문 학원의 학원비는 생각보다 생활비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 12살이 되며 어머니께는 "그냥 이제 질렸다. 재미 없으니 안 하겠다." 딱 두 문장만 말씀드렸고, 어머니도 그냥 받아들이셨다.
어머니는 나보다 43살이 많으시다. 50이 넘은 나이에서야 비정규직 일을 시작하셨고, 지금의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셨다. 어깨와 팔꿈치는 석회가 끼어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일을 쉴 수 없기에 진통제로 하루하루 버티며 잠을 청하셨다. 지금 2020년, 어머니는 64세가 되셨고, 아직도 수술하지 않으셨으며, 내일도 일을 나가신다. 어머니는 대학병원 구내식당에서 일하신다. 코로나가 터진 후에도 매일 일을 쉬지 않으셨고, 어머니에게 일을 그만두시라고 말한지 2년이 지났지만 어머니는 고집을 꺾지 않으신다. 내가 대학에서 쓰는 돈을 보태주시기 위해. 어디가서 '아버지 없이 자란 놈' 티 안나게 해주시기 위해.
나는 꿈꾸던 대학에 합격했지만, 크게 기쁘지 않다. 내가 용돈을 드려도 모자란 연세의 어머니께 용돈을 받아가며 학교를 다닐 생각을 하면 기쁠 수가 없다. 주변 친구들은 알바를 하라고 말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알바하는걸 원치 않으신다. 어머니 몰래 하루 일당 받아가며 가끔 일하지만, 그 돈으로는 길어야 2주정도 용돈을 대체할 수 있을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집에 돈이 모자라게 된 것도, 내 성격이 바뀌는 것도, 어머니가 아프신 것도. 하지만 정말 무엇보다 힘든건, 내가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머니께 용돈도 드리고 싶고, 음악도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사소하게 이쁜 옷도 사입고 싶고, 어머니도 사드리고 싶다. 성인도 됬는데 아버지와 술 한 잔 마셔보고 싶고, 평생 택시 운전만 하시던 아버지를 내가 모시고 여행도 가보고싶다.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는 그런 신데렐라 스토리보다 이런 현실적 이야기가 더 좋더라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test 1 0
test
-
오르비문학 1화 0 0
오르비문학 1화
-
Test 0 0
Tetsteyey
-
수학 4등급만 받으면 2 0
쫀득하게 인서울 할 수 있는데
-
엘든링 왜 자꾸 멈추지 1 0
컴퓨터 좋은건데 씨발
-
목 졸라줘 5 1
켁켁켁 숨막혀 ㅜㅜ
-
시험지에 따라서 난이도가 가장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번호같음....
-
개쉽게 풀리는데 이거 맞나
-
정시로 갑시다 8 0
내신반영을 노려서 내신 깡패 정시러
-
나왔어 12 0
다시감 근데 저게 왜 이륙햇냐
-
갑자기생각난썰 1 1
고1 2학기 학급회장선거때 후보가 2명이엇는데 그 친구들 둘이 합의하고 한명이...
-
그만하고 잘까 1 0
흐름이 끊겨버렷네
-
세기말 수능 1 1
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
강은양t 0 0
현역 고3이고 작년까지 모고 3~4등급 나왔는데 지금부터 강은양t 들으려고 합니다....
-
2시열차 1 0
출발
-
지금 강민철 현강 다니고 있는데 저랑 너무 안맞는 느낌이 심하게 들어서...
-
뭘 해야하나요 0 0
이번에 고등학교 2학년 된 이공계 지망하는 지방 일반고학생입니다. 생기부를 제대로...
-
이게 오르비를 재밌게 오래하려면 10 4
수험생활을 지속해야 함
-
에ㅔㅔㅔㅔㅔㅔㄴ들리스레인ㄴㄴ 0 1
폴온마이헐트 코코로노 키즈니ㅣㅣㅣ
-
내 이상형 중단발에 속눈썹 1 0
-
우와 보추야동 많이떴다 2 2
보다자야지
-
심심한데 무물보 5 0
응애 나 아가학생
-
본인 물1 점수 꼬라지 0 1
3모 48점 (99) 5더프 47점인가였는데 시험이 어려웠어서 전국석차 30등쯤...
-
오후8시부터자다가깼더니 1 0
다시잠이안오네.. 비상..!!
-
생각나는구나
-
ㅇㄴ근데 0학점 패논패과목을 오ㅑㄹ케 빡세게시켜 0 0
그냥 좀 봐주면 안되나
-
시발점 한 다음 스블 0 0
고2이고대수 개념원리, 쎈, 고쟁이 했습니다개정 시발점 사놓은 게 있어서...
-
러셀 외부생 더프 성적표 0 0
문자로 발송되나요?? 아님 직접 찾으러 가야햐나요??
-
원래 사람은 별을 쫓아 달려갈 때 가장 빛나는 법이여설령 닿지 못할지라도적어도 내...
-
저걸 어케 함 진짜 와.. 원과목 중 생1만 수능공부로 안해봤는데 안하길잘한듯
-
시발 나 개폐급임 2 1
조별과제 하는족족 내것만 교수님 피드백 나오고 술처먹다 팀원들한테 자료 제출 개늦게하고 자퇴마렵다
-
딱 한 마디만 하고 자러감 9 3
미쿠 ㅈㄴ 예뻐어~~~~~~~~~~~~
-
중앙대 가기 59일차 3 1
안녕하세요 중앙대29학번 부산사나이 이동현입니다 음 오늘이 벌써 59일차군요...
-
이제 좀 자보실까 11 1
음음
-
리젠존나느리네 1 0
오르비망함?
-
너무멍청해짐 1 0
ㅜㅜㅜㅜㅜ
-
생윤 진짜 1도 모르는 쌩노베인데 누구 듣는 게 좋을가여
-
15살과 엄마 그 사이는 2 0
뭐라함 급함
-
대신 연세대 가겠다 선언
-
작년 10모 20번 0 0
이렇게 푸는거 맞나..?
-
위키하우 도움 ㅈㄴ 안되네 6 0
ㅗㅗㅗㅗㅗㅗ
-
새르비 할수록 4 0
헛소리가 늘어가는듯
-
아니 난 신라면 쳐돌이라 5 0
신라면만 먹는데….
-
내가사실은생명과학을좋아함 1 0
수능말고 그냥생명과학
-
. 11 1
-
님들 최애 과목 말해보셈 7 0
난 국어
-
님들 최애 라면 말해보셈 10 0
난 신라면
ㅠㅠ
하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