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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870662]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01-03 08: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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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이야기, 재수 결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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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님의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

구분 표점
한국사 - - 1
국어 135 99 1
수학 나 142 99 1
영어 - - 1
동아시아사 67 98 1
세계사 65 98 1
한문 62 85 3
실지원 학과
대학 학과 점수 순위
가군 서울대 지리학과 409.796 1
나군 고려대 경영대학 691.957 3
다군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795.120 2

그냥 마음이 불안해서 써봅니다.


 저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나름 교육특구의 학교를 다녔지만, 1학년때는 내신과 모평 모두 3,4등급을 찍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한 건 2학년이었습니다. 2학년 1학기에는 그냥 대충 공부했고, 2학년 2학기 부터 제대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문과 친구들은 이미 공부를 시작한지 오래였고, 저는 따라가기 역부족이었습니다. 2학년때 공부를 하며 입으로는 서울대를 부르짖었지만, 속으로는 제 성적으로는 서성한도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고3이 되면서 정말 피나게 공부했습니다. 제가 말하는 서울대를 가고 싶으면, 미친듯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2학년떄 성적이 오르면서 부모님의 기대도 같이 올라갔습니다.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 또 스스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공부를 했습니다. 

 어두컴컴한 동네 독서실, 사람도 거의 오지 않는 그 독서실에 혼자 앉아서, 시계를 볼 여유도 없이 공부했습니다. 남들에 비해 베이스가 약한것을 제 스스로 잘 알았고, 그 베이스를 채우기 위해 미친듯이 양치기를 했습니다. 


 3월, 첫 모의고사를 응시했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왔습니다. 국수탐 0.03%가 나왔습니다. 선생님들은 이 성적이면 서울대 인문대가 가능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갑자기 서울 상경과 경희 한의대, 원광 치의대와 관동 의대가 가까워 보였습니다.


 4월, 두번째 모의고사를 응시했습니다. 올해 가장 쉬운 모의고사 였지만, 저는 전체에서 하나를 틀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학년 부터 확고한 문과1등이던 친구를 처음으로 이겨보았습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행복해 죽는줄 알았습니다. 저는 혼자서 관동의대와 서울 상경을 저울질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간고사는 흘러 지나갔습니다. 


6월, 첫 평가원 모의고사를 응시했습니다.  국어와 수학 모두 평소 실력대로 나왔지만, 3.4월 모두 대박을 쳐서 안일해진 탐구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방한의대와 서울대 하위과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수시로 서울대 사학계열을 지망하던 학생이었고, 탐구로 선정한 쌍사는 안해서 망했다는 생각을 하고 안일하게 있었습니다. 


기말고사, 처음으로 내신 1점대 초반이 나왔습니다. 성적 상승 추세가 가팔랐기 때문에, 서울대 인문대를 수시로 넣기를 결정했습니다. 봉사도 전공에 맞추어 200시간이 넘었고, 수상도 40개는 찍었습니다.  저를 오랬동안 본 선생님들은 합격한다고 주문을 외워주셨고, 저에게 관심 없는 담임선생님은 "서울대를 쓴다고?" 하면서 저를 정신 나간 놈 취급하셨습니다. 내신 평균은 2.00수준이었으니, 처음 고3담임을 맡으신 그분은 제 서울대 지원이 허황된 것으로 보였을 겁니다. 


 여름방학, 자만했습니다. 서울대 아니면 한의대라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그냥 한의대 갈까 하면서 공부를 조금조금 손에 놓기 시작했습니다. 비싼 돈 들여 신촌오르비를 등록했지만, 효과를 보았나는 조금 애매합니다.  


 9월, 두번째 평가원 모의고사를 응시했습니다. 역대급으로 망했습니다.  96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수학이 84가 나왔고, 탐구에서 3등급을 처음 찍어보았습니다. 서울 동양사와 경희 한의대, 고려 자전, 외대 LD에 들어갈 자소서 작업은 산넘어 산이었습니다. 자소서에 치여 공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갑자기 연애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10월, 정신을 차렸습니다. 자만했다는 것을 깨닫고, 공부했습니다. 수학 기출을 10번쨰로 다시 돌렸습니다. 국어 기출도 다시 돌리고, 학교에서는 실모를 풀었습니다. 시끄러운 일반고 교실, 저 혼자서 실모를 풀고 있었습니다. 시중에 유명하다는 실모는 모조리 사서 풀었습니다. 어깨가 아파 방문한 한의원에서 한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한의사에 꿈을 버렸습니다. 


11월, 수능입니다. 수능 전달, 예비소집을 갔다와서 숨을 제대로 못 쉬었습니다. 같이 계시던 고모님께서 산소통을 사다 주셨습니다.  수능 전달 산소통에서 산소를 빨아먹으며 공부했습니다. 수능 당일, 아침부터 숨이 제대로 안 쉬어졌습니다. 국어는 흘러갔고, 수학은 고통이었습니다. 나형 21번, 노가다를 달렸습니다. 728, 구했습니다. 아! 답을 2번이라 체크했네요? 30번은 포기했고. 친구랑 밥을 먹었습니다. 밥이 너무 빠르게 들어갔습니다. 산책을 하고,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명덕고등학교의 조그마한 화장실 한칸에서, 울었습니다. 21번, 옆에 있는 눈치없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것만 들어도 틀린걸 알았습니다. 20번, 답은 맞았지만 그 당시에는 틀린줄 알았습니다. 88. 1등급 커트점수. 저는 서울대를 못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영어, 자신있는 과목. 30분을 잤습니다. 마음이 안정됬습니다. 탐구를 모두 마치고 한문을 응시하고 명덕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마음은 울고 싶었습니다. 부모님 앞에서 차마 울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망한 것을 알았지만, 부모님 앞에서 웃으며 식사했습니다. 


 서울대 수시 1차 발표가 나왔습니다. 동양사학과에 1차 합격했습니다. 저를 미친놈 취급하던 담임 선생님의 태도가 바뀐 것을 보고 기분이 참.... 서울대 1차를 붙어서 행복했습니다. 면접준비를 위해 강남 학원에 80을 바쳤습니다. 고대 자전도 1차 합격하고, 동국한 면접은 안갔습니다. 


 서울대 최종은 탈락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서울대를 정말 가고 싶었는데 탈락이었습니다.  모의지원을 구매하고, 한강의 흐름 컨설팅도 받았습니다. 


 컨설팅을 받으며, 또 모의지원를 보며, 저는 제 성적으로는 서울대 간호 정도가 적당하다는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스나를 노리고 서울대 지리를 넣었지만, 점공을 보니 탈락입니다. 고려 경영은 합격이 거의 확실한 상황이지만, 저는 고려대에 만족을 못합니다. 


 고3이 되면서 잠시 한의학에 꿈을 가지긴 했지만, 저는 고등학교 내내 서울대 훌리였습니다. 남들은 고려대, 연세대를 굉장히 좋은 대학이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동의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저는 서울대를 가야 합니다. 수능날 잠시 실수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학교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울대 견학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서울대에 반했습니다.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서울대를 가지 못한다면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전국권 자사고를 탈락한 것도 한으로 남았는데, 대학까지 한을 남기기는 싫습니다. 고3시절, 남들보다 공부 안한 것을 메꾸기 위하여 엄청나게 공부했고, 남들을 앞서는데 성공했습니다. 마지막에 저는 미끄러졌습니다. 이 미끄러짐의 대가는 서울대 탈락이겠지요. 괜찮습니다. 한번 더 해서 서울대 가면 됩니다.  2019년의 마지막은 아쉬웠습니다. 2020년의 마지막은 행복하게 끝낼 각오로 재수하려고 합니다. 


올해 재수하는 분들 모두 함께 성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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