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강사 인생 썰1 (이석준T아닌 이석준형 or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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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생명과학 이석준 쌤이다.
수능이랑 논술도 끝났는데, 오늘부터 간간이 인생 썰이나 풀어보려고 한다.
이건 강사가 아닌 형이나 오빠로서 글좀 쓰겠다. 반말 좀 할 예정이니 기분 안좋으면 알아서 안보도록.
(형 35살이야 임마)
나는 어려서부터 극성이신 어머님 밑에서 자랐다. 아버님은 극성은 아니었다. 어머님은 많이 극성이셨는데,
7~8살 때 학습지(IQ2000, 눈높이 수학 등)를 일정 분량 이상 다 풀지 못하면 밥을 주지 않으셨다.
내가 14살(1998년) 때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기 시작했던 것이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이었다.
(니들 스타크래프트 플레이 할 줄 아냐? 이건 민속놀이다. 플레이 할 줄 아는게 30~40대 들에 대한 예의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 근처에는 PC방이 엄청나게 생겨서 학교 근처에 20개가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너무 좋아했다. 잘은 못했지만 반에서 3등 정도 할 실력은 되었다.
중2 시절 어느날, 내가 친구 몇 하고 학교 끝나고 굉장히 구석진 곳의 작은 PC방에 들려서 스타를 하고 있는데,
오후 5시쯤이었나 어머님이 PC방에 들어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미쳤나고, 니가 제 정신이냐고..
난 이게 꿈인것 같았다. 아니 그 많고 많은 PC방 중에 이 작은 허름한 PC방엔 어떻게 와가지고..
동네 큰 PC방 다 뒤진것 같았다. 암튼 나는 너무 챙피하지만 어머님한테 지지 않았다. 30분만 하고 갈테니 제발
동네 챙피하게 이러지 말고 가라고.. 어머님은 고래고래 소리지르다가 30분 안에 안나오면 집에서 쫓겨날 줄 알라고 하시고 가셨다.
이렇게 극성인 어머님 밑에서 자라니 난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내 성격 자체도 다른사람에게 인정받는게 좋아서인지 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다.
그래서 중학교 때 가장 많이 한 등수는 전교 2등이었고, 중3 때는 송파구 학교의 전교생450명 정도 되는 학교에서
1년 4번의 시험 모두 수학100점을 받아서 수학 전교1등(동석차 1명)이었다. 중3 마지막 기말고사는 전과목 전교1등 찍고 서울과학고에 들어갔다.
중학교 때 준비했던 과학경시대회 수상실적과 내신을 합하여 서울과학고에 합격한 나는
중3 끝나고 고1 되기 전 겨울방학 때 공부를 2달간 손에서 놨었다.
나는 어머님께 이렇게 말했다.
죽도록 공부해서 서울과고 붙었으니 건드리지 말라고, 게임만 하게 놔두라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2달간 미치도록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잘못된 선택의 결과는 혹독했다. 과고 입학하자마자 고1때 처음받은 등수는 전교생138명 중에 75등쯤이었다.
아무리 과고라고 하지만 450명 중 전교1,2등 받던 사람이 138명 중 75등 하면 그 충격은 형언할 수가 없다.
2달동안 고등수학 한바퀴 다 돌고 과학 전과목 한 바퀴 다 돌렸어야 했다. 서울과고 중상위권 이상 애들은 다 그렇게 하고 온 듯 했다. 난 이대로 망할 수는 없어서 죽도록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1학기 기말고사, 2학기 중간고사... 이런식으로 시험이 진행될 때마다 전교등수 5등정도씩 계속 천천히 상승시켰던 것 같다.
과고에서 중상위권 이상 학생들은 웬만하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에 하나 선택해서 올림피아드 준비를 했었다. 수학, 물리, 화학은 너무 빡세고 이미 과고 들어오기 전에 최강 실력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꽤 있는 듯하여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내가 암기에 자신이 있어서 생물을 선택하게 되었다. 생물 올림피아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고1 여름방학 때 하이탑 생2(우리 때는 생2가 현재 생1, 생2 합친 느낌)를 독학한 것이다. 다른 생물올림피아드 준비하는 애들은 고1 들어오기전에 이미 겨울방학때 일반생물학 한바퀴 돌리고 왔는데 나는 너무 늦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하루에 17시간씩 공부하면서 수학, 하이탑 생2, 일반생물학을 엄청나게 공부했다. 그리고 고2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고2 겨울방학때는 고2내신대비를 위해 엄청나게 공부를 했으며 특히 더욱 심도있는 생물 공부를 했고, 소수정예 생물올림피아드 전문 학원에도 다녔다. (여기 출신 친구들 중에 서울의대 간 애 2명, 연대의대 간 애 1명, MIT였나 스탠퍼드였나 간 애 1명 등등 쟁쟁한 넘들 이었음.) 여기서 일반생물학보다 더욱 심도있는 세포생물학, 동물생리학, 생화학 등을 공부했으며 탄탄히 내 실력을 쌓아갔다.
고2 1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도 계속 꾸준히 5등 정도씩 올려서 전교 3~40등 정도로 올라갔으며, 고2 여름방학이었나 7,8월 쯤에 한국생물올림피아드를 치뤘는데....
이게 웬걸..... 내가 금상이라니................. 헐............... 나는 금상 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 때 한국생물올림피아드 대상, 금상 전부 우리학교에서 나왔으며 그 중에 금상이 나였다..
전국 규모 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으니 학교에서 애들 사이에서의 내 주가는 엄청나게 수직 상승했으며, 애들은 날 무시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서 고2 2학기 중간고사때는 무려... 전교 9등에 랭크되셨다. 나는 이게 내 인생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서울과학고에서 전교 9등이라니.. 그 때 당시 서울과학고는 압권이었다. 세계 물리올림피아드 출전 인원이 우리나라에서 6명인가 그랬는데 그 중 5명이 서울과학고였고, 세계 수올, 물올, 화올, 생올, 천문올 등 각종 분야에서 수상을 휩쓸었었다. 그런데 거기서 내가 한자리수에 랭크되다니 이건 위대한 업적이다.
나는 자부심을 갖고 고2 2학기를 보냈다. 그리고 세계 생물올림피아드에 진출하기 위해 고3에 남기로 했다. (이게 내 생각에는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는 듯. 그냥 카이스트에 고2 마치고 갔었어야 함.. 나는 한생올 금상으로 카이스트에 인성면접만 보면 합격하는 거였음. 학원강사 할 줄 알았으면 카이스트 생물학과 빨리 가서 빨리 군대갔다가 와서 빨리 강사 시작했어야 했는데, 난 어려서부터 마마보이로 키워져와서.. 꿈이 확립되지 않았었음...)
남았는데.. 남았으면 진출해야지.. 진출을 못했다.. 세계 생물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 서울대 캠프에서 합숙, 공부하면서 시험을 몇 번 치뤘는데, 내가 합숙하는 동안 교수님 강의시간에 강의한 내용, 프린트물 위주로 공부하면 됐을 것을 미쳐가지고 분자생물학 이딴 시험에 나오지도 않는 서적을 혼자 공부하고 앉았으니.. 합격할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암튼 나는 최종선발에서 결국 탈락하여 집에서 2박3일동안 울었다.
그렇게 고2에서 고3 넘어가는 겨울방학동안 생물에 매진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고3을 맞이했다. 고2 11월에 치른 학력평가에서 나는 국,수,영,공통과학, 공통사회, 선택 생2(6차교육과정은 이랬다.) 전부 1등급이었는데, 고3때 맨처음 치른 학력평가에서 국어가 4등급인가 그랬고, 공통사회가 3등급인가 그랬다. 영어도 3등급인가... 겨울방학동안 생물올림피아드 공부가 아니라 수능 공부를 했었어야 했다. 아니 고2때 마치고 카이스트를 갔었어야 했다.. 이런 후회 속에 고3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아니 사실은 대학 때 얘기를 하고 싶어서 썰 풀기 시작했는데 글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고3부터는 곧 올리겠다. 그럼 일단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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