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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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들
1)
열차에서 내리고 반대편 출구역으로 걸어가는 중 한 할아버지께서 담배 꽁초를 줍고 계셨다. 담배꽁초를 보고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다음 벌어질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잘못봤다는 표정으로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다는 더 큰 부끄러움이 찾아왔다.
할아버지는 피울 수 있는 담배를 바닥에서 찾고 계신 것이었다.
세상에는 힘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내가 생각하는 고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2)
경기도 서부 부천, 시흥, 안산을 가로지르는 지하철을 타고 매일 아침 학원에 향한다. 공단지역을 가로질러가기 때문에 외국인 탑승객을 많이 본다. 하종오의 동승에 나온 것처럼난 그들이 때론 신기하게 보여도 쳐다보지 않는다. 때론 과한 관심이 가치평가적 시선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승
-하종오-
국철 타고 앉아 가다가
문득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들려 살피니
아시안 젊은 남녀가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늦은 봄날 더운 공휴일 오후
나는 잔무 하러 사무실에 나가는 길이었다.
저이들이 무엇 하려고
국철을 탔는지 궁금해서 쳐다보면
서로 마주 보며 떠들다가 웃다가 귓속말할 뿐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모자 장사가 모자를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머리에 써 보고
만년필 장사가 만년필을 팔러 오자
천 원 주고 사서 번갈아 손바닥에 써 보는 저이들
문득 나는 천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황급하게 차창 밖으로 고개 돌렸다.
국철은 강가를 달리고 너울거리는 수면 위에는
깃털 색깔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물결을 타고 있었다.
나는 아시안 젊은 남녀와 천연하게
동승하지 못하고 있어 낯짝 부끄러웠다.
국철은 회사와 공장이 많은 노선을 남겨 두고 있었다.
저이들도 일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지 않을까.
-(2007)-
그런데 옆에 앉은 태국인의 모습에 나는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꼬불꼬불한 글씨 옆에 또박또박 짧게 적힌 한국어가 적혀있는 책을 들고 다니며 읽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발버둥에 나는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밖을 바라보는 척을 했지만 내 시선은 창에 비친 그의 모습을 향하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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