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평 생활과 윤리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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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틀리신 분들이 상당히 있으신 걸로 보입니다. 어디서는 이것이 신유형이다, 니부어의 원전을 읽어야 풀 수 있는 고난도 문제였다, 이러시는데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봅니다. 니부어의 원전의 내용을 알지 못해도 (가)를 주장한 사상가가 니부어라는 것만 알면 '지문 독해'로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A는 톨스토이고, B는 어떤 테러리스트고, C는 간디다." 이런 정보를 전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상한 데 시간 낭비 하지 마시고,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지문 독해'로 풀 수 있을지 알아봅시다. 사실 그냥 지문 독해로 풀면 되는 '쉬운' 문제라고 생각해서, 이 문제가 왜 조금 논란이 되고 있는지조차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저는.
2020 생활과윤리 6평 5번 문항 해설.
전형적인 독해 문제입니다. 니부어의 원전의 내용을 알지 못하더라도 (가) 사상가가 니부어라는 점만 알면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선지를 하나하나 봅시다.
“ㄱ. A는 정치적인 힘 대신에 양심에만 호소하는 잘못을 범했다.”
A는 전체 정치에 비폭력으로 대응하면서 사랑과 평화라는 종교적 이상을 바탕으로 전제 군주의 자비심에 호소하였다고 합니다. ㄱ 선지가 옳게 되려면 다음의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1. A는 정치적인 힘에 호소하지 않았다.
2. A는 양심에만 호소했다.
3. 니부어의 입장에서 이는 잘못이다.
A의 행동은 정치에 비폭력으로 대응하면서 전제군주에게 “사랑과 평화 모르십니까? 이렇게 전제군주제를 하시면 안 되죠.”라고 말했다, 정도로 해석됩니다.
1. 전제군주에 대항하여 정치적인 힘에 호소한다고 하려면, 전제군주의 정치력에 버금가는 정치력을 형성했어야죠. 만일 A가 전제 군주를 타도하는 어떤 결사체라도 만들었다면 또 모를까, A는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A는 정치적인 힘에 호소한 게 아닙니다.
2. A가 전제 군주의 양심에만 호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사랑과 평화라는 종교적 이상을 바탕으로 전제 군주의 자비심에 호소’라는 부분입니다. A는 전제 군주가 자비롭게 사랑과 평화라는 종교적 이상에 따라주기를 기대합니다. 이는 전제 군주가 사랑과 평화라는 그 숭고한 가치를 따를 의향이 있는,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한 결과라고 볼 수 있죠. 따라서 A는 전제 군주의 양심에만 호소한 것입니다.
3. 니부어는 개인의 양심에만 호소해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니부어의 사회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전제 군주의 독재 문제는 전제 군주 개인의 도덕성 결함이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제군주제’를 운영하는 거대한 집단, 혹은 시스템이 야기하는 것입니다.
“ㄴ. B는 자신의 의도를 조직적인 정치적 저항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B는 봉건 체제를 타파하기 위해서 개인의 양심과 결단에 근거하여 독자적으로 테러를 감행하였다. ㄴ 선지가 옳게 되려면 다음의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1. B는 자신만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
2. B는 그 의도를 조직적인 정치적 저항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즉 자신의 의도를 실현시키지 못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실현하려 했다.)
1. B는 봉건 체제를 타파하기 위하여 테러를 감행합니다. ‘봉건 체제 타파’가 B의 의도임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2. B는 ‘독자적으로’ 테러를 감행합니다. 이는 테러를 혼자 했다는 뜻이므로, ‘조직적인’ 정치적 저항은 아니죠. 즉 그는 조직적인 정치적 저항 말고 다른 방법(혼자서 하기)으로 자신의 의도를 실현시키려 한 것입니다.
“ㄷ. C는 비폭력적으로 대응하여 정치적인 힘을 활용하지 못했다.”
C는 식민 지배에 반대하면서 자국민들과 단결하여 비폭력적으로 지배국의 상품 불매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ㄷ 선지가 옳게 되려면 다음의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1. C는 비폭력적으로 대응하였다.
2. C는 정치적인 힘을 활용하지 못했다.
1. C는 비폭력적으로 대응한 게 맞죠. “식민 지배에 반대하면서 자국민들과 단결하여 ‘비폭력적으로’ 지배국의 상품 불매 운동을 전개했다”라고 대놓고 나오니까요.
2. C는 정치적인 힘을 활용하지 못했다. C가 정치적인 힘을 활용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자국민들과 단결’하여 지배국에 대항한 것 자체가 ‘정치적인 힘을 활용한 것’이니까요. (+ 알아두면 좋은 개념은, 니부어는 “비폭력적 투쟁이나 저항 또한 재산이나 생명의 파괴를 초래한다”라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비폭력적 투쟁이나 저항 또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의미죠. 니부어는 간디의 영국 면화에 대한 불매운동이 영국 랭카셔 지방의 방직공들을 궁핍화시켰다고 말합니다.)
“ㄹ. A와 B는 집단적 저항이 필요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A도 정치적인 대항 세력을 조직하여 힘의 균형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집단적 저항을 하지 않았고, B 또한 ‘독자적으로’ 테러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집단적 저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집단적 저항의 필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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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방금 수정했습니다 :)
A는 전체 정치에 비폭력으로 대응하면서 사랑과 평화라는 종교적 이상을 바탕으로 전제 군주의 자비심에 호소하였다.
이 보기만으로 A가 정치적인 힘에 호소하지 않았다는 걸 이끌어낼 수 있나요..?
A가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A는 밥을 먹었다.
이 문장만으로는 A가 책을 읽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문제 자체가 이상해집니다.
ㄴ에서 B는 독자적으로 테러를 감행하고, 조직적인 정치적 저항을 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만으로, 즉 B가 조직적인 정치적 저항을 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조직적인 정치적 조항을 하지 않았다는 게 보장되나요? 그러면 ㄴ 선지도 X이게 됩니다.
독자적으로 테러를 하면서 조직적으로 대항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즉, 독자적으로 테러를 했다면 정치적인 힘을 사용한 게 아닙니다. 따라서 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음 그런가요? 엄밀히 말하면 ㄴ에는 B가 집단적 저항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관한 정보는 없는데요?
1. B는 독자적으로 테러를 했다.
2. B는 집단적으로 저항했다.
이 둘은 모순관계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둘 다 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B가 테러는 독자적으로 했지만 다른 저항은 집단적으로 했을 수도 있죠. 다만 ㄴ 선지가 2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거죠.
제공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안 했다"라고 판단해야 ㄴ 선지가 옳게 되고 문제가 풀리게 되는 거라고 봅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저렇게 서술하면 모순이 맞는데, 님 말처럼 숨겨진 사건이 있을 수도 있고 그 경우에는 모순이 아니겠네요.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ㄱ과는 다른 경우입니다.
ㄴ에서 숨겨진 사건이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명시적인 어떤 증거도 없으므로 개연성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사건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니부어가 그에 대해 비판한다면, 그것은 적절한 비판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ㄱ에서의 비판은 이미 발생한 것이 밝혀진 사건을 대상으로 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없다면) 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100% 독해 맞음요...적용-비판형입니다. 사례 분석형이라 할 수도 있을 거구요...논술에 많이 나오는 유형인데...이걸 지식으로 무식하게 들이대니 털리는 거죠.
먼저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이나'라고 써야 할 것을 '이'로 쓴 것은 명백한 제 실수입니다. 지적해주신 덕분에 방금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한 가지 큰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저는 나의빛은역사 님이 쓰신 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의빛은역사 님께서 그러한 글을 쓰신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애당초 지금 나의빛은역사 님을 지금 여기서 처음 뵙기도 하고요. 아직도 그 글은 읽지 못했습니다.
"A는 톨스토이고, B는 테러리스트고, C는 간디라는 내용을 알았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라는 주장은 재수 중인 제 친구와 제 고등학교 후배인 몇몇 수험생들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제 글에서 나의빛은역사 님께서 하지도 않은 말들이 존재하는 건 아마 제가 나의빛은역사 님을 겨냥하고 이 글을 쓴 게 아니어서 그런 것 같네요.
제 친구와 후배들이 나의빛은역사 님의 글을 읽고 그런 얘기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저는 지금까지도 나의빛은역사 님의 글을 읽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알아두면 좋은 개념이라고 언급한 부분, 그러니까 "니부어가 비폭력적 투쟁이나 저항 또한 생명이나 재산의 파괴를 초래한다고 보았다"는 것은 사실 ㄴ 선지와 큰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ㄴ 선지는 '정치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것 정도만 알면 풀리는 경우고 이는 사실 C가 자국민과 단결하여 상품불매운동을 벌였다는 것으로만도 충분히 추론 가능한 것입니다. 제가 이 개념을 따로 '알아두면 좋다'고 언급한 이유는 이 개념이 ㄴ 선지를 푸는 데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냥 니부어 개념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서입니다.
나의빛은역사 님께서 해주신 지적 중 또 하나 받아들일 점은, 전제 군주 개인의 도덕성 결함 또한 군주 독재로 초래되는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아니라'라는 표현을 쓴 점은 명백한 오류임을 인정합니다. 개인의 도덕성 결함 또한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윤리'가 개인의 도덕성보다는 사회 구조의 자체의 문제라는 원인에 더 집중한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표현의 오류는 인정합니다.
두분다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니부어는 '테러'에 찬성했을까요? ^^
두분다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니부어는 '테러'에 찬성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