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갤펌) N수 - 사람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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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재수ㅡ
'가시밭길과 기나긴 자신과의 싸움 뒤 야심찬 희망이 날 기다린다니까!' ㅡ 동전한닢 Remix, 화나
재수생활이란게 제대로 각잡고 하자면 한없이 좆같은거긴 해도
옆에 같이 그 좆같은생활 견뎌내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고
또 비슷한 또래끼리 십대의 끝자락(스무살 재수생은 사실상 아직 10대라고 본다)에서
일종의 전우애같은걸 느끼며 동고동락하기 때문에 실제 힘든거에 비해 그렇게까지 힘들게 안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스무살 시기쯤에 품는 미래에대한 강렬한 환상과 희망 덕에
좆같던 재수생활도 끝나고 돌아보면 꽤 낭만적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미화될거다
다만 가끔 찾아오는 '대학가서 잘 사는 또래친구들' 소식에 이미 출발선부터 무언가 잘못된듯한
스스로의 청춘을 회의하며 가끔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한다. 참 고통스럽다.
ㅡ삼수ㅡ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ㅡ이상, 날개
너네 그거 아냐? 축구선수들중에 아예 3부, 4부리그에서 공차는 애들이
1부리그 끝자락에서 별 이렇다할 퍼포먼스도 내지 못하고 꾸역꾸역 연명하는 애들보다 오히려 만족감이 높다
삼수라는건 바로 그런거요
"왜 나는 이 즐겁고 꽃다운 시기를 비린내 나는 이곳에서 보내야만 하는가"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아예 4수 5수처럼 확 늦어버린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역 재수처럼 마냥 젊은것도 아닌 애매한 시기
과거의 꿈을 완성하기엔 이제 이 나이에 대학을 간다해도 무언가 흠집이 있는 것 같고
그렇다고 완전히 꿈에 태업하기엔 '그래도 아직은 아니다' 싶어서 붙들게 되고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 이나이면 늦었고 늦은 나이면 어떻고...
이런 글들 하나하나에 마음이 복잡미묘하게 떠도는 시기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고 매일 매일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감에 몸부림치게 되고
이쯤되면 공부를 하는 이유도 그 불안감에서 잠시 마취되기위해 하는거라고 볼수있다.
그래서 그 이후의 사수 오수보다도 더 힘들게 느껴지는시기가 바로 이 삼수때다.
소년시절 완성해온 자아속의 나는 절대적이고 강해야만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시기...
철저한 고립속에서 가스실의 공기처럼 조여오는 하루하루가
인간의 껍데기를 벗기고 본질적인 나약함을 잔인하게 드러내놓는 시기...
또래 친구들의 입대를 뒤로하고 가을 낙엽을 맞으며
고딩들과함께 <20xx 대학수학능력시험> 플래카드 붙은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그 쓸쓸함이란...
그래서 삼수는 참 고통스럽다.
ㅡ사수ㅡ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편치 않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위에서 한마리의 흉측스러운 해충으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ㅡ 카프카, 변신
그렇다.
어느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사수생이라는 스스로의 신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갑자기 벌레가 된 자신을 확인하는 것만큼이나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사수는 갑자기 찾아온다.
삼수가 끝나고 떨리는 손으로 채점을 하던 시간, 패배의 말들을 뱉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시간,
모든걸 잊고 여행을 떠나던 시간,집에 틀어박혀서 커뮤니티와 게임질로 무위하며 보냈던 시간을 넘어
마침내 사수는 온다.
그러나 안심해도 좋다.
사수는 결코 삼수만큼은 힘들지 않다.
그것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쓰레기장에 서있는것과
한 마리의 벌레로서 쓰레기장에 서있는것의 차이다
이제 벌레가 된 사수생에게 쓰레기장은 오히려 고통이 아닌 편안한 도피처일 뿐이다.
지금의 재수생들은 고1고2 시절 재수생이 된 자신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처럼
지금의 삼수생들은 삼수가 끝나기 단 하루 전날조차 사수생이 될 자신을 상상조차 못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결국 사수는 오고야 만다.
이때쯤 되면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간다는것이 다 헛된 망상이었음을 체감하게 된다.
그러나 벌레의 삶은 그다지 불편할 것도 없다.
복잡한 고민들로부터 벗어나 그저 본능에 이끌려 벌레가 번식할 짝을찾듯 그렇게 공부에 몰두하고
벌레가 사람의 눈치를 보며 먹이를 탐하듯 새벽 늦은시간에 몰래 방에서 기어나와
부모의 눈치를 보며 라면을 끓이는 생활이
뭐가 그리 잘못되었단 말인가
그때쯤 되면 죄책감같은 감정조차 화석처럼 희미해질 텐데 말이다.
실제로 사수생 아들을 쇠망치로 살해한 53세 어머니가 징역은 커녕
구청으로부터 환경미화 표창장을 받았다는 사례가 있다.
ㅡ오수ㅡ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ㅡ 기형도, 오래된 서적
무슨 말을 길게 적었다가 그냥 다 지우고 다시 쓴다. 오수생들이여 부디 힘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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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명문 나와서 주워왔습니다.
아레...? 어째서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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