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선지판단의 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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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재가 배송되고 나서 질문에 답도 해드리고 등업도 해드리고 커뮤니티 눈팅도 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주면 개강까지 하네요. 몸이 남아날 수 있겠죠? ㅎㅎ (그 와중에 판매가 1000부를 넘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ㅜㅜ)
아무튼 이렇게 바쁜 것도 축복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는데용. 교재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칼럼 하나는 써야할 것 같아서... 오랜만에 글쓰기 버튼을 누릅니당
오늘의 주제는 '비문학 선지판단'입니다. 제 교재 R step에 해당하는 부분인데요. R step에 있는 지문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문제들에 적용가능한 부분이니 조금 길더라도 집중해서 읽어 보세용.
우리는 비문학에서 선지를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1. 선지에서 묻는 것은 무엇인가?
2. 그 묻는 것을 찾으려면 지문 어디의 정보를 참고해야 하는가?
3. 그 정보에 의하면, 이 선지는 맞는 선지인가? 틀린 선지인가?
의식을 하든 안 하든 다음의 세 과정을 거쳐야만 선지의 정오판단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선지들은 위의 과정을 의식적으로 행하지 않아도 판단이 됩니다. 순서를 지키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판단해도 그 사고과정이 길지 않기에 충분히 맞힐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수능 31번, 42번 문제처럼 필요한 사고과정이 엄청나게 긴 문제들은, 위의 과정을 의식적으로 행하지 않는다면 판단하기가 굉장히 힘들 겁니다. 운이 좋으면 뭐 해결할 수도 있지만, 선지에서 묻는 게 뭔지 생각하지 않으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거든요.
예시를 들어봅시다. 2019학년도 9월 모의평가 32번 문제입니다.
④ D 내부에서의 단분자층 형성 시간은 A의 경우보다 길겠군.
이런 선지가 있을 때, 그냥 달리는 게 아니라 한번 생각해 보는 겁니다.
1. 선지에서 묻는 것은 무엇인가?
선지에서는 A와 D 중 무엇의 단분자층 형성 시간이 더 긴지 묻고 있습니다.
2. 그 묻는 것을 찾으려면 지문 어디의 정보를 참고해야 하는가?
일단 A와 D를 비교하려면 '필연적으로' A와 D의 차이점부터 생각을 해야합니다.
진공 통 | 기체 | 분자의 질량 (amu*) | 단위 부피당 기체 분자 수 (개/cm ) |
A | 질소 | 28 | 4N |
B | 질소 | 28 | 2N |
C | 질소 | 28 | 7N |
D | 산소 | 32 | N |
E | 이산화 탄소 | 44 | N |
를 보면, A와 D는 분자의 질량, 단위 부피당 기체 분자 수 모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아야할 정보는 무엇인가요??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그렇죠. '분자의 질량, 단위 부피당 기체 분자 수'와 '단분자층 형성 시간'과의 관계를 찾아야 합니다.
선지에서는 단분자층 형성 시간을 묻고 있는데, 우리가 아는 정보는 질량과 분자 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평가원 비문학이라면 이 관계가 반드시 지문에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런 비례 관계는 글을 읽으면서 메모 혹은 밑줄 등의 형태로 표시가 되었어야 하구요!
그래서 그 관계를 지문에서 찾아보니 (이때 바로 단분자층 형성 시간이 나오는 지문의 중반부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화제의 흐름을 제대로 잡았다면 할 수 있습니다.)
"고정된 온도에서 기체 분자의 질량이 크거나 기체의 압력이 낮을수록 단분자층 형성 시간은 길다."
라고 합니다.
그럼 일단 질량과 단분자층 형성 시간의 관계는 찾았는데, 분자 수와 단분자층 형성 시간의 관계는 없습니다. 기압과 단분자층 형성 시간의 관계만 나와있네요.
자 그럼, 이제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관계는 무엇일까요? 역시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맞습니다. 분자 수와 기압의 관계를 찾아야겠네요! 우리가 궁금한 건 분자 수와 단분자층 형성 시간의 관계인데, 지문에선 기압과 단분자층 형성 시간의 관계를 말해줬으니 분자 수와 기압은 어떤 관계인지 알면 되겠죠!
그래서 역시 지문에서 관련된 비례 관계를 찾아보니 (모든 근거는 지문 속에 있습니다!)
"기체 분자의 종류와 상관없이 통 내부의 기체 압력은 단위 부피당 떠돌아다니는 기체 분자의 수에 비례한다."
라네요. 기압과 분자 수는 비례했습니다.
자 그럼 3번 과정으로 가 봅시다.
3. 그 정보에 의하면, 이 선지는 맞는 선지인가? 틀린 선지인가?
우리가 궁금한 건 '질량 & 분자 수와 단분자층 형성 시간의 관계'였습니다.
질량과 단분자층 형성 시간은 비례합니다.
+
기압과 분자 수는 비례합니다.
기압과 단분자층 형성 시간은 반비례합니다.
그럼 분자 수와 단분자층 형성 시간은 반비례할 것입니다.
따라서 질량은 더 크고, 분자 수는 더 적은 D의 단분자층 형성 시간이 A보다 길 것이므로 4번 선지는 맞는 선지입니다.
조금 감이 잡히시나요? 선지에서 묻는 것을 파악하고, 그 묻는 것을 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해야할 생각의 흐름대로 따라가서 선지를 판단하시면 되는 겁니다. 평가원에서 어렵다고 하는 문제들은 모두 이 과정을 거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길고 복잡해 보이지만, 숙달되면 시험장에서 15초 내외로 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을 해내려면 지문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하고, 비례 관계는 미리 체크해 두는 등 '지문을 읽는 태도'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하죠. 그래서 지문 읽는 법을 먼저 배우는 것이구요!
자 그럼 이번에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봅시다. 2016학년도 수능 b형 30번 문제입니다.
크기와 모양은 같으나 밀도가 서로 다른 구 모양의 물체 A와 B를 공기 중에 고정하였다. 이때 물체 A와 B의 밀도는 공기보다 작으며, 물체 B의 밀도는 물체 A보다 더 크다. 물체 A와 B를 놓아 주었더니 두 물체 모두 속도가 증가하며 상승하다가, 각각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각각 다른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 채 계속 상승하였다. (단, 두 물체는 공기나 다른 기체 중에서 크기와 밀도가 유지되도록 제작되었고, 물체 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체의 흐름과 같은 외적 요인들이 모두 제거되었다고 가정함.)
일단 부터 정리해 봅시다. 핵심은 A와 B는 다 똑같은데 밀도만 다르다는 것이네요. 또한 상승 운동을 하고 있구요.
밀도 : 공기 > B > A로 정리해 두고 선지 봅시다.
② A와 B가 각각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때 A에 작용하고 있는 항력은 B에 작용하고 있는 항력보다 더 작겠군.
역시 위의 3가지 과정을 거쳐 봅시다.
1. 선지에서 묻는 것은 무엇인가?
A와 B 중 무엇의 항력이 더 큰지 묻고 있습니다.
2. 그 묻는 것을 찾으려면 지문 어디의 정보를 참고해야 하는가?
일단 A와 B를 비교하려면 A와 B의 차이점부터 잡아야 합니다. 보니까 A와 B는 밀도에서만 차이를 보이네요. 그럼 우리는 지문에서 밀도와 항력의 관계를 찾으면 됩니다.
그런데..?? 없습니다. 이럴 때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 배경지식을 개입하거나 뇌피셜로 문제를 풀면 안 됩니다. 무조건 지문에 근거해야 합니다.
자 일단 우리는 밀도와 항력의 관계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둘의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니 우리가 '지문에 근거해서' 만들어 줘야 겠네요. 그렇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밀도, 항력은 어떤 것과 관련이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역시 체크해둔 비례 관계를 보니
"공기의 밀도는 물의 밀도의 1,000분의 1 수준이므로, 빗방울이 공기 중에서 떨어질 때 부력이 빗방울의 낙하 운동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미미하다. 그러나 스티로폼 입자와 같이 밀도가 매우 작은 물체가 낙하할 경우에는 부력이 물체의 낙하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밀도와 관련해서는 이런 관계가,
"항력은 유체 속에서 운동하는 물체의 속도가 커질수록 이에 상응하여 커진다."
항력과 관련해서는 이런 관계가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물체의 밀도'가 작을 수록 '부력의 영향력'은 커지고(정확히는 '유체 대비 물체의 밀도가 작을 수록'이라고 해야합니다.), '물체의 속도'가 커질수록 '항력'은 커집니다.
자 밀도와 항력의 관계를 찾아야 하는데, 밀도는 부력의 영향력과 관련이 있고,
항력은 물체의 속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필연적으로' 해야하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역시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네 그렇습니다. '부력의 영향력'과 '물체의 속도'간의 관계를 찾으면 됩니다. 저 둘을 관계 지을 수 있으면 우리가 궁금해하던 밀도와 항력의 관계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부력과 속도 간의 관계를 보면, 역시 지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문에 근거해서' 둘의 관계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둘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지문에서 말하는 부력의 정의를 다시 봅시다.
부력은 어떤 물체에 의해서 배제된 부피만큼의 유체의 무게에 해당하는 힘으로, 항상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부력은 저런 건데, 중력의 '반대 방향'이라고 합니다. 오 우리가 아무리 과학을 몰라도 중력이 아래쪽으로 작용하는 건 압니다. 그렇다면 부력은? 중력의 반대인 위쪽으로 작용하는 힘이겠네요.
이를 바탕으로 정리해둔 것을 다시 보니, A와 B는 '상승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부력의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위쪽으로 작용하는 힘이 큽니다. 그렇다면 상승 운동의 '속도'는?? 빨리지겠네요.
오케이 그럼 밀도가 작을수록 부력의 영향력은 크고, 부력의 영향력이 클수록 물체의 운동 속도는 빨라집니다. 또한 속도가 빠를수록 항력은 커진다고 했습니다. 그럼 밀도가 작을수록 항력은? 커지네요!
드디어 우리가 찾고자 했던 밀도와 항력의 관계를 잡았습니다. 둘은 반비례 관계였습니다.
3. 그 정보에 의하면, 이 선지는 맞는 선지인가? 틀린 선지인가?
밀도가 작을수록 항력은 커집니다. A의 밀도가 더 작으므로 항력은 더 클 것이고, 따라서 2번 선지는 틀린 선지입니다.
매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지문에 근거해서' '필연적인 사고 과정을 바탕으로' 위의 3가지 과정을 밟는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선지라도 평가원에서 낸 비문학 문제라면 위의 과정으로 반드시 해결이 됩니다. 절대로 여러분의 배경 지식이나 압도적인 이해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해당 문제뿐 아니라 다른 문제들에도 위의 과정을 적용하면서 해결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쉬워도 말이죠. 위의 과정을 거치는 경험을 많이 해봐야 시험장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조금 어려운 내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 수능 31번 같은 문제가 또 나온다면 반드시 익혀둬야 할 태도이기도 합니다. 이해가 될 때까지 읽어 보시고, 많이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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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 + 위에서 말한 '지문을 읽는 태도'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atom.ac/books/6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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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력항력 문제에 대한 추가 설명입니다.
물론 이 해설은 과학적으로 엄밀하지는 않습니다. A와 B의 크기, 부피가 모두 같으므로 부력도 같기 때문이죠. (부력의 정의를 보시면 이해가 됩니다.)
부력의 크기가 같은데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것은 얼핏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입니다.
따라서 밀도=질량/부피 공식을 통해 A와 B의 중력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고 해결하는게 과학적으로는 더 옳은 풀이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문에서는 '부력의 영향력'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력이 작다 = 부력의 영향력이 커진다'로 볼 수 있으므로 문제가 제 풀이도 사실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이해가 안 되시면 넘어가셔도 됩니다.)
본문에 넣으면 주제가 흐려질 수 있어서 따로 댓글에 적습니다!
피램추
32번을 검색했더니 이 글로 들어오게 되었네요! 최근 글이기도 해서
예시로 드신 32번 STM 지문에 대해 잠깐 글을 남겨보자면
저 32번 문항과 지문은 두달.. 정도 동안 계속 생각해 오던 문제의.. 문항이었습니다.
아직까지 100% 결론짓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보았을 때는, 저건 평가원의 오류입니다.
글 그대로를 읽었을 때 이해한 내용(스키마) 로는
32번 문제를 완벽하게, 논리에 모순이 없게 풀 수가 없네요.
어떤 논리를 사용하든 마찬가지입니다.
이찬희 T가 마닳 사이트에 올려놓은 글이 그나마 답에 근접한 것 같은데,
평가원이 서술상 실수로 보이는 오류를 저질렀고, 저 문제를 풀이하기 위해서는
배경 지식에 기반하여 지문을 이해해야 합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저 지문을 '평가원의 실수' 로 정의하고
이후 6.9평에서 또 저런 상황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평가원이 다음부터는 저렇게 문제를 내지 않겠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거르는 문제가 되어야 할거 같네요 :)

별개로 교재 판매 순항은 축하드립니다! 저도 한 권쯤 사서 보고싶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