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어느 날의 우문현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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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어느 날의 우문현답 >
교수님) 오랜만이다. 잘지냈나. 그래, 현대차를 경험해보니 어떤 회사이던가.
나) 처음엔 시스템 없이 사람으로 돌아가는 회사인줄 알았습니다만 지금은 생각이 다릅니다.
사실 체계도 다 잘 갖춰져 있으나, 탑다운식 의사결정과 실행이 그보다 우선인 회사입니다.
교수님) 그것이 이때까지 성장해온 장점이자 원동력이기도 할 것이다.
나) 네 그런데 경영층이 바뀌고 나서도 유지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또 조직 이기주의나 관행에 따른 문제들은 개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만, 변화/개선하는게 정말 더디고 어렵습니다. 다만 그건 큰 기업이면 모두 그럴 것 같습니다.
교수님) 아니다. 그건 오너의 value system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즉, 거대 기업이라도 변신은 충분히 가능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기업문화(organizational culture)는 최고경영진 개인의 가치관(value system)을 상당부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경영진이 value system을 변화시키면 조직문화가 변하고, 이에 따라 조직의 시스템과 운영방식 등의 변화가 따른다고 믿는다.
나) 네, 또 개인적으로는 직장 생활간 성장이 더딘것 같습니다.
인정 욕구도 있는 사람이란 것을 요즘 깨닫습니다만, 사실 주변의 인정이 있더라도 명시적인 무언가는 없어 조바심이 듭니다.
이제 공대 동기들이 박사 학위 따고 회사에 들어오는 시기라 부쩍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 결국 너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은 주변에서 모두 다 알고 있다.
그것이 돌아올까, 즉 삶이 언페어한가 페어한가에 대해 사실 나도 의문이 들때도 있지만, 믿고 가보는거다.
주변에 퍼주기만 하시는 분이 계셔서 괜찮겠느냐 여쭈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여태 껏 내가 준게 있다면 이에 대한 대가를 돌려받지 못한 적은 한번도 없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아무 조건없이 줬던 것에 대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지 모르지만 모두 그 이상 돌려 받았다.
내가 죽을 때까지 못 돌려받는 게 혹시 있다면 그건 나중에 내 딸이 다 받을꺼다"
삶의 스팬은 각자가 결정하는 거지만, 조급해 하지말고 길게 봐보자.
덧붙여 내가 왜 학장이 되고자 했는지 들어보면 좋겠다.
세상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A타입, B타입이라고 해 보자.
A타입은 목표지향적이고 실속파이다. 이런 사람은 자기 개인의 이해와 영달에 적합한 목표를 정한다. 예를 들어 대우 좋은 직장 입사나 승진과 같은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그것에 도움되는 일에만 자신의 시간/노력을 투입하고, 이외의 일은 철저히 무시한다. 아주 효율적으로 사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또 그 목표를 달성하면 적극적으로 주위에 알려 인정 받고자 한다.
반면 B타입은 나름대로 목표는 있으나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도, 주위에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본인이 이룬 성취에 대해 굳이 주위에 알리지 않는다. 우리 학교에 이런 교수님이 계신데 우리 학교에서 청소하거나 경비보시는 분들 자녀의 결혼식 주례는 아마 이 분이 다 하셨을거다.
학교 내에서도 A타입의 교수님은 많은 성취를 한, 그리고 그 성취를 내세우는데 많은 노력을 하신 분이라 외부에서 많이 알고 계신다.반면 B타입의 교수님은 외부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타입의 교수는 흔히 말하는 승자이고 B타입의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패자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목표성취 정도에서도 B타입 교수님이 A타입 교수님보다 월등하다. 이는 B타입 교수 주위 사람들은 그 분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 모를 뿐이다.
장기적으로 봐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A타입 교수님의 경우 퇴임하고 나면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 아무도 없다. 반면 B타입 교수님의 경우 퇴임해도 여전히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후배/동료/제자가 주위에서 함께 한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A타입이 승자고 B타입은 패자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승자가 되기 위해 A타입으로 살려고 하는 것이다.
이게 현실이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A타입으로 살게 되는데 이는 진정으로 승자가 되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왜 학장이 되고자 했는가. 우리 경영대학을 보면 학장을 하면 승자이고 그러지 못한 사람은 패자라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A타입 교수가 학장이 되면 우리 후배 교수들이 A타입으로 살고자 할 것 같고 그런 교수 아래서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도 A타입으로 살면 어떻게 하나 우려가 많다.
거기다 우리 학생들은 졸업 후 각 조직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리더를 가진 조직원들도 A타입으로 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나는 B타입으로 살고 싶고 그러면서도 결코 패자가 아니란 걸 후배 교수님들께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A타입 사람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나) 하고 싶으신 일에 대해 처음 들은것 같고 그것이 교수님의 본분과도 이어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저는 요즘 '저의 본분'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저는 개인이지만 또 한 명의 국민이기도 하니까요.
최근 한 영화를 보고 다음 세대에는 더 좋은 우리나라를 만들어 물려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 해야할 일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교수님) 우리나라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인가는 나도 잘 모르겠고 탐색중이다.
다만 너의 본분은 무엇일까, 최근 왜 사느냐 물었을때 가장 멋있었던 대답은, "나 없으면 안될 사람들 때문에 삽니다"였다.
각색하자면, 지금 있는 조직에 없으면 안될 필요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나) 네. 그런데 발산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기이다 보니 회사에서 나와서 나의 일을 만들어 봐야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교수님) 사원 때 나오면 사원 수준의 창업을, 과장 때 나오면 과장 수준의 창업을 한다는 말이 있다.
지켜보니 얼추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아직은 회사에서 더 경험하고 배우는게 좋을것 같다.
나) 네 이제 오늘 여쭈고 싶었던 마지막 꼭지입니다. 저는 정치/이념적인 것을 떠나, 사회적으로 합의한 법과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서 '보수'입니다.
그러나 그 법과 규칙도 결국 힘있는 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연하게도 진보 또한 중요하고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은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가'의 이슈가 있는 것인데, 당장은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
교수님) 사회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그럼 점에서 법과 규칙은 모든 것을 통제하지 못할 뿐더러 최소한이어야 하고, 사람들의 판단과 의사결정으로 사회가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사회가 지금 그 최소한의 선이 무너진 것이 문제이다.
이를테면 생명을 살려야 할 사람이 먼저 달아나고, 도둑질해도 저의 지인이라서 방관한 일 등이다.
반면 책임과 권한이 있는 자의 판단에 따라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는 일 등은, 결과의 잘되고 못됨을 떠나 법과 규칙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사는 사회가 의미를 가질 것 같다.
나) 네 오늘 좋은 말씀들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 끝으로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을 보아라.
결과만 생각하고 재는 사람들은 그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다.
그러니 재지 말고 그 과정에서도 가치있는 것들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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