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재종에서 생각한 것들.ref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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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동안 그저 '취미와 특기를 빨리 찾았다'는 같잖은 이유로, '초등학생때 이미 현실적인 진로를 잡았다'는 별것도 아닌 이유로 엘리트 의식과, '내가 장래희망 포기하고 고생하고 있으니까 너네도 좀 당해봐야 해. 난 이런 머리로 성적이 안나와서 괴로우니까 금두뇌 믿고 나대는 너네도 한번쯤 쓴맛을 봐야 해'라는 정말 유치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더 무서운건 그게 완전 제 무의식이었다는거. 제가 초등학생때까지 살았던 동네랑 중고등학교를 다닌 동네가 빈부격차가 좀 크고 교육수준도 많이 다른데 저도 알게 모르게 초등학교 동창들을 깔본거 같기도 해요. 그저 영어를 좀 잘한다는 이유로, 이해 속도가 빠르고 똑부러진다는 이유만으로요. 친구들 앞에서는 한번도 대놓고 저런 얘길 해본 적이 없지만, 왠지 모르게 저런 의식으로 친구들을 대했던 거 같아요. 정말 많이 반성했어요. 오늘 하루의 시간이었지만 많이 성장한 걸 느낍니다.
수능 454로 재종에 들어온 애가 6평 121을 찍었다는 이유 만으로 전 오늘 제 자신에게 화가 났었어요. 일단 제 성적이 안오르는 것도 있었구요, 다른 애들이 중학생 때 외모 꾸미고 연애하고 놀러다니는 동안 저는 다 접고 영어에 올인했지만 '문과는 답이 없다'는 어른들의 이유 만으로 영어 관련 진로를 다 접어야 했고, 고등학교 3년 내내 방황했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일종의 보상 심리가 있었던거 같아요. '나는 딴 애들 놀때 공부했으니까, 남들 다 하고싶은거 한다고 할 때 내 진로를 희생했으니까, 그거 때문에 3년동안 힘들었으니까 성적이 잘 나와야지, 내가 쟤네보다 잘나가는건 당연하지'이런거요.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유치하네요. 그때 저도 참 힘들었나봐요. 사람에 치이고 제 자신에게 치이고. 지금이라도 반성하게 되어서 참 다행이네요.
2. 그래서 우리 모두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게 되었어요. 일찍이 꿈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한 친구들도, 뒤늦게 열정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한 친구들도 모두 자기만을 사연을 갖고 공부한다는 것, 이 피말리는 입시판에 뛰어든 우리 모두에게 그 꿈을 실현할 기회가 마땅히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런거는 누군가가 가르쳐줘서는 절대 알 수 없고, 본인이 경험해서 느껴야 한다는게 이제 와닿았답니다. 비록 모두가 원하는 대학에 가기는 참 힘들지만,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을 경쟁자가 아닌 동료를 보는, 이전보다 더욱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게 된 거 같아요.
3. 고1 이전에 사귄 친구들과 고1 이후에 사귄 친구들에 대한 제 태도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성이라도 예전에 사귄 친구들에게는 제 약점에 대한 피드백도 구하고 제 고민거리도 많이 털어놓거든요. 정치 이야기도 많이 하구..근데 고1 이후에 사귄 친구들은 동성이어도 별로 같이 다니고 싶지도 않고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고1때 그런 일을 겪고 나서 제가 많이 상처받았나 봅니다. 이게 극복하려고 하면 자꾸 고1때 일이 제 발목을 잡아서...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해요. 언젠가는 제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저도 인정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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