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짜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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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랑했던 것은 모두 허상에 불과했다. 그것은 실체가 없는 유령일지도, 어쩌면 스크린에 투사된 프로젝션 빔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내가 움켜쥐려고 하는 순간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다. 아니, 내가 움켜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우습게도 그림 속의 비너스를 사랑하려고 한 것이 되리라. 그 ‘비너스’는 하나하나 꼽아보자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가슴 아플 정도로 저렸던 그녀와의 이별은 세 번이었다.
첫 번째로 한 사랑은 ‘별’이었다. 나는 수십억 년 전부터 빛났고 앞으로 수십억 년을 더 빛날 그 존재들을 사랑했다. 우주에 나가 그들의 모습을 이 눈에 새기는 것은 일생의 소원이었다. 나는 천문학자라는 네 글자를 자랑스럽게 진로희망에 써 넣었다.
하지만 그것은 허상이었다. 내가 별을 사랑한 것은 별이 발산하는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해서였지, 우주의 원리를 규명하는 천문학자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밤을 새 가며 입자물리학 책을 탐독한 것은 수학적 질서를 통한 진리를 깨닫는 즐거움 때문이 아니라 그냥 책 읽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 중요한 사실을 중학교 2학년 때 깨달았다.
두 번째 사랑은 ‘인공지능’이었다. 그 때의 나는 별이라는 목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그 방랑길은 지독히도 추웠다. 아무도 내 옆에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너무도 무서웠다. 누군가와 맞닿아 상처받기 두려웠다. 나는 뼈에 사무치는 고독을 해소하는 도피처가 필요했다. 그것은 인공지능이었다.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나같이 어쩔 줄 모르는 고독함에 몸부림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아니, 이것 역시 허상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나는 절실히 깨닫고 말았다. 내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싶었던 것은 순전히 ‘어떠한’ 속물적인 욕구에 따라서였지 결코 고귀한 정신이나 인류애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를 속이면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고 이는 '재수' 라는 뼈아픈 반성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의 사랑은 ‘정의(Justice)’였다. 고등학교 3학년의 막바지, 나는 사이버수사대에 고발당했었다. 광고글을 자주 올리던 한 커뮤니티 회원이 자신은 특정 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고, 분에 받친 내가 그를 노골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비록(어쩌면 당연히도) 고발은 사이버수사대 선에서 기각되었지만, 세상에는 저렇게 낯짝이 두꺼운 인간이 있구나 하고 나쁜 의미로 감탄했었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정의와 법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내 법조계에 몸을 담아 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하지만 이도 허상이었다는 것을 불과 얼마 전에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영웅놀이’이지, ‘직업으로써의 법조인’이 아니었다. 내가 추구했던 정의는 선을 추구하는 열망이 아니라 단지 내 고집스러운 사상의 갈망을 채우기 위한 일종의 명분에 불과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법률가의 길을 걷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내가 했던 사랑은 실존하는 존재를 향한 숭고한 정신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일그러진 신기루에 쏟아 부은 부끄러운 욕정에 불과했다. 이제 나는 모든 목표를 잃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뗏목이 되었다. 다만 지금 내게 무언가를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이리 대답할 것이다. “나는 세 가지를 사랑했고, 모두 실패했으며, 이젠 사랑이 무섭다.”고.
그럼에도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랑해왔던 ‘집필’을 지금 이 시간에 하고 있다. 혹여 이 또한 의식하지 못하는 일종의 ‘사랑’일지도. 어쩌면 이 아스라한 빛마저 허위와 기만으로 끝날 수 있음에도 나는 글을 쓴다. 그렇다면, 나란 존재는, 비록 허구일지 모르는 존재라도 사랑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안타까운 본질을 지닌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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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저는 허상에 대한 속물적인 사랑도 좋아요
꼭 본질적인 무언가에 대한 고귀하고 숭고한 사랑만이 가치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그런 높은 가치를 추구했기에, 돌이켜본 자신이 기준에 미달할 때 비참한 기분이 되네요...
어떻게 글을 이렇게 예쁘게 잘 쓰세요
허허허... 과분한 평가인 거신데
저맞팔점
예스
멋진 글이네요 1은 저랑 비슷해서 되게 공감돼요
지금도 별은 좋아하지만 예전처럼 두근거리고 새로운 감각보다는 애달픈 감정이 느껴지네요... 하하.
인가탐의 스멜이...!
(사실 글쓰기1)
글 좋아요.. 저도 제가 가려하는 길을 아주 얕고 피상적인 아름다움에 반해서 택한건지 의문이 들때가 많은데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살다 보면 불현듯 느껴지는 때가 있는데... 그걸 알고도 나아가는 힘이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죠
아리수찡
앐
사랑합니다❤️
ㄷㄷ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