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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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공부는 무척 적극적인 과정, 으레 아이디어들과 씨름해야 하는 과정인데도 이상하게 이 명제는 널리 퍼지지 않는다. 이 명제는 수학적 직관의 본성에서 비롯된다. 곧, 수학적 아이디어를 헤아리려면 그 아이디어를 여러 각도에서 톺아야 한다는 것, 넓은 맥락에서 그 아이디어가 참인 까닭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 그 아이디어와 이웃해 있는 아이디어들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증명이나 아이디어의 설명을 읽을 때에도, 그저 읽는 것만으로는 모자란다. 씹어서 소화하려면 손에는 연필을 들고 앞에는 종이를 둔 다음 개념을 샅샅이 톺아야 한다.
이 명제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이 명제를 다른 명제로 번역할 수 있을까? 일반적 맥락의 고갱이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좀더 단순한 예는 무엇인가? 이 명제를 참으로 만드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이 명제가 거짓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이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하다 보면 어떤 모순에 직면하게 될까? 앞의 개념들과 이 개념은 어떤 식으로 맺어져 있나? 이 명제가 참임을 증명하는 데에 설정된 가정들은 과연 온당한가? 그 가정들 전부가 필요한가? 겉보기에 근본적으로 다른 듯한 이 ‘팩트’를 다른 틀에 넣을 수는 없을까? 등등 던져야 할 물음은 꼬리를 문다.
명제의 증명이나 문제의 풀이도 마찬가지로 수없이 틀린, 캄캄한 고샅을 헤매는 과정이다. 될 듯하면서도 안 되고, 알고 보니까 내가 문제를 잘못 파악하고 있었구나, 내가 아직 이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구나, 하고 깨닫는 과정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은 낭비가 아니다. 증명이나 해법을 남한테서 받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톺지 않으면, 한 명제가 참명제라는 것은 배울 수 있으되 그게 왜 참인지, 그게 참이니까 그래서 어쩌라고,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깜깜하게 된다. 수학 공부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것은 수학 수업 시간이 아니라 수업이 끝난 다음이다. 문제를 풀 때에서야 일어난다. (강의를 들을까, 문제를 풀까 가운데 딱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반드시 후자를 택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 수학 교육에서 이 사실을 모르고 졸업하고 만다. 여기에서 아주 불행한 결과가 초래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수학은 잘하든, 못하든 둘 가운데 하나이고 재능이 있든 없든 둘 가운데 하나라고 믿게 된다는 점이다. 수학 공부를 하다가 어려우면, 그 어려움이 배움에 내재되어 있는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난 수학에 재능이 없나 봐, 라고 믿고 포기해 버린다는 점이다. 유전이든 양육이든 또는 집중력이든, 확실히 어릴 때부터 수학에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아이들은 있으되, 그런 아이들한테마저도 기질이라든가 자신감이 머리보다는 외려 더 크게 작용하는 듯싶다. 배움에서 걸림돌에 걸렸을 때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가가 머리가 얼마나 좋으냐보다 훨씬 더 수학 공부에 종요로운 듯하다.
얼마 전 아이들을 위한 수학 교실을 운영하면서 이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럴 때면 으레 아이들은 두 무리로 나뉜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문제를 푸는 데 거의 같은 시간이 걸리거나 완전히 문제를 풀지는 못하지만 거의 해법에 도달하면서도, 자신의 수학 재능에 대해서는 아예 반대되는 생각을 품는다. (학기말에는 이러한 믿음은 사실로서 굳어진다.) 문제를 풀다가 한 십 분쯤 지나 어려움에 맞닥뜨리면, 어떤 아이들은 애초의 방향에 의심을 품고 문제의 이해부터 다시 시작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추론력을 써서 해법에 차츰 다가가는 반면,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머리로는 이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믿어버리고 (나는 멍청한가 봐, 나는 수학적 머리가 없나 봐) 포기해 버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두 무리 사이에 직관력이라는 면에서는 그리 차이가 없는 듯싶고, 포기해 버리는 무리에 속한 아이들도 지금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게 제대로 된 길이니까 좀더 생각해 봐, 라든지 애초에 잘못 방향을 잡은 것마저도 좀더 부추기고 도와주면 결국에는 옳은 방향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수학 교사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수학적 직관력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다독거리는 일, 아이들한테 “네 자신한테 짜증부리지 말고 좀 참을성을 가져 보아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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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엊그제 보니까 텔레그래프 지에 흥미로운 글이 떴다. 「우리 집 아래층에 사는 천재」라는 책의 발췌였는데, 세 살 때 잰 IQ가 178이었고 이튼스쿨을 거쳐서 캠브리지에서 순수수학을 공부한 천재가 종국에는 “천재성이 무너져 내려”서 저자의 집 아래층에서 쓸쓸한 만년을 보내고 있는데, 그한테 자신의 천재성이 무너져 내린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으니까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open-quote“사이먼은 자신의 천재성이 무너져 내린 까닭으로서 두 가지를 든다. 먼저, 사람들이 자신을 천재로서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머리가 발달한 것이 빠르기는 했으되 (세 살 때 열 두 살짜리의 수학 문제를 풀었고 스무 살 때 수학교수가 푸는 문제를 푼 식으로) 어느 순간 머리의 발달이 멈추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보다 느렸던 사람들이 금세 따라잡았고, 그 사람들은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사이먼을 보고서 그의 천재성이 무너져 내렸다고 했지만, 기실 사이먼은 지금도 전성기 때만큼은 수학적 머리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다만 그 전성기 때 머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지 못한, 평범한 것이었다는 데에 사람들이 혼란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요새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 때는 문과 아이들은 미적분과 통계는 아주 기초적인 것만 훑고 끝내었다. 기실 돌아보건대 이것만으로도 내가 그 이후에 한 공부와 일에서 너무 많이 배운 수학이 되었으나 (여기에서 독학한 경제학은 제외된다.), 만약 수학 공부 시간에 도대체 앞으로 써먹을 일도 없는 수학 공부를 왜 하냐, 라는 푸념을 하는 아이는 앞으로 어떤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어려워하는 것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고등학교 공부까지는 머리가 아무리 돌이라도 끈기만 있으면 해낼 수 있다.) 수학이 어려운 까닭은 적극적으로 머리를 써야 하는 데 있다. 다른 공부처럼 떠서 먹여주는 것을 멍하니 받아만 먹어도 되지 않는 데에 있다. 이것은 평생의 지적 게으름으로 이어지는데, 모든 분야의 답, 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따위의 극히 개인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까지도 남한테서 답을 구하려는 어리석음으로 고착한다. 수학깨나 한다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저 ‘수학의 정석’ 따위의 책이나 붙들고 정작 몇 시간이고 머리를 쓰려고는 하지 않는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는 그럭저럭 날리고 우리나라 대학에 진학하면 그럭저럭 또 아는 체를 하면서 넘길 수 있으되, 미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하면 한 2학년부터는 제 주제를 깨닫게 된다.
어떤 공부를 하든 머리를 쓰는 것, 궁리하는 것이 근본이고, 우습게도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이 ‘궁리’를 가르쳐 주는 것은 그나마 수학뿐이므로, 그 수학을 암기과목으로 만들면 그저 지적 허영에 들뜬 사람들만 양산하게 된다. 자식들 가운데 수학 공부는 대체 왜 하냐고 묻는 아이가 있다면, 우선 대갈통 한대 때리고서, 네 뇌를 쓰는 법을 배우는 데에는 수학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조근조근 말해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부모도 수학 공부 좀 해야 한다.
오늘로써 내 휴가도 아내의 휴가도 아이의 휴가도 끝나고 내일부터는 다시 삶의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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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화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다 이해다 라고 했는데
나는 매일 울면서 외움 (이해가 안됩니다)
으엌 유기화학은 좀...
유기화학은 명명법부터 토나옴 ㅠㅠㅠ
유기화학에서만 배우는건 아니지만ㅠ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지만, 수리영역(특히 나형)은 부분적이나마 암기과목으로 변질된 듯...
수리나형은 암기과목
수학......과.............. 수리영역은.......... ㅠ........ 나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