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수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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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시작 5분 전, 잔뜩 긴장한 학생들과, 못지않게 경색된 감독관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싸한 분위기가, 히터가 내뿜는 열과 미묘한 조화를 이룬다. 손과 발은 서늘해지는데, 머리는 뜨거워진다. 눈은 어디에 둘지 모르겠다. 샤프, 지우개, omr카드 순으로 움직이던 눈은 시험지에 안착한다. '1교시 국어영역...'
종이 울리고 시험지를 펼친다. 문자가 많다. 머리는 더 뜨거워지고 속은 울렁인다. 꾸역꾸역 문자들을 소화해낸다. 페이지를 넘긴다. 또 꾸역꾸역 문자들을 씹는다. 또 페이지를 넘긴다. 마킹을 한다. 손이 떨린다. 히터가 바로 머리 위에 있는데도 손이 떨린다. 왠지 춥다. 마킹을 겨우 끝내고 가채점표 작성까지 끝내자마자 종이 울린다. 감독관들은 잽싸게 시험지와 omr카드를 걷어간다. 심장은 요동치고 온몸이 떨린다. 내가 느낀 건 극도의 긴장인가 아니면 카타르시스인가? 현역 때는 전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두 번째 수능을 치르며, 사실은 후자임을 알게됐다. 나는 사실 즐기고 있었다. 극한까지 나를 몰아붙이는 수능이 너무 좋다. 무엇도 수능만큼 나를 몰아붙일 수 없다.
2교시 수학영역을 마치고 진이 빠진 학생들은 서둘러 도시락을 책상에 올린다. 식사예절은 뒤로한 채, 흘려가면서, 쩝쩝대면서 맛있게도 먹는다. 두 과목 모두 망친 바람에 괴로워하면서도, 시험의 반 이상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한다.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표정이 퍽 재미나다. 스스로도 밥이 넘어가냐고, 한심하지 않냐고 묻겠지. 아마 부모님은 도시락을 싸주면서, 시험을 그렇게 못볼 거란 생각은 안 했을 거야. 최소한의 기대치가 있었겠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잠깐의 자조를 뒤로한 채 당장의 허기를 채우는 데 급급하다. 아마 남은 세 시험을 잘 보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거야. 하지만 입시는 2교시 종치는 순간 끝났다. 그래 우린 이제 모두 끝났으니까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도시락이나 맛있게 먹으렴. 이 풍경이 너무 재밌다. 또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고사장의 28명은 모두 초면이지만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표정으로 서로에게 말을 건넨다. 너도 망쳤구나. 탐구로 역전하면 되지 않을까. 응 아니란다. 그렇구나.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적막. 나가도 좋다는 방송이 나온다. 정문을 나서면 하늘은 짙은 남색. 공기는 싸늘하고 바닥은 마르다. 수험생과 부모들이 만난다. 부모는 수험생의 표정을 살핀다. 수험생은 표정을 애써 숨긴다. 부모는 안다. 수험생 역시 부모가 눈치챘음을 안다. 그래도 오늘은 유독 표정을 드러내기가 싫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어중간한 분위기가 학교 운동장을 메우고 11월 저녁풍경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 아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단 두번만 보기에는 아쉽다. 내년에도 보고싶다. 계속 보고싶다. 난 수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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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수능과 별개로 그 적당히 배가 무거운 긴장감 좋은거 같음
이래서 입시판 뜰수가 없자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