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식

과학/기술 지문 [668936] · MS 2016 · 쪽지

2018-02-03 01:14:22
조회수 508

장문주의)졸업식 6일 남아서 쓰는 글

게시글 주소: https://dev.orbi.kr/00015915361

안녕. 잘 지내니?

너한테 졸업식날 페메하려고 했는데, 네 기분을 망치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기 글을 남겨.


우리 정말 한동안은 서로를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쌍둥이로 여겼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 너랑 난 참 많이 비슷하잖아. 옛날 음악 좋아하고, 영어 잘하고...오히려 다른 점을 찾는게 빠르잖아. 그렇지? 정글같은 여고에서 그런 친구 찾기도 참 힘든데..


근데 난 아직도 네가 날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니가 하는 그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는거, 너도 알잖아.

대체 왜? 나의 어떤 면이 너의 불타오르다 못해 솟구치는 정의심을 자극했는지 난 아직 모르겠다.


네가 구현해내려는 이상향, 세우고자 하는 정의

나와는 확실히 방향이 다르지만 난 널 항상 존중해. 여혐 관련해서도 난 너랑 정말 생각이 달라. 그렇지만 사람은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까, 절대적인건 없으니까 항상 널 지지했고 응원했어.


그렇지만 난 내가 구현하고 싶은 이상향이나 세우려는 정의가 틀리지 않다는 것 그것만은 확신해. 너랑 친했을땐 오히려 내 생각이 빛을 잃어간다고 생각했었는데 너한테 버림받고 쫓겨나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엔 더 확신이 서더라고.


넌 내가 그리는 이상을 짓밟았잖아.

내가 가려는 길을 '물질욕 때문에 꿈을 버린 추태'라고 깔보고 비난하고 욕보였잖아. 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가 검사의 길을 포기하고, 엔지니어의 길을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와 눈물의 밤을 보냈는지 알기나 해? 나도 정의를 세우고 무고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단말야. 난 그게 내 운명이라는걸 알았기에 그걸 내려놓는게 힘들었어.


근데 나 말이야, 내가 가고자 하는 엔지니어의 길에 대해 더 확신이 섰어. 검사가 되지 않아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길이더라고..내가 알고 있던게 다가 아니더라.


그러고 나니까, 네가 했던 그런 말들이 다 철없는 여고생의 막말로밖에 생각이 들지 않아. 네가 틀렸다는 확신이 들더라고.


나 졸업식이 끝나고 식장을 나서는 그 순간 너를 잊을거야.

학생이라는 지겨운 굴레를 벗어던지는 동시에 너라는 사람, 너라는 기억을 다 잊어버릴거야. 네가 나에게 드리운 그림자, 네 머리 뒤 비치는 후광도.


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혹시나 나같은 사람들 보게 된다면, 그 사람의 세계관과 목표, 인생관을 꼭 존중해주렴. 아마 네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거야. 나 너를 정말 미워하지만 앞으로 살면서 행복하고 보람찬 인생이 되길 기도할게. 한번 사는 인생, 즐겁고 의미있게 살아봐야지. 안 그래?


나는 올해 수능을 한번 더 칠거야. 그래서 당당하게 내 목표를 이루어 낼거고 몇달 남지 않은 수험기간동안 행복하게 즐겁게 공부할거야. 너도 대학 생활 잘 하길 바라.


우정 그 이상으로, 정말 사랑했어. 내 옛날 친구야.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르내상스 · 705669 · 18/02/03 01:19 · MS 2016

    저도 비슷한 친구가 있는데, 시간이 좀 흐르고 나니까
    걔입장에서도 내입장에서도 그럴수도 있겠거니 왜 그런걸로 다퉜을까 싶기도 하고 쩝
    무엇보다도 그 친구 뭐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다른 학교친구들이랑도 연락 잘 안 하고 지내는거 같던데

  • 과학/기술 지문 · 668936 · 18/02/03 01:22 · MS 2016

    ㅠㅠ..전 쟤랑 평친먹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잘 안되더라구요. 지금도 뭐가 잘못된건지 모르겠어요...

  • D-74기념 · 763171 · 18/02/03 01:32 · MS 2017

    아 저도 이런 친구 있는데 진짜 나도 이렇게 깔끔하게 말하고 미련 버리고 싶다... 분명히 재작년에 연 끊은 직후에는 절 정말 싫어했는데 작년엔 친구 행동이 애매해서 저도 지금 마음 왔다갔다함 얘가 절 아직까지 싫어하는건지 참ㅋㅋㅋㅋㅠㅠㅠ

  • 과학/기술 지문 · 668936 · 18/02/03 01:34 · MS 2016

    ㅠㅠㅠ에궁..인간관계가 참 힘들죠..아닐땐 단념하는거도 살아가는데에 꼭 필요한거 같아요.

  • D-74기념 · 763171 · 18/02/03 01:38 · MS 2017

    저도 다음주에 졸업이라 어떻게 할지 완전 난감ㅠㅠ 졸업 전에 연락해보고 까이면 그만인데 용기가 없어서 수능 끝나고부터 계속 고민했어요ㅋㅋㅋㅋ 졸업 지나고 얘기 좀 하자고 하기엔 뭔가.. 이게 학교 다닐때 학생 신분으로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 과학/기술 지문 · 668936 · 18/02/03 01:44 · MS 2016

    맞아요ㅠㅠㅠ학교를 나서면 얘길 꺼내기 좀 힘든?그런 면이 있지요ㅠㅠ

  • D-74기념 · 763171 · 18/02/03 01:51 · MS 2017

    하흫ㅎㅠㅠㅠ 전 어떻게 해결할지 조금만 더 생각해봐야겠어요ㅠㅠ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욥!

  • 과학/기술 지문 · 668936 · 18/02/03 01:53 · MS 2016

    네ㅠㅠㅠ졸업식까지 간간히 이런 글을 좀 쓸까 해요 저도 정리를 해야하는지라ㅎㅎ도움이 좀 되길 바랍니다..

  • 신비한소원 · 664270 · 18/02/03 04:08 · MS 2016

    응원합니다.

  • 과학/기술 지문 · 668936 · 18/02/03 10:08 · MS 2016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