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뭔데 이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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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생이 한 말인데, 머리 한 대 맞은 기분.
이 새끼는 진짜 공부를 안한다. 평균 5-6등급이다. 그런 애한테 뭘 말해줘야 할까. 그냥 갑갑하기만 한데, 아직까지 너는 어려서 뭘 모른다는 식으로 넘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존나 꼰대같다.
자기 주위를 감싸고 있는 세계와 현실이 맞닿아 있는 접점이 있다. 어린 시절 이야기다. 어렴풋이 남들의 인정을 받고 서열을 매기는 기준이 공부라는 건 이 녀석도 알고 있다. 그런데 도무지,재미 란 걸 모르겠다. 이게 어디에 써먹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는 느낌일거다. 그런 막연함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겠지.
나는 녀석이 될 수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본인도 알면서 외면한다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든 이놈을 공부시켜야 하는데.란 생각은 드는데. 걍 가만히 놔둘까.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놔두는 게 답일까. 이제 고2 올라가는 이놈을, 정시로는 1명도 인서울로 못 보내는 이른바 '통똥고'에서 내신을 던져버리다시피 하는 이놈을 어찌 해야 할까...
내가 니 인생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근데. 근데 니가 한 말에 대답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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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주 쌤 보고 의대 가겠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열심히 사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생때 열심히 할수있는 가장 쉬운일이 공부인 것 같구요
보편적으로 공부라는 것은 망각하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을 거스르기 때문에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특히나 공부의 결과물 중 대부분은 장기적으로 본인이 해온 것들의 총합이기에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 것도 재미없는데 한몫 하죠. 장기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의식이 필요할거 같아요. 단순히 한국 사회에서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는 "꿈을 이루기 의해서?" 혹은 "풍족한 삶을 살기 위해"
정도가 되겠군요. 저는 내적인 면을 성숙하게 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해서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학교 교과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는, 특별한 진로가 있지 않는 한, 자기 분야에서 기본적 소양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답은 본인이 내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본인만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을거 같아요. 본인이 평범한 삶을 추구하면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나"처럼 사는 것 보다는 어떠한 형태의 공부이든 상관 없으니 본인만의 길에서 열의를 갖고 사는게 더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해요. 확실하게 답을 내기가 쉽지 않네요...좀 더 생각해봐야 할거 같아요.
굳이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공부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 동생분이 욕하는 공부 -고등학교에서 소위 내신 챙기고 수능 챙기는 공부- 는 입시를 위한 공부겠지요. 동생분이 말씀하신 대로 그런 공부는 재미도 없고 많은 경우 의미도 없습니다. 또한 열심히 노력해서 단단한 실력을 쌓는다고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요컨대 입시라는 것은 운적인 요소가 강한 것이지요.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갖추어도 당일날 배탈이 난다든지 아차 한다든지 혹은 원서철에 잘못된 선택을 내린다든지 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되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입시는 어떤 면에서는 도박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재미마저 없는 도박이요 (일반적인 도박보다는 조금이나마 내 힘으로 통제 가능하기야 하다만은). 단지 우리 사회에서는 그 도박에서 실패했을 시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재미도 의미도 없는 그런 도박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수능을 위한 공부가 그 자체로 무슨 의미가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의미가 없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물론 배우는 건 있습니다만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보다 유익한 것을 공부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자기가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있거든요. 따라서 수능 공부는 그저 내 꿈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합니다. 현실이 이렇게 생겨먹었고 내 힘으로 그걸 어찌할 수는 없으니, 하루빨리 이 좁고 답답한 세계를 떠서 좀 더 넓은 세계로 가야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도 이 좁고 답답한 세계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 뭐 그런 이야기 아닐까요.
그리고 어쩌면 수능 공부를 그렇게 아무 의미없는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 보다 넓은 시야를 갖추는데 더 도움이 될 지도 모르는 일 같습니다. 거기서 억지로 의미를 찾기 시작하다보면 수능을 못 본 사람들을 내 멋대로 재단하게 되고 수능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점수를 얻은 것을 필요 이상으로 고깝게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그래서 뭐랄까요, 지나치게 좁고 단선적이고 편협할 정도로 재미없는 입시판 속에서 내가 그 제도를 좋아하게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계속해서 미워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련지.
정리하면 뭐 동생분이 현실을 잘 모르는 건 맞는데, 말이야 어 다르고 아 다른 거 아니겠습니까. 니가 현실을 모른다, 라는 말에는 네가 현실에 대해 느끼는 분노는 이해할 만하지만 현실은 그만큼 엿같은 곳이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니가 당한다, 정도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요. 네가 느끼는 답답함은 이해할만 하지만, 정당하지만, 에 방점을 두는 것 정도가 조언하는 입장에서 최선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