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쓰는 소개팅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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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학교 일학년이었던 나에게 소개팅이 들어왔는데
상대방은 나보다 한 살 연상에 일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당연히 문과 최고 존엄이었던 모대학 모학과 였다.
그 대학이라고 하면은 동네 이름을 듣기만 해도 상당히 부담스러워서 정중하게 두번이나 거절을 했는데,
상대방 분이 자신에게 있어서 학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자신은 오히려 허당이라며 부담 가지지 말아달라고 했다.
지금이야 소개팅 스코어가 많이 늘었으나 당시에는 내 생애 첫 소개팅이어서 상당히 떨렸던것 같다.
그래도 재밌었고 만나보니 상대방 분이 정말 내 편견과는 다르게 약간은 허당이시고
학교에 대한 조금의 부심도 없고 성격도 다정하시고 좋았다.
만나서는 참 별별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많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 중 내가 결혼하기 전까진 잊지못할 것 같은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그 분과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대화를 하는데,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셔서'오오..역시..이제는 본인의 지성을 들어내는구나 ' 해서 "어떤 책이요?" 라고 묻자 "보통은 일본 만화책을 읽는것 같네요.전 싸우는 것보단 귀여운 캐릭터가 나올수록 좋아요" 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그럼 줄글 책은 안읽으세요?" 라고 반문하자
그 분께서 "만화책이 더 재미있지 않나요?재밌으려고 보는거라 굳이 줄글을 읽지는 않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셔서 공부 잘한다고 무조건 책을 좋아하는건 아니라고 느꼈다.
만화책을 훨씬 더 사랑하시지만 그럼에도 문과최고 존엄답게 그 분께서 읽었을 때 재미있던 소설 책이랑 기억남는 책,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 읽어보면 좋을 유익한 책까지 한 4권정도 추천해 주셨다.
그리고 나서 그 분과의 관계는 어찌저찌 끌어가다 종말을 맞이하였고.
나는 반수를 시작 했다.
반수를 하는 과정에서 딱히 할것도 없고 심심풀이로 쳐보는 논술에 도움이 될까 했던 나는 책이나 읽어볼 까.....하고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중 그분이 추천해준 책이 세 가지가 있었다. 그 책들이 사실 재미는 그닥 없었는데 혹시나 나도 '그 곳'의 기운을 받아 볼까 하고 꾸역꾸역 읽었다. 아쉽게 그중 한권은 너무 읽기 어려워서 중도 포기해버렸다.
어찌저찌 공부하다보니 논술시험 날이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지문에 그 분이 추천해주신 소설책의 일부가 나왔다.
사실 모의 논술 풀어볼 때도 그 분이 추천해주신 책 중 한권이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최종 시험까지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시험을 보는 와중에 그분의 얼굴이 갑자기 샤랄라 떠오르며 엄청나게 신적인 존재같이 연상이 되었다.
이래서 ___대생 쪽집게 과외 같은걸 받나보다 라는 생각과
' 역씨 허당이여도 ___대생은 ___대생이다..."라는 읊조림과 함께 시험을 봤던 추억이 있다.
지금 그 분은 카투사 였나 군대에 가셨는데 모쪼록 건강하게 잘 제대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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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남 소개팅이었던건가요
글쓴이가 남자라고 나와있나요..?
그건 아닌데 문체에서 느껴지는게..오르비가 심한 남초이기도 하고해서;;
아녘ㅋㅋㅋ저 여자에요.
제 문체가 남자같다니 첨듣는 말인데 이상하게 기분나쁘진 않네요ㅋㅋㅋㅋㅋ
건장한 남자분과 소개팅했습니다
오.... 일학년때도 소개팅을 하는군여

님글 쭈욱 전부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요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재밌는 썰 잘 읽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