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전히, 나는 아직도. (새벽감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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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체 주의)
오랜만에 고등학생때 다녔던 학원친구들과 만났다.
내가 다녔던 학원은
동네학원 치고는 굉장한 규모를 자랑하던 곳이었는데
학원 건물만 세개였고 학원생수가 6-700명에 육박했었다.
반을 a,b,c로 나눠 실력별로 수업을 했었는데
우리는 s반이였다.
고3에만 존재하는 반이었고
수십명씩인 a,b,c반과 달리 10명 미만의 소수정예반이었다.
(s가 서울대인지 소수정예인지 스페셜인지 슈퍼인지 슈프림인지 의견이 분분했다ㅋㅋ)
우리의 첫 만남은 그 전이었지만, 친분은 s반에서부터 생겼다.
당연히 과목별로 s반이 있었고,
또 당연하게도 과목별 s반은 인원이 많이 겹쳤다.
학원이 운영하는 독서실이 같은 건물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 6명은 새벽까지 같이 공부하며 굉장히 친해졌고
수능 D-100일주를 새벽에 독서실에서 몰래 마시면서는
(독서실에 우리밖에 없었다)
대학에 가도 우정 변치 말자는 낯간지러운 약속도 했었다.
당연히 대학도 다들 잘 갔다.
서울대,포항공대,연세대,이화여대,육군사관학교..
나는 혼자 재수를 하게 된다.
입시는 끝났고, 입학은 없었다.
대학에 가도 변치 말자는 우정은
대학에 못 가게 되면서
아무 의미 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재수를 하고 그럭저럭 학교를 들어갔고
바로 군대를 갔다온 요즘 나는,
다시 입학을 준비한다.
그러던 와중에 가장 친했던 아이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웃으며 나가겠다고 했지만 썩 달갑지는 않았다.
가고싶은 학교, 가고싶은 학과가 같아서
꼭 같이 그 학교 그 학과에 가자던
그 아이는
혼자 서울대 경제학과에 갔다.
기분이 씁쓸했다.
씁쓸한 기분을 안고 갔던 그 자리는
생각보다 즐거웠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에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하며
알코올의 힘까지 더해져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했다.
정말 많은 얘기를 했는데
가장 친했던 그 녀석은 코앞까지 다가온 졸업에
고민이 많아보였다.
휴학을 하고 고시준비를 해볼까 한다는 녀석의 말을 들으며
나는 문득 초라해져 버리고 말았다.
너무 멀게 느껴지는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늦게 시작한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길래 너라면 잘 할 거라는
심심한 응원을 해 줬다.
어느 때는 섬뜩하다.
친구는 졸업을 고민하고,
나는 입학을 갈망한다.
너는 여전히 나아가는 중인데,
나는 아직도 과거에 멈춰있다.
입시판의 망령이 된 기분이다.
삶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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