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준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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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대학내일에 공모전의 왕 비스무리한 제목으로 부끄럽게 소개된 적이 있었다. 대외활동만 줄잡아 2~30개 했던 나를 보며 기자가 말했다. "그런데 봉사활동이 하나도 없네요?"
그렇게 해서 시작한 봉사활동이 바로 '메이크어위시 프로젝트'였다. 직역하면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어 희망을 전해주자는 뜻인데 꽤 큰 글로벌한 단체가 추진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스케일도 남달랐다. 하늘을 날아보고 싶은 어린이는 경비행기에 태우고, F1을 타고 싶은 애는 서킷에 데려가 태워준다. UN사무총장을 만나고 싶어하면 만나게 해준다.
내가 속한 조는 의준이라는 어린이를 담당했다. 의사집안의 2형제중 큰 아이었던 그 아이는 또렷한 눈매에 환한 웃음을 갖고 있었다. 소원을 들어주기 전 한달 간 매주 의준이 집을 찾아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데 저런 해맑은 아이가 병마와의 싸움으로 오랜 삶을 살지 못한다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의준이는 '패밀리가 떴다'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이 아이는 곤충을 참 좋아했는데 '패떴'이 자연 속에서 밥해먹고 노는 프로그램이라 나무, 곤충을 접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그램을 하나 기획했다. 산장 하나를 빌리고 숲 하나를 전세내서 의준이를 위한 '패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의준이가 떴다'라는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
의준이와 동생 의진이 그리고 그 부모님과 함게 우리는 같이 벌레도 잡고, 수영도 하고, 고기도 구워먹었다. 의준이 아버지의 영상편지가 나올 때엔 다같이 흐느껴 울었고 이 분야 석학이신 최재천 박사 명의의 명예곤충박사 학위도 수여했다. 1박 2일 우리의 캠핑은 너무나 잊을 수 없을 만큼 소중했고 정말이지 뜨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다음날, 짐정리하고 갈 채비를 했다. 의준이 동생 의진이가 다가왔다. "형, 누나들 다음에 또 우리 보러 올 거예요?"
멈칫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재단 관계자님이 이런 말을 했다. "책임지지 못할 거면서 희망을 주는 것처럼 이 아이들에게 고통스러운 건 없어요. 또 온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안 오면 상처받는 건 애들이거든요"
말인즉, 대학생들이 봉사활동 하는 시간에야 진정으로 아이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다 치더라도 부모도 아닌 이상 지키지도 못할 약속해서 상처주지 말라는 거다. 근데 난 당시의 감상적인 분위기에 젖었는지 곧 군대를 가야할 상황임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입대 전이라도 이전에 했던 것처럼, 매주 찾아갈까. 군대 가더라도 편지는 보낼 수 있고, 또 휴가 때 찾아갈 수 있잖아. 제대하면야 당연히 볼 수 있는 거고. 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은 심정이, 그 때 문득 들었다.
8명의 조원들이 의진이의 물음에 머뭇거리며 대답을 못 하고 있는 사이, 내가 입을 떼려던 차에 주인공 의준이가 입을 열었다.
"의진아, 어차피 이 형들 이거 끝나면 안 와."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의준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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