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설이 바라 본 교육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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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원뿔이 하나 있다. 이 원뿔은 형태가 명확한 도형이므로 누구의 눈에든 똑같이 보이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원뿔은 밑에서 보면 원이고 옆에서 보면 삼각형이다. 그러므로 한쪽 면에서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면, 한 사람은 원뿔이 원이라고 우길 테고 다른 사람은 삼각형이라고 우길 것이다. (실제로 누구나 시점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무엇을 한쪽 면에서 볼 수 밖에 없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드문 일이 아니다.
순수한 수학적 도형마저도 이러할진대 복잡한 사물, 나아가 사회적 현상 같은 것이 의식의 대상이라면 애초부터 객관적 태도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예컨대 교육제도라는 사회적 문제가 의식의 외부에 독립된 대상이라면, 그래서 실증주의에서 말하듯이 누구의 눈에나 명백한 것이어서 관찰과 연구를 통해 해답을 알 수 있는 것이라면, 왜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교육제도가 바뀌는 것일까? 백 년을 두고 써야 할 교육제도가 정권에 따라, 주무 장관에 따라 걸핏하면 바뀌는 불합리한 일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실증주의적 착각 때문이다. 외부의 대상은 언제나 본질의 일부만을 의식에게 보여줄 뿐이다. 원뿔을 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삼각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모두 원뿔이라는 본질의 일부만을 이야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대학별 본고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모두 교육제도라는 본질의 일부만을 이야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내 생각: EBS 연계 정책, 수시 80% 등등도 교육제도라는 본질의 일부만을 보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들은 문제 점이 굉장히 많다.)
그렇다면 본질의 전부, 본질 자체를 알 수 있는 절대적인 지식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후설은 그것을 의식 바깥(즉, 사물의 존재)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식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원뿔을 원뿔로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무조건 원뿔을 열심히 관찰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원뿔에 대한 여러 시점의 관찰을 의식 안에서 종합함으써 가능하다. 모든 관잘은 개별적으로는 일면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일면적 관찰들'의 종합이다.
-남경태, 『한 눈에 읽는 현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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